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우재 Dec 26. 2015

우리는 김문기를 반대한다

총장 해임에도 끝나지 않은 상지대 사태

상지대? 그거 다 끝난 얘기 아니야?


대학 문제에 관심 있거나, 혹 그렇지 않더라도 강원도 원주 상지대는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그래, 허구한 날 데모해서 뉴스 나오는 그 학교, 맞다. 학문과 전통보다 분규로 더 잘 알려진 상지대는 지난해 사학비리 전력자 김문기 씨가 총장으로 부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생들은 수업거부까지 감행하며 퇴진을 요구했고,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벌여 겨우 김 씨를 몰아냈다. 당사자인 김 씨가 물러났으니 끝난 거 아니냐고?


글쎄, 다 끝난 얘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상지대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총학생회장은 본관 옥상에서 목숨을 건 위태로운 고공 시위를 벌이고,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육부에 학교법인 상지학원과 상지대를 감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문기 씨도 해임됐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차근차근 그 얘길 해보려 한다.



상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김문기 씨 복귀를 둘러싼 갈등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김문기 씨가 누구냐고? 한마디로 '사학비리의 대명사'다. 강릉 출신 재력가 김 씨는 1972년 상지대 전신인 원주대학에 문교부 임시이사로 파견된 뒤, 이사장 자리에 올라 학교 운영권을 장악하고 제 잇속에 맞게 쥐락펴락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등록금 등을 활용해 60만 평에 이르는 부동산 왕국을 일구고, 금품을 받고 부정 입학을 허용했으며, 교비를 횡령하는 등 '사학비리 종합세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학생들을 '빨갱이'로 음해하기 위해 '용공조작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1993년 김영삼 정부 '사정 1호'로 지목돼 사학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대법원에서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사학비리의 대명사' 김문기 씨


그런 김문기 씨가 작년 8월 18일 거짓말처럼 21년 만에 상지대로 돌아왔다. 이사회가 "산적한 문제를 사명감과 경영능력으로 풀어나갈 적임자"라며 김 씨를 제8대 총장으로 만장일치 선임한 것이다.


당연히 학내 구성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과거 사학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그것도 같은 학교를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될까? 시쳇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요, 간첩 출신을 국방부 요직에 앉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김 씨가 총장으로서 "사명감"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교육계에 발붙일 명분을 잃은 것이다. 기업 경영인도 배임·횡령을 저지르면 경영권을 내놓아야 한다. 하물며 교육기관인 (엄연히 국고지원을 받는) 대학은 오죽할까? 


김 씨의 상지대 복귀에 대다수가 반대한 건 이 때문이다. '참여연대''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외부 단체는 우려 목소리를 내며 이사회와 교육부에 총장 선임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고, <한겨레>,<경향신문><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 언론도 김 씨 총장 선임을 비판했다. (진보·보수가 이렇게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걸 보면, 김문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감이 올 거다.)


교육부도 공식적으로 김 씨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김 씨가 꿈쩍하지 않자, 같은 해 11월 상지대 특별종합감사를 실시해 이듬해 3월 총장 해임 처분을 내렸다. 상지대 이사회는 김 씨를 노골적으로 감싸며 해임 요구를 무시하다가,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불호령에 결국 무릎 꿇고 올해 7월 김 씨를 총장에서 해임했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모 이사는 해임 결정을 내리며 "김문기 총장이 대학을 설립하고 20여 년 고난 끝에 총장직에 앉은 건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할 참된 인재 육성을 위하여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인데, 총장을 해임하면 학교의 미래나 발전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참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라며 통탄했다. 아아.


아, 여기서 잠깐, 근데 애당초 김문기 씨 같은 사람이 어떻게 상지대에 복귀할 수 있었을까?



그러게, 그런 사람이 대체 어떻게 돌아온 건가?


김문기 씨가 상지대로 돌아온 과정 [국민TV]


대법원의 갸우뚱한 판결과 교육부의 황당한 원칙 탓이 크다. 김문기 씨가 1993년 구속·기소로 이사장에서 쫓겨난 뒤, 상지대는 교육부가 파견하는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그 사이 출소한 김 씨는 상지대 복귀에 안간힘을 썼는데, 다행히 김 씨가 1999년 "임시이사 파견을 취소하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며 복귀 야욕이 한풀 꺾이는 듯 싶었다. 이런 가운데 상지대는 2003년 정이사를 선임하며 정상화를 눈 앞에 뒀다.


하지만 김문기 씨가 2007년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건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주심 판사를 맡은 김황식(그렇다, 서울시장 경선 나왔던 그분!) 대법관이 "설립자의 추천에 의해 정이사를 선임하도록 해 설립자의 경영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내 논란이었을 정도로 영 찜찜한 판결이었다. 이 판결로 상지대는 정이사 체제를 확립해 대학 정상화의 마침표를 찍을 기회를 놓쳤고, 되레 김문기 씨 복귀 여지를 남기게 됐다. 모두가 걱정할 무렵, 기어코 일이 터졌다.


사립학교 분쟁 해결을 위해 교육부 산하에 설립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2010년 상지대 정이사 9명을 김문기 측 이사 4명, 구성원·교육부 측 이사 4명, 임시이사 1명으로 구성하도록 결정했다. 김문기 씨가 다시 학교 운영권을 행사할 길이 열린 것이다. 당시 사분위는 '옛 재단 이사 과반 추천권 보장'을 앞세웠는데, 이 황당한 원칙으로  상지대뿐 아니라 영남대, 조선대, 광운대, 서일대, 대구대, 경기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세종대 등 많은 대학의 비리재단 복귀가 정당화됐다. 사학분쟁을 '조정'해야 할 사분위가 오히려 사학분쟁을 '조장'한 꼴. 김 씨 측 이사들이 학교에 복귀한 후, 상지대는 그야말로 악몽의 나날을 보냈다.


사분위는 2014년 3월 김문기 측 이사 1명을 추가 선임하며 확인사살을 날렸다. 설상가상 구성원·교육부 측 이사 중 일부가 돌연 김문기 측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이사회 구성도 김문기 측 6명 대 구성원·교육부 측 3명이 됐다. 김문기 측이 이사회 3분의 2를 장악하면서 구성원·교육부 측 이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사회엔 김문기 측 6명만 남게 됐다. 거칠 것이 없어진 김문기 측은 김문기 씨 차남인 김길남 씨를 이사장에 선임했다. 이로써 21년 만에 김문기 일가가 다시 상지대 운영권을 움켜쥐게 됐다.


덕분에 김문기 씨 총장 복귀도 비교적 손쉽게 이뤄졌다. 김문기 측이 장악한 이사회는 지난해 8월 14일 김 씨를 총장 후보로 추대해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 총장이 되려면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조항을 피하기 위해 김길남 씨가 이사장에서 사퇴하는 '꼼꼼함'도 잊지 않았다. 김문기 씨 총장 복귀는 이렇게 이뤄졌다. 법원과 교육부의 환상적인 공조 속에.



어쨌든 이제 김문기 씨는 해임되지 않았나? 그럼 끝난 것 아닌가?


언뜻 김문기 씨가 총장에서 물러나 상지대 운영권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이사회를 여전히 김문기 측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액 연봉(1억 3천만 원)으로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김문기 씨 장남 김성남 씨가 상임이사로 근무하는 등 상지대 이사회 임원은 9명 모두 김문기 측이 임명한 사람이다. 총장에서 해임된 김 씨가 얼마든지 학교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학내 구성원은 김문기 씨 해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사회 임원 9명을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김 씨 영향력에서 벗어나 진정한 상지대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총장에서 해임되자마자 김문기 씨는 설립자실을 만들어 출근해 논란이 됐다.


구성원 사이에서는 김문기 씨 총장 해임이 '위장해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지대 이사회가 해임 결정을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씨는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이사회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자기가 임명한 사람들로 채워진 이사회에 "해임이 정당하지 않다"며 소송을 걸다니, 벌써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상지대 이사회는 1심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답변서 제출도 안 하는 '무변론'으로 대응해  11월 5일 자동 패소했다.  눈치챘는가? 어떻게든 김 씨 승소를 이끌어 내려는 이사회의 저  눈물겨운 노력을. 일부러 재판에서 져 김 씨가 총장으로 복귀할 길을 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결국 보다 못 한 교육부가 '소송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는 한쪽 당사자를 돕기 위하여 소송에 참가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제71조에 따라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2심 변론에 나서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렇듯 김문기 씨가 이사회를 장악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복귀 야욕을 숨기지 않는 상황에서 상지대 사태는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김 씨 해임에도 구성원이 계속 반발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돈 많은 김문기 씨가 학교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상지대에 김 씨가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면 학교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제라도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면 나쁠 것 없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서, 김문기 씨에게 일말의 기대를 해본다고 하자. 일각에서 재산이 수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재력가인 김 씨가 학교를 위해 투자하고 헌신한다면 당장 학교 발전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김 씨가 정말 학내 구성원을 위해 열심히 일할까? 그간 김 씨가 해온 학교 운영을 보면, 글쎄올시다.


일단 김문기 씨는 지난 2년간 학교 발전을 위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한방병원 분원과 기숙사 신축이 시급함에도 기대했던 대대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상지대 한의과대학은 2017년 한의대 인증평가 통과를 위해 한방병원 분원이 절실하다. 내년 2월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개원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거의 다 됐다"는 말만 내뱉을 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분원을 미루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한의대생 전부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잃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한의대 구성원들은 김문기 씨가 당초 약속했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강력히 항의하는 상황이다. 


한의대생들의 시위 모습


이런 와중에 김문기 씨가 한의대 학생회 간부들에게 "학생들을 평정해달라"며 돈다발을 건네려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한방병원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회 간부들에게 "한의대생들이 앞장서 다른 학생들을 평정해달라. 그러면 내가 왜 한방병원 안 해주겠느냐. 언론에 김문기를 존경한다는 성명 같은 글을 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5만 원권 약 100장을 주려다 학생들에게 거절당했다. 학생들은 "자존심이 너무 상했고, 매수 시도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대화하러 찾아온 학생들에게마저 돈을 건네다니, 과연 김문기 씨답다.


돌이켜보면, 김문기 측은 항상 정상적인 학교 운영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데 더 몰두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사분위 결정으로 이사회에 합류한 김 씨 측 이사들은 "(김문기 씨 복귀 반대를 외치는 학생·교수·직원으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해 달라"는 요구부터 들고 나왔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사회에 무단 불참하거나 중도 퇴장해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를 파행시켰다. 이로 인해 총장 선임, 교수 충원, 예산안 심의 등 주요 사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 수도권 통학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부 지원 공공 기숙사 신축 계획 역시 무산됐다. 상지대가 2013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것도 이사회 파행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김문기 씨가 진정 학교 발전에 뜻이 있었다면 학교를 이렇게 위기로 몰고 가진 않았을 거다. 그러니 이제 와서 학교에 헌신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상지대는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아 위기 상황이다. 무작정 김 씨를 반대하기 보다는 당장 수렁에 빠진 학교를 구하기 위해 어느 정도 서로 믿고 의기투합할 필요도 있어 보이는데?


학내 구성원도 웬만하면 믿고 싶다. 문제는 김문기 씨가 운영하는 대학 본부가 너무할 정도로 무능하다는 것이다. 사학비리 전력을 다 떠나서 무능함 때문에라도 물러나야 할 지경이다. 


상지대가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D-등급을 받은 건 김문기 체제가 얼마나 학교 운영에 미숙한지 여실히 드러낸다. 방정균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대학평가는 학생 취업 지원과 장학금 등 교육 서비스에 관련된 사항에 점수가 높아 염두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도 교육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2014년 5억 6,936만 원에서 2015년 9,376만 원으로 축소하는 등 전혀 대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대화 교양과 교수도 <프레시안> 기고에서 "학생들을 위한 15개 이상 사업에서 6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전액 삭감됐다"며 학생 지원 예산 삭감이 대학평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평가 대비를 제대로 안 한 것.


학생 지원 예산이 삭감되는 동안, 본부는 쇄신과 미관을 이유로 난데없이 CI를 1993년 것으로 바꾸고 '학내 민주화 상징' 해방뜰을 공사하는 데 돈을 썼다. 대법원교육부 결정도 무시한 채 김문기 씨를 설립자라 우기며 되도 않는 치적을 홍보하는 데 골몰했다. 학교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김문기 씨를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탄압도 극심하다. 지난해 김 씨 퇴진 운동에 앞장선 총학생회 간부 4명은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고, 정대화 교수는 파면됐다. 올해는 방정균 교수 등 김 씨를 반대해 온 교수 4명을 파면·정직 징계했다. 교수 7명에 대한 추가 징계도 진행 중이다. 직원 5명도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법원,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지방노동위원회 등에서 부당함을 인정받아 대부분 징계 무효 처분을 받았다. 본부는 김문기 씨에 비판적인 총학생회를 징계와 성적 기준 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아 올해 학생회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학사 논의를 위한 회의도 참석 못 하게 했다. 총학생회실 전기를 차단하는 일까지 벌였다. 학내 언론에 대한 간섭도 심해 <상지대신문>은 올해 세 번이나 정상 발행하지 못 했다.


본부의 무능과 구성원 탄압을 참다 못 한 학생들은 지난 9월 14일 전체학생총회를 열고 무기한 수업거부에 나섰다. 학생들은 ▲총장 이하 본부보직 사퇴 ▲대학구조개혁평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구성원 부당 징계 철회 ▲상지학원 이사회 전원 사퇴 ▲교육부 재감사 및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했다.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도 학생들을 지지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다. 학사 일정이 6주간 마비되는 극단적인 상황에도 본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학사 운영 파행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조재용 총장직무대행은 "이사회가 사직을 반려했다"는 이유로 자리를 지켰고, 다른 보직임원도 '돌려막기' 인사로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 5대 요구안 중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성원 화합을 꾀한다며 6시간 동안 진행한 대토론회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학생총회에 총 1,897명이 참석해 '무기한 수업거부' 안건을 ▲투표인원 1,764명 ▲찬성 1,268명 ▲반대 496명으로 가결했다.
9월 1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약 6주간 수업거부가 진행됐다.


결국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도 김문기 씨는 설립자를 참칭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조재용 씨도 변함없이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구성원 징계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학생자치기구 탄압도 심해져 본부가 총학생회 선거를 감시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벌써부터 본부가 갖은 꼬투리를 잡아 내년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런 마당에 무슨 화합과 의기투합을 논하겠는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 한 총학생회장이 본관 옥상에서 고공 시위를 해도 본부는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한다.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른 구조조정도 구성원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밀실 진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아예 학교를 말아먹고 매각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김문기 체제는 무능과 불통으로 점철돼 있다. 


상지대 구성원이 김문기 퇴진을 목놓아 외치는 건 바로 그래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교육부 책임이 상당하다. 2010년 사분위 결정에 교육부가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교육부는 이를 외면하고 수수방관했다. 이사회가 거듭 파행을 겪어 2012년 당시 채영복 이사장과 유재천 총장이 이사회 운영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음에도 못 들은 체 했다. 지난해 특별종합감사 처분 역시 임시이사 파견을 배제한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장기간 수업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올해도 교육부는 손 놓고 지켜만 봤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학내 구성원은 '재감사'와 '임시이사 파견'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여전히 나 몰라라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상지대 구성원 요구대로 교육부는 이사회와 본부를 재감사해 김문기 체제의 파행적 운영을 낱낱이 파헤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 김문기 씨가 더는 상지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해 상지대를 바로 잡아야 한다.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준식 후보자는 다가올 인사 청문회에서 상지대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성실히 청문회를 준비해 교육 정책의 구체적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후보자의 행보를 지켜보겠다. 교육부가 오랜 숙원인 상지대 문제를 해결해 사학비리를 비호한다는 오명을 씻길 진심으로 바란다. 


상지대 학생 400여 명이 지난 9월 2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방문해 학내 분규 해결을 위한 임시이사 파견을 촉구했다.


"우리라고 뭐 데모하면 막 쾌감을 느끼는 변태라 이러는 줄 알아?" 
- 드라마 <송곳> 3화 구고신 대사 中


맨날 데모해서 뉴스 나오는 상지대, 지겨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알았으면 한다. 학생들이 수업도 거부하고 목숨까지 걸어가며 학교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절박한 상황을 언제까지 눈 뜨고 지켜만 볼 건가? 한때는 남들처럼 평범한 대학 생활을 꿈꿨던 이들이다. 상지대 구성원은 결코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교수가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직원이 학교 발전에 힘쓸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무능하고 불통인 사학비리 전력자는 학교에서 물러나라는 상식적인 바람, 이것이 이뤄질 때까지 상지대 구성원은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김문기를 반대한다.




트위터

https://twitter.com/paranoholic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aranoholic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aranoholic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