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전히 경기회복은 쉽지않다. 몇 달 앞서서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주가만 기대감에 상승하고 있을뿐. 아직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전한 경기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덕인지 그 때문인지... 취업 시장은 냉랭하게 얼어붙고 쉽지 않은 상태에서 VC 하우스 한 곳에 있다가 한달만에 이직을 하게 됐다. 어쩌면 이 글을 그 하우스 대표님이 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인턴했던 하우스까지 합치면 짧지만 3개의 하우스를 경험하게 된 셈이다.
가기 전 하우스와 가고 난 후의 하우스에 대해 비교하는 멍청한 짓 따위는 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이직을 결심하게 된 몇가지 이유 중 공개 가능한 것들을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궁금해할 것 같아서.
1. 창업투자사 -> 신기술금융사업자
처음 들어갔던 회사는 창투사였다면 이직한 회사는 신기사를 지향하는 신생회사였다.
둘은 투자 vehicle의 차이라고 보면 되는데, 창투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면, 신기사는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이게 조금 예전데이터라 그런데, 현재는 벤처캐피탈(창투사) 설립요건은 20억원으로 완화됐다.
최소 필요 자본금도 다르다. 창투사가 20억이라면 신기사는 100억원이다.
그 외에도 투자의무대상, 투자 가능한 조합(fund)도 조금씩 다르면서 겹치고, 여신(대출) 가능 여부, 상장주식 투자 가능 여부 등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확실한 건 신기사가 보다 넓은 범위의 기업에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의 형태도 equity 외에도 다양하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폭넓은 투자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한번 투자업계에 들어왔으니 오래 일할거라는 걸 고려한다면 기왕이면 다양하게 투자방식을 배울 수 있는 신기사에 가고싶었다. 그런데 때마침 기회가 생겼고, 나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한달만에 들어온 회사를 나가게 됐다.
2. 주인의식
솔직히 나는 처음 시작은 엄청 이름있는 하우스에서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제식으로 배우는 업계에서는 큰곳일수록 단계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내 경력이 조금 길기도 하고, 나이도 완전 막내 하기엔 조금 나이가 있고 (그렇다고 VC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도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기술전문가나 바이오전문가도 아니라는 점. 그래서 큰 하우스에는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들은 인턴기간을 거친 후에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말은 즉슨 인턴 끝나면 버려질 수 있다는 것)
그럴바에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주는 신생회사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회사 규정이나 문화 등을 내가 자리잡아 가면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문화가 만들어진 곳에 가서 적응하는 것보단, 내가 함께 만들어나가면 주인의식도 생기고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새로 옮긴 회사는 신생이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꼈다.
3. 연봉 & 인센티브
정말 중요하다. 사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투자 경력이 없는 VC업계 진입하는 신입들의 연봉에 대해 다들 아는지?
산업경력이 전혀 없는 신입인데 VC로 첫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거의 연봉을 3천에서 4천초반 수준밖에 받지 못할 것이다.
작은 회사가 더적게 줄거 같나? 아니다. 오히려 큰 회사가 더 후려친다고 알고 있다.
산업경력이 있다면, 4천후반~5천초반으로 알고 있다. (경력의 길이에 따라 업사이드나 다운사이드 가능하다)
혹시 의사나 변리사 약사 등 전문직이라면 또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런 사람들은 연봉 시작점이 더 높다고 알고 있다.
새로 옮긴 회사는 나같은 산업계 경력만 있는 문송치고는 꽤 괜찮은 대우를 해줬다. 물론 그만큼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서 부담도 어느정도 있지만, 당연히 혹했다.
인센티브도 중요하다.
벤처투자 심사역이라면 인센티브라는 꿈을 먹고 살지 않겠나. 하지만 그 인센티브, 초반 3년은 거의 못받는다고 보면 된다. 왜냐면 회수가 되어야 인센티브를 받는데, 신입으로 들어가서 투자한 회사가 3년안에 회수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초반엔 인센티브 받을 생각보다는 내 투자 트랙 레코드를 잘 다지고 투자 과정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는게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 외에도 이직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직 전 회사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어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나도 이업계에서 그래도 좀 오래 일하고 싶다구...
4월 한달은 여러 방면에서 달려온 달이다.
투심보고서도 작성해보고, 신기사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사업보고서도 작성해보고, LP 영업을 위한 Teaser Letter도 써보고, 딜소싱도 해보고.
아직 아무것도 이룬건 없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게 다 도움이 된다고들 하니. 하나씩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