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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는 없었던 걸음을 할 때가 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때는 보통 혼자인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샛길
갑자기 나를 향해 손짓하는 그 길의 방향으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옮겨지는 그 때가 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최면에 걸려 마녀의 물레를 향해 손가락을 대듯
한 걸음 한 걸음 다른 세계로 초대된다
그런 숲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촉촉히 젖어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비에 젖은 숲의 이야기
외부 세계와 비밀스러운 안쪽의 세계는
고작 한 걸음 정도
그 한 걸음을 감수하지 않는 자에게는
영원히 발견되지 않는 장소
비에 젖어야만 맡을 수 있는
그 향기 냄새 온도 촉촉함
설명하지만 공유될 수 없는 젖은 숲에서의 기억
그 기억을 더듬어
또 언젠가 같은 온도 같은 향기 같은 공기를 내뿜는
젖은 숲이 나를 부르고, 나는 그를 찾아가겠지
예정에는 없던 초대이지만,
못 이기는 척 또 그곳으로 걸음을 옮길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