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사랑받는 엄마를 누리는 일

by 유징느

"네 딸은 네 베개를 가지고 나와서 안고 있는다, 네 냄새가 난다면서."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식탁에 앉아있는데 친정엄마가 말씀하셨다. 아이가 종종 내 베개나 옷을 들고 와서 안고 있는다고.


나와 내 딸은 농담처럼 다투곤 한다.

‘내가 널 더 사랑해’

‘아냐, 엄마.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해’

‘흥 웃기시네. 네가 몰라서 그래. 엄마는 너를 지구에 있는 모래 개수만큼 사랑하거든’

‘흥 아냐, 나는 우주의 별 개수만큼 사랑하는데’

나는 언제나 그 대결해서 승자라고 생각했다. 자식을 낳는 순간부터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짝사랑이 시작된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내 베개를 안고 냄새를 맡고 그 위에 눕는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어쩌면 아이에 대한 내 사랑의 표현이 다양할 뿐, 아이의 사랑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아직 아이의 우주가 작아서 그렇지, 거기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정말로, 부모는 아이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살면서 누가 저렇게, 내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베개를 껴안아 주겠어? 우리 엄마도, 내가 외출했을 때 내 냄새를 맡기 위해 베개를 들고 나오시진 않았을 것 같은데?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책임감, 그런 무게만 지는 것이 아니라 차고 넘치는 사랑을 느끼고 보게 된다는 사실을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이렇게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받을 줄은. 마흔이 넘어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은 나를, 이렇게 기다려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사랑의 크기 대결에서 나는 좀 밀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질 수 없기에 자신 있는 척, 어른이기에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앞세워 공격을 한다.

‘흥 아냐, 엄마는 너를 우주의 원자 개수만큼 사랑하는데!’

그러면 아이는 더 많은 개수를 떠올리기 위해 잠시 침묵한다. 약간 죄책감이 들기는 하지만 이 대결에서는 질 수 없다. 지는 게 행복한 대결이지만 최선은 다 해 보아야지.


사랑받는 사람이라서 행복하다.

사랑이 많은 아이의 엄마라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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