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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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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디 UnD

양재천을 끼고 달리는

저녁 자전거 달리기


어스름이 질때쯤

시작되는 혼자만의 느지막한 질주


파랗게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스쳐가는 사람들 곁에

일어오르는 조용한 저녁 바람


오래되고 삐걱대는

불량 따릉이를 골랐어도

운 나쁘다 생각이 들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끼이이익-

페달을 밟다가 발을 떼면

드르르르륵-

찌르르르륵-


자전거가 내는 소음 속에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묻혀서 좋다.


어디까지 가면 좋을까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부시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고

하늘이 가득히 캄캄해지는 순간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길 위를 걷는 다양한 사람들

퇴근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최고로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착각


기분 좋은 착각에 잠겨

조금 힘빠진 다리는 더욱 페달을 밟는다


페달을 밟다가 발을 떼면

드르르르륵-

찌르르르륵-


페달을 밟고 있는데도 어디선가

찌르르르르-

찌드르르르-


끼고 달리는 풀섶에서

몇 마리인지 모르는 여름 벌레들이

자전거 체인과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힘껏 밟던 페달을 떼고

지르르르르-

찌그르르르-

함께 공명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여름밤은 도무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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