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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디 UnD Jan 21. 2024

Outro. 이탈리아여행이 내게 남긴 것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와 함께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꽤나 긴 연재를 통해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중간중간 미처 다 적지 못한 작은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이 글에서 19박 20일의 이탈리아 여행 정리, 사소한 몇 사건의 기록과 과연 이렇게 여행을 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총평:

햇빛,열정,사람,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했던.

나 홀로 도전했고 성공한 여행이었다!


루트: 밀라노 IN > 피렌체 > 토스카나 (시에나, 부온콘벤토) > 그라돌리(볼세나 호수)> 티볼리 > 카시노 > 나폴리 > 마이오리 > 포지타노 > 마사 루브렌세 > 티볼리 > 로마 OUT


총숙박비: 333만원/ 1박 평균 17.5만

렌트비:185만원/ 1박 평균 12.3만

주유비: 23만원

=여기까지 541만원

그외 먹거리 쇼핑거리 등을 포함해서 거진 월급 몇달치를 카드 값에 밀어넣게 되었다. 막상 카드명세서를 보고는 헉 했지만 후회는 조금도 없는, 값이 아깝지 않은 여행이었음을 자부한다ㅎㅎ


평소에는 1인칭 관점의 일상을 탈출하는 것만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내 일상을 떠나 누군가의 일상에 들어간 듯한 여행이었다. 더 넓어지고, 많은 것을 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나홀로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혼자 있을 때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소통하기가 훨씬 쉽다는 점에서 반드시 같이 여행을 해야만 즐거운 여행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리 남자들의 플러팅은 거의 없었지만, 재미있었던 사건은 카페 바리스타가 근무를 마치고 교대를 하면서 나가는데 갑자기 테라스에 앉아있던 나에게 자기 이름을 말해주면서 악수를 청한 것. 얼떨결에 손을 잡고 흔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수줍고 귀여운 관심의 표현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이름을 말해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한참을 곰곰 생각해봤다.


여행에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가장 바보같은 일. 물건 잃어버린 횟수 3회, 그중에서 2회는 물건을 직접 되찾아왔고, 1회는 저절로 나에게 돌아왔다. 분실 물건(이라고 쓰고 두고 온 물건이라 읽는다.) 캐리어 안에 딸려있던 옷걸이형 수납팩, 블루투스 이어폰, 카메라 On/Off 다이얼. 옷걸이형 수납팩은 3시간을 돌아가서 다시 찾아왔다는 에피소드를 연재글에 적었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나폴리 숙소에 두고 나왔는데 숙소 주인분이 근처 호텔 로비에 맡겨주셨다. 이 때 다시 찾은 주차장의 깡패같은 아저씨가 5분 주차에 10유로를 뜯어갔다. 매우 억울했지만, 결국 뜯길 돈을 뜯겼다는 생각에 체념했더랬다. 나폴리 깡패 자식은 다음에 오면 50% 할인을 해주겠다는 말도안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나는 오늘 내 나라로 떠나기 때문에 다시 올 일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편으로는 10유로에 외국인인 나를 못살게 구는 이 나이든 아저씨가 안쓰럽기도 하여 그냥 못이기는척 넘어갔다. (이 작자는 평생 이리 살다 죽겠지..) 이탈리아에서 여행하며 받은 친절과 환대에 비하면 이 정도 무례함은 받아줄 만 했다. 카메라 on/off 다이얼은 티볼리에서 어느샌가 똑 하고 떨어져 없어져있었는데, 마지막날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수호천사가 왔다간듯 탁자 위에 아무렇지 않게 놓여있었다. 부속을 사야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해서 더욱 발걸음이 가벼웠던 귀국길이 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한번 들른 곳은 여간해선 다시 여행지로 정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탈리아는 또 가고 싶고,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곳, 더 알고 싶은 곳이라는 점이 선명하게 남는다. 그만큼 지루하지 않은 곳이고, 특히 한국 여성들에게는 너무 매력적인, 또 나와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곳곳에서 사랑에 빠질만한 흥미로운 공간임에 틀림 없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게 되면, 이제는 관광지라고 라벨링 된 곳이 아닌 현지 사람들이 추천하는 장소들을 여행해볼 참이다.

사르데냐, 푸글리아, 돌로미티. 내 다음 여행지!


끝으로, 이번에 연재한 브런치북 <이토록 충만한 이탈리아>를 조금 더 보완해서 못 올린 사진과 함께 독립출판을 해볼 계획을 하고 있다. 브런치에서 출간 연락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지난하기도 하고, 특정한 수요에 맞춘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주든 그렇지 않든 작은 책 출판을 시도해보고,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어보려고 한다. 나중에 정식으로 책을 낼 기회가 생기면 더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능동적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목적이다. 종이책을 만드는 과정도 추후에 글로 남기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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