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예술인 vol.60
BGM
Brian Eno <Ambient 1_Music for Airport>
: 흥미로우면서도 무시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대화 #완월동편지 #타로 #채식요리 #주4일만 일하기 #작업실 #35살 #안전잔액한계선
#물건다이어트 #관계 #한해를 마무리하는 잉여의 시간 #성매매 #생각다방 #생활예술 #8체질
#산복도로
H: 작년에 1년 동안 우리가 대화한 시간들만 모으면 굉장히 긴 시간일 것 같은데… 그때도 그냥 이렇게 공이 튀듯이 이렇게 얘기를 한참 하다가 딴 얘기도 하고…그런데… 다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맛!
<히요식당>
부산 장전동 장성시장 안에는 “나유타nayuta카페”라는 채식식당이 하나 있다. (피아노치며 노래 부르는 일본에서 온 멋진 여성) Nacca가 나유타 카페의 중심이다. 일주일에 3,4명 정도의 채식요리사가 요일을 담당하여 가게를 열고 있다. 2014년 나유타카페를 오픈했을 때 나도 함께 7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을 담당하여 <히요식당>을 열었다. 채식요리도 다양할 수 있다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고, 나는 연극처럼 29번의 식탁을 차려냈다. 그때는 왜 그리도 자주 월요일 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었던지...게다가 피곤한 월요일에 누가 일부러 구석진 곳으로 찾아가 밥을 먹겠어? 그것도 채식요리로? 하는 생각은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90%가 친구들! 그래서 음식가격도 5,000원에 맞출 수 있게 노력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비싸면 쉽게 사먹기 어려운 우리들의 주머니 사정은 뻔했으니까. 그러다보니 히요식당에서는 서로서로가 친구. 우연히 들렀다가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점차 입소문을 타고 나유타카페가 채식요리로 SNS에서 꽤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오로지 음식을 먹기 위해 오는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친구들에 비해 관계의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낯선 이들에 대처할 방법을 한 가지 마련했다. 그것은 친구 할인! 멀리서도 찾아와주는 친구들에게 나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으므로 가격에 차별을 두기로 한 것이다. 한 그릇 가격은 6,500원정도로 높이고 친구들에게는 작은 쿠폰을 나누어주며 무조건 5,000원이니 언제든 편하게 쉽게 보고 싶을 때 찾아오라 전했다. 서로 잘 몰라서 가끔은 무례하기도 한 손님에게 받는 딱, 1500원 만큼의 보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1인식당 운영에 힘을 보태줬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나의 요리 컨디션도 천차만별! 힘을 준 날은 엄지척! 힘을 좀 뺀 날도 하하호호 웃으며 맛있게 먹어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히요식당>이 존재 했다고 믿는다.
송: 대화의 순서가 말하고 듣는 게 아니라 듣고 말하기였어요. 다 자기 말을 막 쏟아냈어! 좋은 말도 쏟아내고 했는데, 하고 나서 보니까 아,,,이게 자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들은 다음에 말을 하는 게 진짜 대화구나.
다시 한 번 친구들에게 나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지금은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일단 집으로 초대하자. 그리고 만나고 싶은 친구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메뉴를 고민하고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만큼만 간단하게 요리하고 맛있는 대화를 나눈다. 이것이 시작이다!
송: 맛있어요~히요식당이 생각나네요. 메밀을 볶아 먹을 수도 있구나. 뭔가(항상)삶아서만 했는데
H: 저는 그냥 국수도 스파게티처럼 해먹기도 해요. 면들을 많이 바꿔서 요리를 해요. 그때그때 있는 재료가 만약에 적합하지 않다면 그냥 그 상태로 (요리)해보는(식이죠)…
백수들의 실험실
<생각다방 산책극장>
2011년 7월 17일 문을 연 대연동 못골에 생각다방이 있던 자리는 이미 재개발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2013년 이사하여 2년 동안 왁자지껄 보낸 칠산동 단독주택을 떠나오면서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 있었고, 6개월에 걸쳐 법원에 다니며 나는 보증금을 일부 제외하고 돌려받을 수 있었다. 어떤 모임? 어떤 장소? 어떤 단체? 였던 것 일까? 지금도 사실 완벽하게 정의해 낼 말을 찾을 수 없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이었고 아직도 실험은 계속되고 있으니 정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15년 6월 동대신동으로 모두가 각자의 둥지를 틀고 공동의 장소가 없이 이주해왔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이 바로 생각다방산책극장입니다.” 이 말에 기대어 있었던 것일까? 각자의 삶으로 옮겨간 우리들의 장소는 과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친구들에게 멋쩍은 안부를 묻는다.
H: 같이 할 때는 나의 부족한 점이 누군가로부터 채워지면서 드러나지 않았다면, 혼자서 할 땐 더 자주 보이게 되고 알게 되는 거죠. 여럿이 할 때는, 내가 조금만 부담해도 완전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편안하기도 했지만…더 이상 발전이 안 되는 순간이 있었던 거 같아요.
송: 그때는 같이 하면서 알게 되는 지혜들이 생기고…지금은 혼자 있으면서 알게 되는 게 있잖아요.
H: 개인적인 부분들을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펼쳐보고. 그리고 다시 함께 하면… 나 혼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런 과정들을 겪고 나서 다시 만나야되겠다 생각했어요. 같이 어쨌든 경험했기 때문에 아마 다들 따로도(각자로서)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친구들 사이에 유명한 활동가! B의 소개로 그녀가 일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2015년 1년간 주말당직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은 내가 일요일은 진희씨가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히요식당 말고는 수입을 얻을 만한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주일 단 하루지만, 생활을 유지하는데 든든한 버팀이 되었다. 게다가 한 가지 꾸준히 잘 못하는 나로서는 1년이라는 약속이 중요한 도전과 같았다.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사실은 가장 깊은 구석에 자리해 있었다. 언니들(탈성매매한 여성들을 부를 때 주로 이 호칭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과 1년 동안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머무르며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 있었다. 나는 언니들을 만난 처음부터 그저 내가 친구들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약간은 어색하게 하지만 아직 친밀하지 않기 때문에 서먹한 느낌 정도였다. 그들이 성매매를 경험했던 당사자들이라는 사실은, 매주 토요일 하루라는 생활에서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보통의 토요일과 다르지 않았다. 밥을 먹고 티비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잠을 자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외출을 하고. 개인적인 트라우마, 상처 그리고 유별나게 보이는 성격은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흔한 것에 불과했으니까. 나 역시 트라우마적인 기억과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연약한 개인인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들은 가끔 도드라지게 불안함을 내비치기도 했고, 사소한 규칙들이 꼭 필요하다는 것과 매일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만 하는 더 많은 상처를 품은 몸이란 사실이...오히려 내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당직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보냈지만 단순히 “의자에 앉아 있는 나로서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직감했다. 관계는 어려운 것이라...1년간 차곡차곡 우리사이 무언가가 쌓여있음을 느꼈지만 2015년 12월 마지막 토요일 당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도 나는 마지막이라는 인사 없이 쉼터를 나섰다. 인사가 두려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어려워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는 언제라도 다시 만날 것 이니까 그냥 지나온 것을 아주 조금은 후회한다.
당직 교대하는 일요일 오전에 진희씨와 자주 대화를 나누었다. 2016년이 되고 아쉬운 것은 그녀와 나누던 대화시간이 없어진 것. 그래서 자발적으로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집으로의 초대. 첫 번째 손님이 진희씨가 된 것은 아주 우연하고 운명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H: 어떤 숙제를 꺼냈어요?
송: 저는 그거…올인! 집중력을 가져서 쏟아 붓는, 끝까지 가는…
H: 오- 완월동에 올인?
송: 예. 저 웬만하면 완생 전시까지만 하고 그냥 정리하자..이렇게 되는 건데, 사실은 그게 다시 올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왜냐하면 항상 그런 사회적인 문제랑 저랑 연관시키는 하나는 계속 필요했거든요. 그게 강정이든 밀양이든. 뭔가 하나는… 항상 움찔움찔하고…그것까지만 했으니까.
느린 작업, 기다림의 작업 그리고 생활 속의 작업
<완월동 편지>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를 주목했다. 친언니의 일상, 가까운 주변의 일상 속 예술가, 일상으로 들어온 완월동이라는 장소. 적어도 내가 본 진희씨의 작업은 언제나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녀의 생각이었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자리를 비추는 눈이었다. 2015년 완생 프로젝트(여성인권지원단체 살림 주최로 성산업,성매매 그리고 완월동에 대한 고민을 연속간담회,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한 공연 및 전시의 형태로 풀어낸)에 참여하면서 100년의 역사를 지닌 성매매집결지, 완월동과 마주치게 되었다. 나 역시 살림의 활동이 없었다면 시선조차 두지 않았을 사회의 그늘진 구석이었다. 들여다볼수록 나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무수한 연결고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는데, 완월동편지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완월동으로부터 발신된 편지는 뜨겁기까지 하다. 앞으로 3년은 더 완월동 그리고 전국의 집결지를 다니며 기록하고 다큐멘터리로 작업해보고 싶다는 진희씨의 다짐만큼 따뜻한 곁은 없다.
송: 사실..,요즘 완월동 편지 온 거 다시 읽거든요. 근데 뭔가 먹먹해진다고 해야 하나? 답답해진다고 해야 하나. 단순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막막함을 크게 하는 것 같아요. 막막함을 좀 단도리를 잘해가지고.
H: 저도 전시를 보러 가야 하는데… 2월까지죠? 해운대니까...
송: 멀죠?
히요식당 § 채식 레시피
볶음 메밀국수
1. 메밀국수를 삶아서 물에 씻어 전분기를 제거하고 물기를 빼둔다
2. 잘게 다진 마늘을 기름에 살짝 볶아준다
3. 씻어둔 돈나물과 방울양배추를 더해서 볶는다
4. 아까미소/직접만든 데리야끼소스/간장/약간의 물을 기호에 맞게 넣어서 간을 맞춘다
5. 메밀국수를 넣고 비벼준다. 마지막에 숙주를 넣고 1분간 더 볶아주면 완성!
* 모든 소스와 재료는 좋아하는 만큼!
유채된장국
1. 다시마와 무를 넣고 15분정도 끓여서 채수를 낸다.
2. 다시마는 건져내고, 집된장을 넣고 15분 더 끓인다.
3. 씻어둔 유채(잎)을 넣고 10분쯤 더 끓이면 완성!
(원한다면 파와 땡초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
* 집 된장은 조금 오래 끓여야 깊은 맛이 우러난다.
두반장오이피클
1. 오이를 썰어서 소금을 살짝 뿌리고 냉장고에 30분정도 둔다.
2. 고명으로 빨간고추와 마늘 슬라이스는 넣어도 그만 안넣어도 그만
3. 두반장 조금/설탕/식초/고추기름을 적당히 섞어서 소스를 준비하고
4. 냉장고에서 꺼낸 오이에 무쳐주면 완성!
디저트
국화차/커피/용과
히요식당 첫 번째 손님: 송진희
우리 사회의 중요한 관찰자 혹은 매개자로서 작가의 위치를 설정한다. 그녀는 작업에 임함에 있어, 자기 주변에 대한 경험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를 연구해 나가가는 사회학자적인 태도를 취한다. 신비로운 창조자라는 예술가의 위치를 떨쳐버리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조사와 기록, 나열과 조합, 편집과 발표의 과정을 거쳐 의미를 발굴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작업은 하나의 사물 혹은 물질로서의 작품으로 명명되기보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장’에 관계하는 과정과 분위기, 사람들, 입장, 응답과 같은 것들로 채워지며 완성되어 간다.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다루어질 것이며,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소리 없이 사장되어 가는 이곳의 존재와 목소리들을 그 외부로 발신하고 다시 외부의 목소리를 수신하는 매개자로서 관여할 것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작가소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