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안부를 묻고 지내던 일본인 친구가 요즘 일본에서 가장 흥행하는 작품이라며 '귀멸의 칼날'을 추천했다. 평소에 TV를 즐겨보지 않는 친구였는데 추천하길래 꽤나 귀기울여 들었던 편이다.
그 이후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며 주변 지인들이 재밌다고 나에게 꼭 보라고 적극 권했다. 한 때 내가 열렬히 읽던 소년점프에서 연재하던 만화로, 작년 12월 최종 완결이 났다고 한다.
많은 이들의 열렬한 권유로 만화책을 읽을까 하다가,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 1기가 올라와있길래 지난 7월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됐다. 전부 보고 나서 곧바로 영화관에 가서 극장판도 봤다.
<귀멸의 칼날>은 일본 다이쇼 시대(1912년 7월 30일~1926년 12월 25일), 산속에서 숯을 팔며 사는 소년 카마도 탄지로가 혈귀에게 가족을 몰살 당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동생 네즈코 마저 혈귀가 되어버린다.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비밀조직 귀살대가 된 탄지로와 일행들의 이야기다.
스토리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이 그려내는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의 큰 흐름을 따른다. 성장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 재능이 개화되기 전인 주인공이 역경을 겪으면서 성장해나가는 스토리다. 가족을 비롯하여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전형적인 일본 작품들의 메시지를 주되게 가져간다. 그 과정에서 상상하지 못한 역경도 발생하고 성장통도 겪는다.
다만, 나는 원작을 읽지 않고 애니메이션 1기 26화 + 영화 <무한열차 편>을 보았는데, 이렇게 보고 나니 전형적인 스토리보다 훨씬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명확하게 선과 악, 흑과 백이 나뉘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혈귀마다 스토리가 있고 고민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혈귀가 될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가슴아픈 이야기. 입체적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들의 서사는 단순하지 않은 우리네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또, "정의는 승리한다-!" 가 아니라, 정의가 승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희생이 필요한가에 대해 보여준다.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말할 수 없지만, 혈귀와 대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그들의 피와 희생을 통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을 위한 용기... 귀멸의칼날은 이 많은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동시에 마치 진짜 실사 영화를 보는듯한 역동적인 전투 씬 연출 또한 매력적이다.
애니메이션은 유포테이블(ufotable)이라는 제작사에서 만들었는데, 작화나, 배경미술, 촬영 등 모든 작업을 하청을 주지 않고 자체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VFX 자회사도 있어서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훨씬 퀄리티가 높은 비주얼이펙트가 들어간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귀멸의 칼날에서 탄지로 등 귀살대와 혈귀가 대결 장면들의 퀄리티가 꽤 높은 편이다. 스토리 구성이나 연출도 매끄러워 인기 없던 원작을 심폐소생시켜 단숨에 대작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각 등장하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나오는 귀살대 주(柱) 배역들 모두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극장판 무한열차 편>에서 등장한 염주(炎柱) 렌고쿠 쿄주로의 모습은... 마음 속 깊은 곳의 무언가를 자극하며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혼자 멋있고 정의롭고 진짜 매력이 엄청나다.
지브리 영화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게 언제였더라... 아마 <너의 이름은>이 마지막이고 그 이후로 안본지가 꽤 될텐데... 오랜만에 수작을 만났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건재하구나. 조만간 애니메이션 2기 유곽편이 나온다고 하던데, 그거 보고 나머지 원작을 결말까지 보고 싶다. 그리고 네즈코 너무 귀엽다. 같은 여자가 봐도 귀엽다.
+ ) 참고로 TV애니메이션 스페셜 극장판인 <귀멸의칼날: 남매의 연>이 10월에 개봉한다고. 2기 애니메이션과 스페셜 극장판은 어떨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