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키워드: 카페

편안함 충전소

by 언디 UnD

카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 카페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카페를 가는 데는 별다른 자격 조건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음료 한 잔 값만 내면 쾌적하고 널찍한 공간을 자유롭게 점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료나 음식을 먹고 나서 설거지나 뒷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퇴장만 하면 그만이다.


카페가 주는 감각적인 경험들도 특별하다. 반복을 지겨워하는 나 같은 사람들한테는 매번 다른 공간에서 다른 분위기, 다른 공기를 느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매번 다른 카페를 갈 때마다 느끼는 테이블의 각기 다른 온도, 다양한 디자인의 머그잔과 글라스 컵이 입술에 닿는 느낌, 매장에 흐르는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까지. 모든 부분을 내가 일일이 선택하지 않아도 다채로운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좋아하는 것은 땅값이 비싼 서울 대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공간을 완전히 소유 할 정도로 자본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크든 작든 세를 내고 공간을 빌리는 역할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하리. 카페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다.

카페가 주는 자유로움과 적당한 거리감이 좋다. 카페에서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랄 것도 없고, 또 무얼 하더라도 뭐라하는 사람도 없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그날 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서 그저 식음료를 즐기다 갈 수도 있고, 업무로, 인간 관계로, 돈 문제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며 멍 때려도 좋다. “시간을 보내는 일”이 당연한 곳, 그렇기에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의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현대인에게 주어진 몇 안되는 공간이다.


카페에서는 만국 공통의 음료수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낯선 외국에 가더라도 카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자에게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는 일은 늘 하는 일상적인 일이기에 편안하고 긴장감이 없는 활동이다. 개인적으로 프랜차이즈보다는 단독으로 운영되는 카페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나름대로의 효용이 있다. 작년 뉴욕 여행 때, 긴 긴 비행을 마치고 잔뜩 줄선 입국을 완료한 뒤 처음으로 맛보는 스타벅스의 샷추가 한 아이스 오트 라떼는 나를 소생시켰다.

카페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거나 글을 쓰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나 같이 생각 많고, 그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게 중요한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어떤 날은 맘먹고 글을 쓰려고 해도 써지지 않는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좋아하는 카페로 간다. 맘 편히 시원한 커피 한 잔을 하면 오히려 영감이 떠오르고 글을 쉽게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한참 몰입해서 글을 쓰고 나오면, 글 쓴 시간만큼 짙은 커피 향이 몸에 배어 집에 갈 때까지 은은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카페를 온전히 누리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특권이다. 일에 쫓겨 서두르지 않고, 다음 일정을 생각하지 않고 카페에서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이미 모든 걸 가진 사람이다. 당연하지만 절대 그냥 주어지지 않는 자유, 그것이 카페 이용자의 전제 조건이자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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