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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킁개 Feb 17. 2023

울지 마. 나를 보고 그냥 웃어.

힘내 킁개.

 

2015년. 그 해 여름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던 시기였다. 의욕도 없고 기운도 없어서 집에선 침대에 엎드려 있기만 한 날들이 많았다. 날짜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그날은 너무 힘이 들어서 퇴근 후 혼술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내가 많이 힘들고 기분이 좋지 않단 걸 두부도 알고 있었을까? 그날따라 두부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내 손을 핥고 자꾸 내 손을 끌어당기면서 그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무슨 일 있은가 하고 고개를 들고 두부를 보았다. 앞발을 내 손에 올리고 빤히 쳐다보는데 그 눈빛과 표정에서 마치 “킁개 힘내. 헤헤”라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열심히 핥고 내 팔을 당겼는지 두부의 턱 밑은 침 범벅이 되었고 내 오른손에는 두부 발톱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때 두부의 그 눈빛과 그 표정, 분위기는 정말 내가 위로받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 주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감정을 비언어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한다고 한다. 아마 두부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지 않았을까? 그때의 두부의 그 위로가 없었다면 난 더 오랫동안 힘이 들었을 것 같다.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위로해 주는 두부를 마주 보는데 어떻게 힘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두부는 정말 사랑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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