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흔들리는 중입니다_최예슬
서서히 위드 코로나로 일상으로 돌아오는 지금 가장 간절하게 생각나는건 땀을 흘리며 요가 수련을 하는 것.
마스크없이 숨에 의지해 고요하게 하지만 치열하게 몸의 에너지에 집중하고 싶다
유연하게 흔들리는 중입니다_최예슬
#마음을 의도한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도 힘과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나무는, 단단한 뿌리 위에서 성장하는 내내 흔들린다. 그렇게 흔들리며 더 많은 잎을 담을 수 있는 나무가 된다.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걷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을지도 모르고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이들이 그들에게 꼭 맞는 멋진 풍경을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끔 만나 각자가 만난 좋은 풍경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넓고 깊게 걸으면 된다
#당위적인 것들을 제쳐두고 나면 일어나는 마음의 옳고 그름 같은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을 충분히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깊어져도 모두 괜찮다는 것이 요즘의 마음
#그러니까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생기고 시간이 흘러 걷는 이가 많아지면 어느새 모두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깊고 고요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처음은 확실히 처음 이후와 다르다. 처음이 마음 같지 않다는 이유로 걷는 것을 멈추었다면 걷는 동안 볼 수 있는 무수한 풍경들도 보지 못했을 테고 길이 넓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를 흔들리게 하는 삶의 경험들 역시 내 안으로 들어와서 어떤 것이 나를 약하게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꼭 해야 할 것만 같았던 것들을 하지 않아도 인생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은 긴 여행이었다.
#울어도 해결되지 않을 일에는 울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해결될 리 없어도 울고 싶은 날에는 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도 그렇기에 완전하고,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도 그렇기에 완전하다. 빠른 속도감 덕분에 만날 수 있는 비행기 밖 구름 모습이 느리게 걸어며 마주하게 되는 늦봄의 바람과 아카시아 향기보다 못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마주한 아름다움을 오늘 충분하게 만나며 감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살고 싶다. 부족하다 여기며 눈을 감아버리거나 애써 찾으려 눈에 힘을 주지 않고, 만나게 된 장면 속에서 마음껏 발견하면서. 그 방향으로만큼은 아주 성실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삶에 대하여 요즘 취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단순하고 깊고 다정한 인생을 살고 싶다.
#실은 나의 경우, 예민함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예민함을 핑계로 도망갈 구실을 찾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 내가, 여기에 그가 있어.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다른 방향으로 먼 곳에 닿은 그를 생각해. 두 사람 사이에 커다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너머에서 그를 떠올리는 거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간이 필요하고, 마음과 나 사이에도 공간이 필요하고, 힘과 힘 사이에도 공간이 필요하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일이지만 각각이 가진 빛깔과 힘 사이에 균형이 생겨났을 때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 않을까.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며 맞춰지는 균형도 있을 것이고, 어떤 공간과 거리를 일정하게 지켜가며 찾는 균형도 있을 것이다.
#그 가을에, 가을이 지나가는 그 풍경을 볼 수 없게 두 눈을 가린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가을 냄새를 맡을 수 없게 코 끝을 막았던 것 역시 나 자신이었다.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었음을 이제야 안다.
#내 두손이 기억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애써 밀어내지 않고, 어색하게 잡아버린 새로운 손을 애써 익숙한 듯 잡지도 않는다. 내부에 쌓인 기억을 존중하고 정직하게 몸과 마음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