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보내지 못한 진심
가을을 닮은 너를 보내며
새로운 인연이 곁에 다가왔을 때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도 모르게 달아오르는 애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가장 못난 나를 보여주는 걸지도 몰라.
그 모든 정도, 온도가 너와 달라서 오늘도 이 계절도 그렇게 멀어지고 말았다.
처음부터 나는 너에게 그리고 너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 아니라 미안해 라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 긴 기간 동안 말설여 더 짙어지고 말았다.
사실은 슬픔보다는 화가 많이 났어
나는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편이라 애써 감추어 왔던 마음을 헤어진 그 순간부터 그 모든 너의 말들, 행동들을 다시금 생각하며(너는 잘 못한 게 하나 없었지만) 그렇게 화가 났더랬다.
왜 어영부영 또 그렇게 좋은 사람이길 원해 무책임한 게으름을 선택하여 나를 상처주게 하는지. 그리고 왜 끝까지 너는 나에게 그 시집을 건네주며 자기변호를 하려고 했는지. 네가 건네준 그 시집은 마치 칼과 같아 너는 안전한 손잡이를 잡고 나에게 칼날을 겨눠 잡게 함으로써 손에 상처까지 남겨줬어.
편지를 보고 바로 미안하지만 시집은 버렸어. 상처를 준건 너지만 받는 건 내가 결정할 일이니까.
짧고 스치듯 그렇게 마음에 간직하지 않고 버릴 거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나를 위해 선택한다는 그 말은 정정해줬으면 해. 나를 위하는 듯이 이야기한 모든 말들은 진짜 나를 위한 것일까?
스스로 관계로부터 도망치려는 선택은 아녔을까.
그냥 차라리 너의 성향, 과거를 차치하고 나와 연애를 할 만큼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이 없어 아니 그냥 나는 너의 마음과는 달라 정도로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건만. 그랬다면 나는 좀 더 널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연이라는 건 사실은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혼자 피어오르다 지는, 쓸쓸한 존재였을지도 모르지.
갑자기 또 감정이 격해졌다면 미안해.
그렇지만 충분히 마음을 드러내고 화도 내고해야 진정 마주할 수 있는 거니까. 난 그렇게 또 대체로 행복해질 거거든.
유난히도 짧은 가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어.
그 끝은 지금의 계절처럼 빠르게 잊히겠지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시작하는 지금의 시기에 맞는 새로운 연이 꼭 나타나 스스로의 알에서 깨어 나올 수 있기를 빌게
그리고 진심으로 완벽하지 않아 더 아름다운 세상을 언젠간 진짜 마주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빌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