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piaci (나는 너를 좋아해)’ 빈첸조를 처음 만났을 때 배운 이탈리아어! (왜 이 말을 배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1년이었고, 빈첸조는 친구의 소개로 다방에 오게 되었고, 때마침 우리는 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는 스스럼없이 빗자루를 들고 구석구석 거미줄과 먼지를 청소해 주었다. 영어로 어째저째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의 절반도 다 못 나눴지. 그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빈첸조와는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반갑고 만나면 기쁜 친구이다. 그 후로도 1년에 한 번씩은 꼭 한국에 놀러왔고, 그때마다 부산에 들러서 우리를 만나고 돌아갔다. 2013년에는 약속한 것처럼 김장철에 와서 같이 김치를 담갔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이탈리아와 한국 ‘음식’을 매개로 작은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했는데, 어느 날 ‘김치&바질’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부지런히 요리를 배우거나 맛보고 사진과 글을 정리해 올려서 공유하고 있다. 언제나 응원한다. 이제는 한국말이 많이 늘었다 하니 좀 더 속 깊은 이야기를 차 한 잔 앞에 두고 긴 시간 나누고 싶다.
쿠바에 다녀온 직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갔었다. 사실 어딘가 가고 싶은데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었고, 그곳에 빈첸조가 지내고 있으니 친구집 놀러가 듯 무작정 행선지를 정했다. 암스테르담의 날씨는 내내 비가 오거나 흐려서 우중충했고, 빈첸조가 친구와 함께 지내는 집의 소파를 빌려(카우치서핑?!) 얼마간 지냈다. 동행한 고짱과 빈첸조, 안드레아, 현주언니랑 거의 매일 다같이 어울려 요리를 해서 밥을 먹었고, 트램을 타고 시내에 나가 구경을 하기도 하며, 플리마켓에 가서 마음에 드는 소품을 사고, 맛있는 맥주를 마셨다. MOGWAI 밴드 공연을 보았던 것은 정말로 꿈같다.
암스테르담에 지내는 동안 나는 멈출 수 없고, 감출 수 없는 기침을 밤마다 폐가 들썩거릴 정도로 했고, 계속 낫지 않아서 빈첸조의 하우스 닥터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낯선 말들이 적힌 약을 먹으며 기침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내 숨소리를 들었다. 공기가 코를 통해 기도를 지나 폐에 닿는 느낌을 처음으로 가만히 느껴보았다. 어디가 잘못된 것인가 짚어보면서. 그렇게 2013년 겨울이, 나의 20대가 끝나가고 있었다. 빈첸조가 언제나 나에게 해줬던 말, professionaaaaal :D을 기억할게.
김치앤바질 사이트 : http://www.kimchiebasilico.it/
2012년에 탄생한 한국요리 프로젝트입니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2012년부터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맛과 색감, 그리고 음식의 매운맛은 놀라운 발견이었으며, 맛에 대한이 여정은 그 후로 계속되었습니다. 제가하고 싶은 일은 한국 요리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에 이탈리아에서 온 저의 눈을 통해 한국 요리와 그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시아 음식에 관해서는 일본과 중국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여 한국과 이탈리아 요리 문화의 예기치 않은 유사점을 강조하여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