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 찍어 주기, 찍히기

여행을 담아내는 사진

by 언디 UnD


여행을 하다 보면 필수적으로, 혹은 주객전도에 가깝게 집착하게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사진 찍기. 특정한 순간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록하고, 시간이 흘러도 이 시간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수단으로 사진은 아주 적합하고 유용하다. 인간의 기억은 하루 이틀, 아니 몇 시간만에도 쉽사리 흐려지기 때문에, 이런 불완전함을 너무 잘 알기에 어떻게든 영원의 순간을 담고자 매달리게 되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추억할 목적으로 사진을 마구 찍어대지만 여행의 시간 대부분을 사진 찍기로 채운다면 결국 남는 기억은 사진을 찍은 그것뿐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애초에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데도 매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인식은 꽤 편협하다. 이런저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기 힘든 여행 사진 촬영. 나는 아마도 분명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셔터를 누르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어쩔 때는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고 생각한 여행에서 건질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고, 또 다른 때에는 사진을 너무 안 찍어서 절대 양 자체가 부족하다는 후회가 드는 여행도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보통 같은 장면에서 너무 비슷한 사진을 많이 찍었다거나, 반대로 찍기는 찍었으나 이후 용도를 고려하지 않아 화질이나 구도의 비율 등이 안 맞는 경우도 있었다. 후자의 여행은 위에서 언급한 “여행 즐기기 - 사진 촬영” 사이의 아이러니를 극복하고자 했던 경우였다. 있는 그대로, 내 몸과 마음을 다해, 현재를 느껴보자! 마음먹고 사진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으나 막상 나중에 남는 것이 없으니 서운했던 상황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진 촬영의 최적화가 필요한 거였다. 모바일 사진첩이나 외장하드를 자주 관리하거나, 깔끔하게 정리하는 편이 아닌 나 같은 사람은 효율적인 사진 촬영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시도해보게 된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풍경을 풀샷에 가깝게 고화질로 찍는다. (1-2장)

2. 풍경 중에서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에 다가가거나, 기계적으로 줌을 당겨서 조금 더 확대된 샷을 찍는다. 이 때는 1번에 비해 조금 더 많은 샷을 남기는 것이 좋다. (3-5장)

3. 풍경에 인물을 집어넣는다(?!). 어떤 위치에 어느 정도의 비율로 들어가면 좋을지 미리 구상하고 해당 위치로 가도록 유도한 뒤, 풀샷, 반샷, 클로즈업샷을 찍는다. (3-5장)

4. 그 외에 특별히 퍼블릭 공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셀피 및 막샷은 자유롭게. (최대 5장 정도로만)


이렇게 되면 하나의 장소나 시퀀스에 20장 이하로 사진을 남길 수 있고, 사실 이 이상이 되면 그 사진이 그 사진 같은... ‘유럽에서 찍은 성당 사진’ 같은 개념으로 변질되기 쉽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100장 중 한 장 걸리면 된다는 마인드의 인물 사진 촬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동영상을 찍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능력과 다른 이를 찍어주는 능력, 그리고 사진을 잘 찍히는 능력은 모두 별개라고 생각이 드는데, 나는 찍거나 찍어주는 건 잘하는데 잘 찍히는 편은 아니다. 사진을 잘 찍히려면 언제 어떤 표정일 때 스스로가 가장 예쁜지 알아야 할 것 같고, 자기 자신을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연예인병이 없는 나는 둘 다 어쩐지 자신이 없다.


아무튼, 앞의 두 가지를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다 보니 역으로 다른 사람이 사진을 잘 못 찍거나 잘 못 찍어줄 때 약간의 억울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 구도, 이 정도 비율로 찍으면 될 것 같은데, 기대감을 가지고 다른 이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보면 뭔가 어그러지고 찌그러져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예상에 벗어난 사진을 받아 들기 때문이다. 나의 고약한 성향의 피해자는 주로 함께 여행을 했던 엄마와 현재 내 남편님이신데, 둘 다 나의 입맛을 맞추느라 굉장히 어려움을 겪으셨고 여행 중 나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치 내가 원하는 사진을 일부러 찍어주지 않는 듯한 남편의 고집이 밉기도 했는데, 그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원하는 사진’이 무엇인지를 남편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사건들을 겪다 보니, 내 기준에서 잘 찍는 인물 사진은 바로 찍히는 인물이 원하는 사진을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대로 찍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인물의 얼굴과 신체는 그 인물이 생긴 모습 그대로 나온다. 결국 그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이 되는 풍경의 빛과 구도, 인물이 차지하는 위치 등이 변수가 된다. 경험적으로 잘 찍은 ‘인물 + 배경 풍경’ 사진들을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금세 좋은 표본들을 따라 사진을 찍어볼 수 있고, 나는 이것이 학습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찍는 사진이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사진도 미술적인 요소를 반드시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장도 연습하면 늘듯이, (우리 엄마와 남편의) 사진 촬영 능력도 점차 발전한다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도 된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두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받고 싶다.)


사진작가가 아닌 사람에게 출품할 정도의 퀄리티의 여행 사진은 필요하지 않다. 좋은 카메라라고 해서 돈 써가며 이것저것 사봤지만, 결국에는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만 달랑 가지고 여행하는 내가 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렇게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공유할 수도 있게 되었으므로 거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사진을 찍는 각자의 선택인 셈이다. 그냥 막 찍는 사진은 그냥 스러져 잊혀져도 되고, 삭제되어도 아쉽거나 억울하지 않고, 나중에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끝까지 기억되는 사진들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는 마음으로 찍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도가 담겨있었다. 객관적으로 잘 찍지 못했더라도, 그 순간의 감정과 호기심, 간절함이 담겨있는 사진들도 있다. 사진을 찍느라 어쩌면 여행을 낭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주객전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최소한 스마트폰을 차지하는 용량 정도로는 의미 있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내 여행의 시간을 부지런히 할애하고 싶은 여행자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감정이 절대 자연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알기에, 그 느낌이 들 때에는 그 마음과 감정에 솔직한 여행자가 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