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요식당 in Tokyo

함께가는 예술인 vol.64

by 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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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4일 <히요식당>이란 이름을 처음 내건 후 이곳저곳에서 요리를 해왔다.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재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나름의 고집과 소박한 규칙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나의 생활 역시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그동안 부산 안에서 이사를 2번이나 했으니!) 지금의 히요식당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음식을 차려내고 친구를 초대하여 나눈 대화를 글로 다듬어 기록하는 방식’ 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마저도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피로가 목구멍까지 차 올랐구나’ 하는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서야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예전만큼 즐거움의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니 일상이 예술이라 떠들었던 말도 괜한 사치인 듯 삐죽거리게 된다. 약속한 마감일을 한참 넘긴 시간, 이번 호에서도 마무리 짓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면목이 없어 스스로를 괴롭힐지라도 제대로 다듬어내지 못한 친구와의 대화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지난 9월 일본의 도쿄, 코엔지에 있는 수수께끼의 ‘なんとか Bar’에서 이틀간 열었던 히요식당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친구들과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오랜만에 어디로든 여행가고 싶었고, 코엔지에서 열리는 No Limit Festival에 참여도 하고 싶었다. (이런걸 절호의 찬스라고 하던가!) 2011년 한 권의 책이 인연이 되어 거의 매년 부산이나 일본을 왕래해 온 마츠모토 하지메(가난뱅이의 역습 저자)씨, 그가 운영하고 있는 <아마추어의 반란 5호점> ‘리사이클 샵’을 기점으로 함께 놀며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이 이번에 제대로 일을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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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왔으면 했어요, 중심이 되는 사람만이 모이는게 아니라. 그게 가능하다면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될 테니까… 가능하면 여러 사람이, 특별히 예술가나 뮤지션이나 가게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도 부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잠 잘 수 있는 곳과 먹을 수 있는 것을 우리 쪽에서 준비하니까 놀러와! 교통비만 있으면 일단은 죽지않아!’’ 라고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했어요.

팟캐스트 <네시이십분라디오> 62회 녹음 내용중 마츠모토 하지메씨의 말
2016.9.12 @manuke guest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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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아시아 각지의 엉뚱한 얼간이들이 도쿄에 집결!


<No Limit> 도쿄자치구(Tokyo autonomous zone) 라는 타이틀을 걸고 2016년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코엔지와 신주쿠, 쿠니타치, 시모키타자와 등 도쿄 내에 있는 재미있는 장소들에서 음악공연, 전시, 토크쇼, 워크숍, 야외이벤트, 영화상영 등 전방위 축제가 열렸다. 한국을 포함하여 대만, 상해, 홍콩, 말레이시아, 독일, 일본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내가 들은 숫자만으로도 180여명이다. 나와 일행은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해서 전야행사로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수수께끼의 なんとか bar(어떻게든 bar)에서 히요식당을 열기로 했다. 이 장소는 매일 점주가 바뀐다. (부산 장전동에서 나유타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나카도 한국에 오기 전엔 이곳에서 활동했었다. 나는 그녀를 부산이 아닌 여기에서 처음 만났고 생각해보니 그 인연으로 히요식당을 시작했다.) 낮과 밤 시간대를 나눠서 오픈하는데 가끔 외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하루고 이틀이고 그들만의 특별 메뉴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고 수익의 조금은 장소비로, 나머지는 그들의 여행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 지역의 괴짜같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금상첨화. 나도 2012년쯤 생각다방 산책극장이 대연동에 있었을 때, 수도공사비 마련을 위해 일일카페를 열었던 적이 있다. 경험이 있기도 하니 이번엔 간단한 메뉴로 놀듯이 한번 해보자! 시작했는데… 이벤트는 이벤트였던가. 오전 11시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재료를 들고 근처에서 몇 가지의 채소를 더 구입해서 bar에 도착했다. 음악을 틀고 밑 준비를 정신없이 하고는 손에 익지 않은 주방에서 요리를 적절히 담아낼 그릇을 찾아내서 맛도 볼 겸 사진도 찍어 SNS에 알릴 겸 예쁘게 한 그릇 만들었다. 그 순간 첫 손님의 등장! 고마워라! 맛은 어떤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축제는 즐기고 있는지 등등 이야기를 이어 나가면서 바쁘게 첫날과 둘째 날 알뜰히 메뉴를 다 소진하고 체력도 바닥까지 긁어 썼다. 9월이지만 여전히 더웠던 날씨 덕에 고소한 콩국수와 매콤한 비빔당면은 나름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7000엔 정도였고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날, 오키나와 음식과 술을 한 잔씩 나누어 마시는데 사용했다. (이날 한국은 이례적인 지진이 일어났다고 한다. 지진을 피해 지진이 빈번한 일본에 있었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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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당면 이미지 @gajiiwo (사진찍은사람).jpg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즐기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온 것이 내심 아쉬웠지만, 국경을 넘어 한계 없이 경계 없이 그저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대화 나누고 음식도 함께 먹으며 보낸 일주일은 그 자체로 큰 위로와 같은 휴식이었다. 그저 지금의 현실 정치와 세상이 뭔가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라마다 문화와 환경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틈을 내서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 우리는 스스로 마누케(얼간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자신을 유연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삶을 즐기는 영리한 방법은 아닐까. 4년전 코엔지를 방문했을 때 늦은 밤 둘러앉아 나누었던 희망사항이, 지금의 현실로 도착한 것을 나는 목격했다. 그 때 그는 동아시아 지도를 그리고 싶어했고, 공통으로 쓰일 수 있는 화폐를 만든다면 밥이 담긴 그릇의 모양이 하나 두 개 세 개 그려져 있어서 환율과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어느 나라를 가도 밥 한 그릇 두 그릇 얻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결국 인간은 먹고 자는 것이 기본이니까. 이번 축제를 방문한 외국 친구들에게는 직접 만든 패스포트를 나누어 주었고 잘자리와 끼니를 채울 오니기리를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술 한잔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것은 목적 없는 환대임에 틀림없다. 목적 없는 것이 목적일 때가 있었는데… 어느 샌가 나에게 너무 많은 목적이 생겨버렸다. 그것 또한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내가 있는 곳으로 목적 없이 그들을 초대하고, 나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목적 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내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것도 안해도 딴지 걸지 않는 느슨한 관계는 언제나 필요하니까. 항상 연락이 닿지는 않더라도 잘 지내고 있을거라는 안심, 그것은 내 불완전한 생활의 버팀목이기도 하니까. 안녕, 마누케 친구들!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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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요식당 § 채식 레시피


간단 콩국수

1. 시중에 파는 콩가루(를 사용했다)를 물에 잘 녹이고 소금으로 간하여 냉장고에 넣어둔다.

2. 오이는 잘게 채 썰어 두고,

3. 국수를 맛있게 삶아서 찬물에 잘 씻어 둔다.

4. 그릇에 국수를 담고 콩국물을 부은 후, 얼음을 동동 띄우고

5. 고명으로 채 썬 오이를 얹어 검은 깨를 솔솔 뿌려내면 완성!


부산 별미* 비빔당면

1. 불리지 않은 당면은 6분간 삶아서 찬물에 씻어 둔다.

2. 당근은 채 썰고 부추도 비슷한 길이로 잘라서 각각 데친다.

3. 김치를 송송 다져 둔다.

4. 삶은 당면에 당근과 부추와 김치를 얹고 기호에 따라 매운 고추를 곁들여서 비빔장을 더해 낸다.

<비빔장> 고추장 간장 매실엑기스 다진마늘 식초 참기름 깨 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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