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새롭게 알아가다

세 번째 그 사람, 강소아 님

by 언디 UnD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35살 여자 강소아라고 해. 예전에 외국어 교육 기업에서 초창기 멤버로 일했었고, 지금은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고 있어.


어릴 적에는 뭐가 되고 싶었어?

선생님. 친구들 앞에 나와서 수업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즐겁고 설렜어. 유인물 준비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런 나를 좋게 봐주셨는지, 스승님들 중에도 나에게 커서 꼭 선생님 하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여럿 계셨어. 그래서 꿈이 오래도록 확고했던 것 같아. 지금 강사 일을 하고 있으니 꿈을 이룬 셈이네.


정말, 어렸을 때의 꿈을 지금 살아 내고 있구나. 너무 부럽다. 일할 때 말고, 갑자기 자유 시간이 생길 땐 너는 뭐해?

날이 좋을 때는 자전거를 타러 나가. 사실 배운 지 얼마 안 됐는데 자전거 탈 때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 아니면 동대문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액세서리 부자재를 구경하기도 해. 시즌마다 재료나 스타일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해. 일단 난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절대 집에 들어앉아 있지 않는 편이야. 무조건 어딘가 나가야 직성이 풀려.


가까워지고 싶은 유형의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야? 또, 반대로 멀리하게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 인지도 말해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좋아해.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배워보고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서 시도해보는 사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은 없어도 노력 자체가 굉장히 생산성 있는 행동이잖아. 정말 존경스럽고 배우고 싶은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나면 집에 오는 발걸음도 무척 가벼워지지.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 덕분에 나도 충만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 사람을 닮고 싶다.' ,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의지도 샘솟고. 반면, 겸손하지 않고 허세 부리는 사람은 정말 멀리하고 싶어. 사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지. 하지만 그것을 굳이 말로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너무 싸구려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대단한 사람이라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로든 ‘멋’이 드러나게 된다고 생각해. 그게 진정 품격 있는 사람이지.


무엇을 할 때 자부심이나 성취감을 느껴?

내가 충분히 노력한 일에 만족스러운 아웃풋이 나왔을 때. 그런데 나는 완벽주의자라 내 아웃풋에 만족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네. 최근에도 그렇고, 내 삶 전체에서 그런 경험이 손에 꼽는 것 같아. 완벽주의 성향을 버려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 나 자신을 자꾸 채찍질하는 것 같아.


모나지 않고 솔직 털털한 소아가 완벽주의라니, 의외인 걸. 소아에게 행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 최근에 무엇 때문에 행복했는지, 그때 느낌과 생각이 어땠는지 말해줘.

요즘 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어. 수업할 때도 혼자 연습할 때도 나도 모르게 굉장히 열중하나 봐. 정신 차리고 보면 두세 시간은 우습게 지나가 있더라고. 난 뭔가 배움에 푹 빠져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 내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도 뿌듯하고. 이럴 때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껴.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해.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어?

겁이 많아서 두려워하는 게 많은 것 같아. 가장 먼저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게 너무 무서워. 쓸모없다는 건 가치가 없다는 거잖아. 나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이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데, 내가 평가를 받는 상황이 너무 두려워. 면접이나 발표 직전이 되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식은땀이 줄줄 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더더욱 그렇지. 그래서 면접 보는 경우에는 반드시 약국에 들러서 청심환을 먹어. 그래야 진정이 될 것만 같아.


하하, 그 유명한 청심환. 그 정도로 긴장이 되다니. 그럼 너에게 가장 어려운 사람은 누구야? 왜 대하기가 어려울까?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 내가 잘 웃고, 화도 잘 내지 않고, 웬만하면 괜찮다고 웃어넘기다 보니 유독 나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나는 성향 상 싫은 소리도 못하고 상대방이 나로 인해 곤란해지는 상황을 굉장히 불편해해. 그래서 내 딴에는 배려해서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건데 그 배려를 모르면 좀 곤란하지. 괜찮다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괜찮다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왜 배려를 하면 무례함으로 응수를 하는 걸까? 회의감이 들어. 그래서 나도 불편한 건 불편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솔직해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더라고. 그게 잘 안돼.


죽어도 하기 싫은, 하기 버거운 일은 어떤 거야? 그 이유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줘.

내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은 정말 하기 힘들어. ‘대체 왜 그걸 해야 하지?’라는 의문만 들어. 나는 몸도 생각도 움직이려면 먼저 머리로 이해를 해야 해. 그래야 무엇이든 할 마음이 생기거든. 예전에 회사 다닐 때 대표님이 상식적으로, 윤리적으로 부당한 일을 여러 번 시키셨어. 기획서가 통과되는 순간, 같이 일하는 직원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랫사람이니 일은 해야겠고, 그냥 막막하더라고. 도무지 납득이 안되었던 그 일은 당연히 일은 안 됐고 아무리 혼나도 기획서를 못 썼어. 결국 대표님이 포기를 하셨지.


들어본 말 중 가장 상처가 되었던 말이 있어? 또, 반대로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말은 어떤 걸까?

실망이야,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머리가 새하얘지더라. 내가 잘못했든 억울한 상황이든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도 앞으로의 것도 모두 부정당한 기분이 들더라고. 마치 ‘너한테는 이제 희망이 느껴지지 않아’라는 말로 들려. 이 말을 한 상대하고는 어떤 식으로든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아. 반대로 ‘정말 잘했다’라는 말은 몇 번을 들어도 짜릿한 것 같아. 내 결과물 안에 담긴 나의 시간, 노력, 능력까지도 모두 가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잖아. 나도 쓸모 있구나, 라는 생각에 뿌듯하고 보람도 크고. 그래서 제일 듣고 싶어 하는 말인 것 같아. 그러고 보니까 나는 가치 있음, 쓸모 있음에 굉장히 집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 근데 그게 사실인 것 같아.


소아가 생각한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장점은 헤플 정도로 잘 웃는 거. 그래서 주변에서 밝아서 참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의식적으로 하는 것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자꾸 웃음이 저절로 나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 단점은 우유부단하고 주도적으로 무언가 하지 못하는 거. 내가 뭔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걸 잘 못해. 누군가 결정해 줘야 마음이 편해.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고 끊임없이 의심해서 일까. 성공, 실패 여부에 관계없이 도전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실패하기 싫어서 굉장히 계산을 많이 하는 편이야. 조심성이 있는 대신 행동력은 부족한 것 같아. 그래서 리더십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러워.


너를 기뻐서 날뛰게 하는 일이 있을까?

맛있는 거 먹었을 때! 딱 입에 들어가는 순간 ‘이거다!’ 싶으면 발을 동동 굴러. 누가 봐도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정도로. 먹는 걸 정말 좋아해. 그래서 만족스럽지 않은 식사를 하면 기분이 별로 안 좋아져.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기쁨의 높낮이가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되게 단순하지. 기분이 나쁠 때 맛있는 걸 먹으면 금방 마음이 사르르 녹으니까.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맛있는 음식, 나도 먹고 날뛰고 싶어 지는데? 반대로 너를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일, 사람, 사건이 있으면 말해줘.

난 예민한 사람들은 감당을 잘 못하겠어. 누구 와든 관계가 형성되면 오해가 있을 수 있고 마음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해. 근데 나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왜 너 나한테 그렇게 행동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과를 하려 해도 사과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사과를 안 하기에는 상대방의 마음이 상해 있으니까.. 참 당혹스럽고 난감해. 내가 그만큼 민감하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의 예민 스위치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르는 건가 싶기도 해.


“나는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Yes or No? 만약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면, 그게 뭔지도 말해줘.

힘들 때 어딘가에 위로받고 싶어서 참 다양한 방법을 많이 써 봤어.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도 들어보고 혼자 전시회를 가 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위로는 매우 일시적이야. 반나절은 즐거웠을지 몰라도 어차피 집에 오는 길은 또 허탈하고 허망해. 믈론 그게 형편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인 위로는 되지 않는다는 거지. 위로가 필요할 때 기도를 해. 캔들 하나 켜고 첼로 음악을 틀어 놓고, 마음껏 기도하다 보면 어느 정도 생각이 잡힐 때도 있어. 생각이 잡히지 않는 날에도, 나를 인도해주는 힘에 대한 믿음이 마음을 평안함으로 이끄는 것 같아. 그렇게 기도하고 나면 잠도 푹 잘 수 있어.


“나는 가끔 OO이 된 나를 상상해보곤 했다.” 이 문장을 너의 경험으로 완성하고, 그 내용도 설명해줄 수 있어?

“나는 프리랜서로서 성공한 나를 상상해보곤 했다.” 사실 과거형이라기보다 현재형 “한다”인 것 같아.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 누구나 꿈꾸는 거지만, 프리랜서로서 성공한다는 것이 참 막연한 목표인 것 같아.

나에게 있어서 성공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나를 만드는 거야. 프리랜서로 전향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너무 수동적이고 안일하게 일해왔던 것 같아. 최근엔 내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도태되어 가는 건 아닌지 자기반성도 했어. 전문성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섰어. 내가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찾고 싶어. 그게 희소성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 내가 가는 길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正) 길은 아닐지라도 나만의 모습으로 명확하고 멋지게 살고 싶어.


소아의 사랑을 색깔로 표현하면 어떤 색일까?

나는 빨간색, 그중에서도 새빨간색이 아닐까 싶어. 사랑을 할 때는 상대방이 내 삶의 중심이 되어 버려. 이게 너무 과해지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그렇게 되더라고. 모든 시간과 노력을 그 사람에 쏟게 돼. 아깝다는 생각도 안 들고. 굉장히 몰두하게 된달까. 그런데 웃긴 건 이런 뜨거운 마음이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야 하나. 상대방이 어떻게 사랑을 하는 사람인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을 하고 난 다음에야 내 마음을 온전히 쏟아.


스스로 생각할 때, 나는 사랑을 받는 것이 어울린다. 혹은 사랑을 주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둘 중 어느 쪽이야?

나는 사랑을 받는 것이 어울려. 먼저 사랑을 잘 주지 못해. 나는 사랑을 많이 줬는데 그게 돌아오지 않으면 나한테는 너무 큰 상처가 되더라고. 그래서 내가 먼저 주는 사랑에는 조금 소극적인 편이야. 대신에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갑절보다도 더 크게 돌려줘. 호구를 넘어선 '초 슈퍼 호구'가 되어버리지. 간이고 쓸개고 아끼지 않고 다 주거든.


사랑받는 게 어울린다고 했지만, 대답을 더 들어보니 분명 사랑을 주는 일도 능숙하게 잘할 것 같아. 천상 사랑꾼 소아가 사랑하는 상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야?

머리를 쓰담쓰담해줄 때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 '쓰담쓰담'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정말 다양하고 또 강력한 것 같아. ‘넌 정말 예뻐’, ‘나는 너를 참 좋아해’,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항상 응원할게’ 등등. 엄청난 의미들을 다 내포하고 있잖아. 그래서 상대방이 쓰다듬어 주기를 바랄 때는 머리를 들이밀기도 해. 어서 나를 쓰다듬어라! 하고. 히히.


과거로 돌아가 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

되지 않는 일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멀리 떨어져서 생각해 봐. 몇 번을 봐도 아니라면 깔끔하게 돌아서는 것도 용기야. 사랑이든 일이든 골머리 썩히는 걸로 시간을 허비하지는 마. 그것만 아니라면 꽤 괜찮은 앞으로의 10년이야. 지금부터 많은 도전들을 하게 될 텐데 그때마다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갈 거야. 그러니까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고 너의 가능성을 조금은 더 믿어도 괜찮아. 넌 네 생각보다 멋진 사람이라는 거 절대 잊지 말고.


10년 후 미래의 강소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았어. 정말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믿어. 이제는 너 자신보다 가정을 챙기고 있겠지만, 그런 시간들을 통해 받는 기쁨이 정말 클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돼. 헌신이란 것, 정말 좋지만 모든 것을 혼자서 다 감당하려고 하면 지칠 거야. 네가 온전해야 너의 가정도 일도 바로 설 수 있어. 무엇을 하든 네 자신을 찾는 일들을 쉬지 않고 했으면 해.


질문은 끝이야.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소아라는 사람이 삶의 모든 부분에 진지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이라는 거, 그리고 못 말리는 사랑꾼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서 뿌듯해. 날 인터뷰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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