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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영주 Feb 16. 2016

프롤로그, 어쩌면 나비효과

어쩌면 모든 것은 책을 읽지 않아서 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게 다 시를 읽지 않아서야
 -일러스트레이터 김아람

대학교 휴학했던 시기에 잠시 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실장님과 각별한 사이였던 한 일러스트 작가가 있었다. 디자인실에서 매일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마치 아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들은 그 사람은 쾌활하면서 조용하고    재미있으면서 다른 세계에서 사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구글에 찾아본 그사람의 다양한 잡지 인터뷰, 그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  작품들.. 그리고 그곳에 내 머리를 치는 한 구절이 나왔다.
 "이 모든 게 다 시를 읽지 않아서야"







# 프롤로그 1. 어쩌면 모든 것은 책을 읽지 않아서 인지도 모른다




말하는 재주가 없는 건 이미 진즉에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렸을  적부터 책을 읽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산 밑에서 자란 시골 촌년에겐 책의 기억보다 흙더미가 익숙했던 모양이다. (책을 구하기 어려웠다는 변명은 하지 않겠다. 학교엔 도서실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어느 환경보다 책을 사랑하기에 완벽한 장소였으니까) 집엔 먼지 쌓인 백과사전, 위인 전집만이 있었다. 그 때문에 오빠는 과학상자를 좋아했고, 어린 나는 그림 그리길 좋아했다.


여행시 항상 품에 지니는 스케치북처럼 그림은 언제나 함께였다




결론적으론 당연하단 듯이

나는 디자인대 입시를 봤고, 디자인을 4년간 배웠으며 결국엔 디자인 관련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디자인을 4년 내내 배웠지만 디자인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쿨한 직업의 일을 하지만 쿨하지 못해 고민하곤 한다) 그저 그렇게 남들처럼 익숙한 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모든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나는 글자보다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했고, 남들보다 언어적인 지식이 부족함을 느꼈다. (최근 SNS사이에 떠도는 맞춤법 틀리는 답 없는 여자가 나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지만 어려운 글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글을 써보지만 나의 감성에 취했을 뿐 깊이감이 없었다.




그렇게 글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글 쓰길 즐겨한다는 남자의 말에 단숨에 사랑에 빠질 정도로 어쩌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은 이곳까지 흘러들어오게 한 것일 지도 모른다.  













# 프롤로그 2. 그렇게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말문을 연다




분수에 안 맞는 어려운 말로 그럴싸하게 글을 쓰는 게 가능할 리 없다.

내가 청춘이라는 게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적는 것은 한낱 새벽에 남기는 낯부끄러운 SNS 글 한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라고 정의 내렸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디지털로 인해 게으른 나도 편해졌지만 여전히 이미지가 아닌 인화된 사진이 좋다


하지만 이병률 작가처럼 멋들어진 여행 에세이나 꽃보다 청춘처럼 트렌디하고 멋진 글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나치게 어려운 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제2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나와 같은 아픈 27살에게 조용히 용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누구나 그러하듯 아픈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나 또한 그러하다 라는 말로 용기가 되고 싶었고, 그로 인해 나 자신도 좀 더  단단해지고 싶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밝게 웃을 주 모르던 나도 웃게 했던 소중한 나의 캐나다에서의 친구들



그렇게 이곳에서 그리는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어려운 글을 이해하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누구보다 책, 그리고 글자에 대한 동경이 있고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며, 낭만과 열정사이의 책과 영화를 닳도록 보았으며, 피렌체 두오모를 오르는 계단에서 낭만과 열정사이의 BGM을 듣는


디지털의 수혜를 받고 있지만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27살 평범한 여자의 일기장 같은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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