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영주 Oct 03. 2017

[순례길 그 끝에는] 프롤로그

순례길  800km 그 끝에는 나는 좀 더 단단해졌을까?


800km 그 끝에 
나는 좀 더 단단해졌을까?

산티아고, 그 길 끝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었다


여행이 끝나고 평소와 같은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 도착한 지 채 24시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펜을 잡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슬픔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순례길이 끝나면 뭐 대단히 바뀔 거 같은 느낌을 갖지 않으려고 걷는 동안에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역시나 잘 되지 않았다.  여전히 스트레스로 이를 세게 무는 습관은 다시금 잠을 깊게 들지 못하게 했고 여전히 인간관계에 끄나풀을 잘 놓지 못함이 날 상처받게 했다. 그렇게 이제껏 미뤄두었던 문제에 다시 부딪히고 있었다.


여전히 나의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강아지 마냥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 꼴이 되어 버릴까 두려웠던 지난날의 나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상은 "혼자"일때 가장 완전한 여행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사랑을 갈구하고 인간관계에서 벗어날까 봐 노심초사하는 이전에 나와 별로 달라질 게 없는 현재였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하며 끝없이 걸어왔지만 채 성숙해지지 않은 나를 보는 것은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아니면 산티아고 순례기를 준비하려고 했던 사람에게 슬픈 일 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다만 내가 800km 걷는 동안 느꼈던 모든 감정. 그것이 비록 내 자신의 밑바닥마저 보여주게 될지라도 (적어도 나에게만이라도) 진실한 여행일기를 공유함으로써 좀 더 28세, 무직, 여자, 타지 살 이중인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의 당신의 여행에 그냥 짧은 눈요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자 적어본다



(사실은 좀 더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의 회고록 같은 느낌이고 싶었지만 실패한 나만의 변명거리겠지만)





2017.10.3 보름달이 뜨기 하루 전



 -

나는영주 

http://blog.naver.com/jyj5896

  

이제 여행다니는 백수, 아직 영혼은 디자이너, 내일엔 컨텐츠디렉터 

instagram @crooked_90





작가의 이전글 [여자혼자배낭여행] 니스근교 여기만 가도 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