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함께가는 예술인 vol.65

by 히요

BGM

임재범 <비상> :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할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되줄거야 힘겨웠던 방황은


#일상 #드로잉 #노동 #무기력 #여름과 겨울 #관계 #젠더 #생각다방산책극장 #페미니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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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형 : 아, 채식메뉴로 해요? 히요식당이? 음~

H : 그래서! 아, 어떡하지 채식을 하면 아쉬울텐데. (건형씨는 속이 든든해지는 요리를 좋아한다) 아마 히요식당 처음 했을 때 그때도 건형씨가 강된장 먹었을 거에요. 그때도 여름이었고,

건형: 히요식당?

H : 저~어기 나유타에서 했을 때

건형 : 아아아! 그때 맛있다고 했던 것 같다. 기대는 안했는데 맛있다고

H : 아하핳 그때는 강된장이 아니라 약간 된장 덮밥처럼 되서 ㅋㅋ



그단새 계절이 바뀌고


건형씨와의 만남은 사실 지나온 여름의 시작, 6월이었다.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고 선풍기를 틀고 얼음이 잔뜩 든 수박주스를 마셨었는데... 그 사이 원고를 내야하는 시기만 되면 무슨 일로 그리 바빴는지 나는 미처 다듬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를 만지작거리며 ‘아, 이대로는 안돼.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겨울이 된 것이다. 이렇게까지 늦어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대충 내놓을 수 없는 친구였으니까. 그를 위해 여름 메뉴를 차렸었다. 여름 야채로 전을 굽고 가지찜, 오이냉국, 강된장을 만들었다. 채식이지만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나둘 추가된 메뉴는 결국 균형감을 잃고 말았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되려 허전해진 것. 낮잠도 자고 대화를 나누고, 중앙동 작업실(히요방)에 함께 들러 고양이 폴이봄이 밥을 챙겨주고 널찍한 창을 가릴 커텐을 달았다. 저녁나절 약간 출출해진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시원한 열무김치에 국수를 말아 먹었다.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보냈지만 아쉬움이 남더라. 원고를 넘기지 못한 핑계로 나는 11월에 다시한번 그를 초대할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중에 두 번이나 나를 찾아와 준 친구에게, 언제쯤 잡지에 실릴까 어쩌면 기다렸을 친구에게 먼저 미안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낸다.



건형 : 요리할 때 말 안 하는 게 집중 잘되죠?

H : 아~말해도 괜찮고 안 해도 괜찮고

건형 : 그럼 먹을 때 (얘기해요) 나는 책보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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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먹는 밥 한 끼


언제나 옆의 사람을 살피고 자신이 가능한 만큼 충분한 공감을 토대로 관계를 맺어가는 사람이다. 친구를 초대하고는 허둥지둥 대 여섯 가지의 메뉴를 혼자서 요리하다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는데 그러는 사이 친구들은 집과 그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도 하고 한 두 마디 내게 근황을 먼저 물어가며 시간을 보낸다. 보통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면, 난 아마 참아내지 못하고 “도대체 언제 먹을 수 있는 거에요!” 몇 번이고 되물으며 씩씩거렸을 것이다. 교감없이 차려진 식탁 앞에서 나는 줄곧 배가 고플 것이고, 굳이 개인사를 엮어가며 내 앞의 요리사(인지 매뉴얼대로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기계)와 관계 맺는 것에서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테니까. 시간이 금이요 돈인 시대, 그 바쁜 도시에서 정말로 슬-로-우(느린) 푸드(음식)를 마주한 나의 친구들은 단 한 번도 나를 닦달하지 않았고, 나 역시 룰루랄라 신나게 요리하다가 한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언제나 가방 안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 현재 읽고 있는 책, 블로그나 sns를 할 수 있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건형씨는 이날도 사부작 사부작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나를 기다려줬다. 느리고 서름한 히요식당의 손님들은 참으로 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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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드로잉 책은 참 많고 누구나 일상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건 다 뻥이다. 그림을 꾸준히 그리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기 떄문이다. 매일 30분 정도만 할애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무언가를 ‘매일’ 꾸준히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잘안다." 

책 『손 그림, 일 그림, 삶 그림, 계속 그림(교육공동체벗)』 중에서



늘상


첫 만남은 대연동 생각다방에서였다. 어느 쪽이 먼저 다가갔을까? 정말로 생각다방산책극장이라는 장소를 아꼈던 한 사람이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도, 도움이 필요할 때에도 줄곧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가깝지만 먼 멀지만 가까운 양산에 살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직장인이자 노동자로서의 삶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한 백수 예술가의 삶’을 선택한 친구들처럼은 못살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가난한 우리를 돕는 일은 마다하지 않았다. 그것이 분명한 건형씨의 힘이고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그가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 많다. 일상을 그리고, 일상을 기록하고, 일상에서 배우고, 끊임없이 읽는 사람이며, 늘상 그것을 나눈다. 최근에 계속 그려온 그림들을 모아 책을 발간했다. 가끔 나도 건형씨와 함께 실내에서 혹은 야외에서 그럼을 그렸는데, 서툰 그림에도 그는 언제나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 힘에 으쌰으쌰 재밌어하며 매일 그리기를 시도해보아도 역시 쉽지 않은 일이란 걸 3일 만에 깨닫는다. 하지만 그는 지속하는 것과 그간에 조금씩 해온 작업의 결과를 묶어내는 일도 해냈다. 무기력함과 우울함에 지지 않는, 삶에 결코 무심하지 않은 그 시선과 손끝이 그를 살아 있게 하는 동력원은 아닐까?



H : 무슨 책 봐요?

건형 : 우리 짝지(가) 번역한 거에요. 이제 볼라고.

H : 아~ 책이 왔구나! 잘나왔네 이쁘게 나왔네. 팔리지 않을까요?

건형 : 에리히 프롬이라서^^ 나도 그냥 이 사람의 일생의 얘기니까 공부삼아(봐요)

원래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1년동안 애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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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지


뺄 수 없는 이야기. 그에게는 짝지가 있다. 건형씨를 통해서 소개를 받았지만 이제는 나도 친구가 된 그의 짝지.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옆에는 항상 짝지가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책상의 경계를 넘지 않으며 눈을 흘겼어도, 좋으나 싫으나 짝지였다. 그 후 나는 ‘짝지’라는 말이 이렇게 애틋하고 달콤한 것 인지, 건형씨를 만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우리는 모두 각자 2017년을 앞둔 지금 새로운 삶의 체계속으로 풍덩! 뛰어 들고 있다.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는 일은 나에게는, 우리에게는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림이지만 그것을 하고 있다. 생소하고 어색한 일이라 혼인신고를 하는 방법까지 재잘재잘 함께 나누는데...(모르는게 너무 많았어!) 그게 참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먼저 시작한 친구의 출발을 응원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무엇의 출발이었는지 알게 되겠지?




히요식당 § 레시피


흰쌀밥

대파장국

1. 대파를 5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살짝 데쳐둔다.

2.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채를 썰어두고 숙주도 살짝 데쳐둔다.

3. 전날 물에 푹- 불려둔 마른고사리를 뜨거운 물에 20분 정도 삶아내서 찬물에 담가둔다.

4. 준비된 대파, 고사리, 표고버섯, 숙주를 담고 고춧가루,다진마늘,국간장,후추로 양념을 하고 잘 버무려서 한시간 이상 재워둔다.

5. 채수에 양파를 넣고 끓인 다음 4의 재료를 넣고 푹 끓여준다.

6. 충분히 끓였다 싶으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여 낸다.


차돌박이 샐러드

1. 어린잎이나 새싹 등 샐러드용 채소를 씻어서 물기를 빼준다.

2. 양파도 얇게 슬라이스해서 썰어둔다.

3. 식초, 레몬즙, 곱게 다진 붉은색 매운고추, 소금, 약간의 간장, 올리브오일 조금, 후추 조금으로 새콤 짭짤한 소스를 만들어 둔다. (취향에 맞게 소스를 만들어보면 좋다!)

4. 차돌박이를 먹음직스럽게 구워서 접시에 담고 그릇 가운데에 샐러드를 수북히 쌓은 뒤 소스를 얹으면 완성!


숙주부추두부볶음

1. 숙주와 부추는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두고, 두부는 물기를 제거하고 으깨어 놓는다.

2. 팬에 고추기름을 두른 뒤 적당히 달구어지면 숙주가 숨이 살짝 죽을 만큼만 볶는다.

3. 두부를 추가하여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4. 적당히 고추기름 색이 들면 참기름을 뿌려서 섞어준다.

5. 마지막으로 부추를 넣고 가볍게 한번 섞어주고 불을 끈다.


매콤감자조림

1. 감자를 먹기좋게 작은 큐브모양으로 썰어준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땡초를 볶아 매운향을 낸다.

3. 팬이 달궈지면 감자를 넣고 한번 볶은 뒤 설탕과 간장으로 넣고 눌러붙지 않게 계속 저어주면서 익힌다. 물을 조금 추가해도 괜찮다.

4. 감자가 익으면 좋아하는 향신료를 추가하면 색다른 감자조림을 맛볼수 있다.


오이볶음

1. 오이는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다음,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썰어서 소금에 절여둔다.

2. 기름을 두르고 편으로 썬 마늘과 베트남고추 or 마른고추를 넣고 중불에서 고추기름을 만든다.

3. (생략가능한단계)닭가슴살이나 돼지고기를 넣어서 볶아준다.

4. 절인 오이를 넣은 뒤 5분정도 더 볶아서 완성한다.


백산차



히요식당 세 번째 손님, 박조건형

일상드로잉작가. 경남 양산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블로그(blog.naver.com/buddhkun2)와 페이스북에 제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계속 공부하고 있고, 나이를 떠난 친구 맺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많이 개발해야 노후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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