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랑 Oct 09. 2021

전국민은 제약회사의 백신 모르모트가 되었다

코로나19 백신 화이자 1,2차 접종 후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드디어 완료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백신을 늦게 맞아도 되는 연령대 중 하나인 2040대 비의료/비필수인력에 속하는 사람이다. 나 같은 건 코로나에 확진 되나 안되나 크게 이 나라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겠지.


사실 이런 점에서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맨날 나다니지 말라고 하면서 가장 나다니고 싶은 연령대 그리고 업무 등 다양한 이유로 나다녀야 하는 사람들에게 백신은 제일 늦게 놔주니...


고령층 등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곧바로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 사람들을 우선해서 맞추다 보니 가장 늦게 백신을 놔준거겠지만. 조금 불만은 있었지만,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젊은층은 뒤늦게 들어온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을 위주로 접종을 시작했다. 나는 9월 3일에 1차 접종을 했고, 10월 7일에 2차 접종을 했으며 화이자로 맞았다. 9월초까지 1차를 맞은 사람은 화이자가 많았고, 9월 중순부터는 모더나를 맞은 사람도 꽤 많았다.



나같은 연령대는 태어난 연도에 따라 예약일이 정해졌고, 접종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두 번 다 잔여백신 예약으로 접종예약을 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는데... 기존에 예약했던 날은 9월 16일 목요일로 명절 전이었다. 그 전에 진행하던 deal이 그 때쯤이면 마무리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deal이 예상대로 잘 진행되지 않았고... 그 때에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땡겨맞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9월 초에 무턱대고 잔여백신으로 1차 화이자를 예약해버렸다. 그날이 금요일인게 아쉬웠... 그래서 1차 때는 백신휴가를 못썼다.



9월 3일 1차 접종일

11차 백신을 맞으러 가는 날.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주변에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다양한 부작용 사례에 대해 들은 바 있어서 조금은 떨렸다.


게다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에 알러지 반응이 있다.

전에 생리통이 심한 날, 평소에 먹던 타이레놀이 없어서 약국에서 아무 생각없이 생리통에 좋은 약 하나 달라고 해서 먹었던게 하필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였다. 핑크색 포장... 그거 먹고 갑자기 목이 쉬고 콧물이 줄줄나고, 입술이 붓기 시작하더라. 이비인후과에 가보니 선생님은 나보고 이부프로펜 알러지인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그다지 상관 관계는 없지만 화이자 백신을 맞는 날도 약간 무서웠다. 알러지 반응이 올라올까봐.



다행히 1차를 맞은 병원은 내가 이부프로펜 계열 알러지가 있다는 걸 알려준 이비인후과였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주셨고, 백신 접종 후 15분 타이머를 주며 타이머 울리면 집에 돌아가라고 하셨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만찬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맛있는 디저트를 사먹었다. (그저 디저트 먹고 싶은 핑계가 필요했을 뿐)



9월 4일 1차 접종일 + 1일

하지만 그 다음날 약간의 부작용이 있었다.

첫날 맞고 12시간이 지나고도 아무 일이 없길래, 스스로 몸상태가 문제 없다고 과신한 나는 가로수길로 놀러나갔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 쇼핑 겸 나갔는데, 문제는 그 때 발생했다.

토요일이었고 날씨도 좋고 저녁에 2인이상 집합금지이던 시기다보니, 사람들은 낮에 삼삼오오 모여 카페/펍에서 낮술을 하고 있었다.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갑자기 놀란 나는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기 시작하면서 눈앞이 블랙아웃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숨쉬는게 불편해졌다. 숨이 가빠지지는 않았지만, 숨쉬는게 매우 불편했다. 걸어가는 것 조차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24시간 밖에 안지났는데 밖에서 너무 돌아다닌 탓이었을까. 옆에 함께 같이 가던 남자친구는 깜짝 놀라더니 빠르게 큰길로 나와 택시를 불렀다.


그 길로 방으로 돌아가 한숨 잠을 자고 일어났다. 졸린것도 아니었는데 침대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30분~1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 자고 나니 괜찮아졌다. 가슴이 불편하던 것도 줄고,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도 괜찮아졌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별 일이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는 깜짝 놀랐다. 한 번도 이래본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화이자의 가장 많은 부작용이 심근염 심낭염인데,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거라고들 하지 않나. 정말 깜짝 놀랐다.


다행히 그 다음날부터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10월 7일 2차 접종일

2차 접종도 사전예약된 일정이 아닌 잔여백신으로 예약을 하게 됐다. 지난 번 일정이 금요일이었는데, 백신휴가를 남들 다 쓰는데 나만 못쓰는게 아쉬워서 목요일날 맞고 싶었다. 그래서 목요일 아침 9시에 집근처에서 풀리는 잔여백신 화이자 물량을 찾아서 예약해 맞았다.


솔직히 1차에 비해 2차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지라 1차보다 훨씬 더 긴장을 많이했다. 주변에 화이자 2차까지 접종 마치고 가장 가벼운 부작용으로는 생리주기가 바뀌어서 부정출혈이 발생한 사람부터, 반신마비, 백혈증, 심각하게는 사망까지. 백신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두 백신 접종 이후 이상 증세가 몸에 나타난 사람들이 있더라. 게다가 1차 때 조금 무리해서 가슴이 불편하고 어지러웠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더 긴장했다.


2차를 접종한 곳은 집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였다. 어쩌다보니 계속 이비인후과에서 접종을 하고 있는데, 두 곳 다 선생님들이 참 주사를 안아프게 놓으셨다는 것.



이날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디저트를 사먹었다. 삶의 위기, 또는 스트레스를 받는 어떤 변곡점에 놓였을 때 달달한 디저트만큼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없다.

맞고 나서 다음 날 아침까지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반응은 다음날 나타났다.



10월 8일 2차 접종일 + 1일

하루종일 몸에 오한이 들면서 집이 춥게 느껴졌다. 집에서는 반팔만 입고 사는 내가,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발바닥이 닿는 곳마다 춥게 느껴졌고, 옷을 껴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인 타이레놀 1알을 먹었다. 그 열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온 몸에 기운이 없었다. 몸살감기에 걸린 듯한 상태였다. 몸살기운에 온 몸에 쫙 돌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아니 할 수 없는 상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책을 읽다 잠들었다.

기왕 자는거, 푹 잤으면 좋았으련만... 1시간만에 깼다.


오징어게임을 보고 싶었지만, 오징어게임을 보다 잠을 들었다.

그리고 또 1시간만에 깼다.


몸의 오한을 없애기 위해 반신욕을 하고 싶었지만,

주사 맞고 간단한 샤워만 하라는 의사선생님의 지침 때문에 반신욕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금강막기가 되지 않았다!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 기대어 쉬면서 자다 깨다를 여러번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저녁에 자기전에 타이레놀 1알을 추가로 먹었다.


백신 휴가를 받기를 정말 잘했다. 그리고 연휴에 붙은 시기에 접종하기를 정말 잘했다. 만약 월요일 접종이고 화요일 백신휴가인데, 이 상태가 다음날까지 지속된다면 백신접종 여파를 가진 몸으로 수요일 출근해야 했을 것이다.



10월 9일 2차 접종일 + 2일

그리고 접종 이틀 후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어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던 몸살기운도 가라앉았다.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컨디션이 80% 정도 올라온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큰 부작용 없이 (백신접종 후 54시간 째) 지나갈 것 같다. 아직까지도 주사를 맞은 팔 부위가 약간 붉고 팔 다른 곳보다 온도가 높긴 하지만, 그 외엔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화이자, 존슨앤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등 전세계 제약회사들을 위해 무료로 모르모트가 되어준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이니까 전세계 지도자들이 군말없이 이 백신을 받아들였지만, 좀 더 꼼꼼하게 백신의 다양한 반응/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이런 전세계적인 팬데믹은 몇번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생체실험이 아니고선 무엇이겠나. 이자를 비롯한 제약회사들은 거의 무료로 생체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거다.


이에 대해 그 누구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백신을 맞는 것도 본인의 자유고, 맞지 않는 것도 본인의 자유다.


다만 맞지 않은 개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되어 자신이 속한 집단에 피해를 끼칠 경우에는 그 피해를 보상해야할 것이다. 그런 각오가 되어있거나, 정말 주의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백신을 맞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빨리 깍두기가 되어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귀멸의칼날] 누구나 혈귀가 되고싶었던 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