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하면 생각 나는 이미지는 유니폼을 입고 트롤리를 끌며 공항을 지나다니는 모습, 아니면 기내에서 기내 안전에 관한 안전 데모를 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승무원들이 어떻게 안전 데모를 시연하는 가에 대한 얘기를 나눠볼 까 한다.
모든 항공사는, 손님의 탑승이 완료되고 나면 비행기 문을 닫고 이륙 준비를 시작한다. 그 이륙 준비 중 하나인 안전 장비 사용과 비상시 대피로에 대한 설명이 꼭 들어가는데, 보통은 비디오를 통해 제공된다.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이 안전 관련 정보는 이륙 전 반드시 손님분들께 안내를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륙을 할 수 없다.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아 비상시에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가까운 비상구는 어디 있구나’ 정도만 기억하게 되는데 승무원이 된 뒤로는 각 항공사마다 어떻게 안전 비디오를 구성했는지 구경하게 된다. 마치, 남의 집 냉장고 안에는 뭐가 들어 있나 구경하는 느낌이랄까? 각 항공사마다 비슷한 내용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구성하기 때문에 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전 데모를 시연하게 되는 경우는 비디오가 없는 기종을 이용할 때나, 예상치 못하게 비디오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겼을 때 안전 비디오 대신 승무원이 직접 손님들에게 데모를 하며 안내를 해야 한다. 보통은 비디오가 잘 나오긴 하지만, 데모를 시연해야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그리고 많은 신입 승무원들은 당황해서 실수를 많이 하기도 한다. 뒤에서 방송을 하며 데모 시연을 구경할 때, 재미있는 경우도 참 많았다.
안전 데모를 갑자기 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무장님께서 ‘Cabin Crew Prepare for safety Demo’라고 방송을 통해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 승무원들은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기내 안에 비치되어 있는 데모 키트(Demo Kit- 데모를 위한 물건들을 주머니에 놓은 것)를 재빠르게 찾아 본인이 데모를 시연해야 할 위치로 이동한다. 데모 키트에는 안전벨트, 산소마스크, 구명조끼, 그리고 안전 지침 카드가 들어있다.
데모 키드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빠르게 꺼내서 편하게 시연할 수 있게끔 펼쳐 놓고 방송을 담당하는 승무원에게 Thumb up!(엄지손가락 따봉!)으로 표시를 하면, 방송 담당 승무원은 모든 승무원이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 후 “Ladies and Gentlemen, We would like to draw your attention to the safety demonstration by our cabin crew”라고 하며 방송을 시작한다.
1. 안전벨트 사용에 관한 설명
먼저 손님들에게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고 푸는지 설명한다. 너무 간단해 보이는가? 하지만 그만큼 안전벨트는 안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안전벨트를 이렇게 매고, 풀 때에는 클립을 들어 올려 이렇게 풀면 됩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연한다.
2. 산소마스크에 대한 설명
기내 안에서 Decompression 이 발생하면 산소마스크가 자동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 Decompression 이란 *기내 감압(機內-, decompression : 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의 객실은 외기 압보다 훨씬 높지만 기체에 생긴 구멍이나 틈으로 인해 객실 기압이 급속히 저하하는 것)이다. 이 기내 감압은 몇 초 안에 사람이 의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 기내 감압으로 인해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어떻게 사용하고 얼굴에 맞춰 조이는지 시범을 보인다. 항상 어른들은 본인들의 산소마스크를 먼저 착용한 후에, 아이들의 산소마스크 착용을 도와야 한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아이 먼저 착용해 주고 싶을 수도 있지만, 어른이 먼저 의식을 잃는 다면 소중한 두 명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 먼저! 착용을 해야 한다.
3. 구명조끼에 대한 설명
구명조끼는 디칭 (Ditching-비상 착수, 非常着水) 시에 사용을 하게 되는데, 항공기가 육지로 비상 착륙이 불가하여 바다나 강 같은 수면 상태에 착륙을 시도하게 될 때 사용한다. 비행기 안에 있는 구명조끼는 단순히 공기를 채워 사람을 띄우는 기능 말고도 물이 닿으면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는 전등이 달려 있으며, 호루라기도 달려 있다. 승무원은 이 구명조끼를 언제 사용하는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떻게 착용해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 구명조끼에 달려 있는 벨트를 몸에 맞게 꽉 조이고,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빨간색 손잡이가 달려 있는 줄을 아래로 힘껏 당기면 자동으로 팍! 하고 부풀어 오른다. 만약 자동으로 부풀지 않으면 옆에 달려 있는 빨간 호스를 입으로 불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는, 구명조끼는 반드시 비상구 앞에서 탈출 직전에 부풀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내 안에 물이 급속도로 차오르게 되면, 몸이 잠길 수도 있고 수영을 해야 나가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패닉 상태에 빠져 이미 기내 안에서 부풀려 버렸다면 몸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어, 탈출을 하지 못하고 기내 안에 갇혀 버릴 수 도 있기 때문이다.
4. 비상구 위치에 대한 설명
손님들께 가장 가까운 비상구 위치를 설명해야 한다. 방송을 담당하는 승무원이 ‘가장 가까운 비상구는 여기, 여기에 위치해 있습니다’라고 할 때 손바닥으로 방향을 천천히 가리키며 손님들에게 위치를 전달해야 한다. 승무원이 데모를 시연하는 위치에 따라 비상구의 위치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승무원은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곳의 비상구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 한 후, 손님들에게 안내를 해야 한다. 앞쪽에서 데모를 시연하는 승무원 같은 경우에는 가까운 비상구가 앞 편의 양쪽에만 위치할 것이고, 중간에서 데모를 하는 승무원의 경우에는 중간 앞 뒤에 비상구가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기내 안에서 불이 났을 경우에는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도 설명해 준다. 기내 안에 불이 나서 연기로 가득 차게 되면 시야가 흐려진다. 기내 안을 잘 보면 바닥에 형광색으로 빛이 살짝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 빛을 따라 코와 입을 막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이동하면 된다.
5. 안전 수칙 카드에 대한 설명
안전 수칙 카드는 모든 좌석 앞에 있는 주머니에 들어 있다. 기종에 맞추어 비상구의 위치와 탈출 방향, 구체적인 안전 지시등에 대해 적혀 있다. 혹시 나중에 비행기를 타게 되면 이 수칙 카드를 꼼꼼히 잘 읽어 보시기 바란다. 안에는 승무원으로서 알아야 할 지식뿐만이 아니라, 승객으로써도 꼭 알아 두면 좋은 안전 수칙에 대해 나와 있다. 손님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안전 수칙 카드의 위치를 보여 주고 카드를 들어 올려 손님들에게 보여드린다.
여기까지가 안전 데모의 내용이다. 이 안전 데모는 승무원 입사 후 트레이닝에서 자세하게 배우게 되며, 연습의 연습을 거듭해서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또한 에어마카오는 중국어/영어 두 버전의 데모가 있기 때문에 중국어 버전도 준비해야 한다. 중국어를 못 알아듣는 승무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못 알아 들어도 해야 한다. 중국어 중간중간의 키워드를 기억해 내서 그 단어가 방송에 나올 때 그에 맞춰 동작을 해 주면 된다.
데모를 하면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오기 때문에 상당히 민망할 때도 많다. 어쩔 땐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관심도 없으실 때도 있지만, 어쩔 땐 무대에 서 있는 연기자처럼 손님들이 너도 나도 기웃 거리며 구경하실 때도 많다. 사진을 찍으시기도 한다. 그래서 적당한 표정 관리도 중요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자본주의 미소)
처음에 데모를 하게 되면 어리바리, 흘끗 흘끗 선배를 쳐다 보기도 하고 순서 틀리기도 하고 총체적 난국이 올 때도 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프로페셔널 한 승무원이 되어 여유 있는 미소와 함께 데모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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