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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영주 Nov 30. 2021

무언가 성취해야만 잘 사는 걸까?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_서윤후



그런 날이 있다. 하루가 내편인 거 같지 않고 고단해 침대에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는... 나에게는 오늘이 그러했다


모든 말에 부정이 깃든 

타오르는 불꽃에 우둑이 서서 바라보는 허망감

잃은 건 아무것도 없지만 허망하게 느끼는 공허함


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인생은

무언가 하루하루 성취하지 않는 인생은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_서윤후 지음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끝맺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말줄임표를 남기지 않고 무언가 운을 띄울 수 있다는 좋은 징표였다.


#다른 고독을 이해하는 따뜻한 고독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기는 생활을 촘촘하게 기록하는 일이니 그 밀도에서 끓는점이 잘 보였고, 하루를 결정짓는 어떤 미묘한 순간이 매일 온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별히 대단하거나 극적이지 않더라고, 혹은 아무런 맥락 없는 하루였더라도 그날 느낀 감정이나 지니게 되었던 마음을 기록하는 것은 나의 흔들림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일기는 그 사람의 가장 투명한 물방울이 맺히는 모서리가 아닐까 싶어서.


#’ 해바라기는 어린 시기에만 햇빛을 따라서 동서로 움직이며 꽃이 피고, 성장기가 지나면 몸을 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채울수록 허전해지는 일은 내 생활에서 가장 오래된 멀미이기도 하다.


#책은 좋은 혼돈을 야기한다.  혼돈 속에서 책이 우리의 사유를 스치며 만드는 상처를 간직한  문장 사이를 헤매는 것이 독자가 누릴  있는 순수한 기쁨일 것이고, 그것을 오롯이 누리기 위해 내적 흥분을 가라앉힐  있는 생활  시간을 마련한다.  덕분에 살림이   단정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활이란 쓸쓸함을 견디는 것입니다” <다자이 오사무_나의 소소한 일상>


#기분이 어딘가에 부딪혀 닳아 없어질 지경이 되면, 언제나 새로운 옷을 입혀주곤 했다. 마치 부끄러운 곳을 새 것으로 가려주듯이. 그 옷이 질리면 또 새로운 옷으로 고쳐 입고, 또 새로운 옷을 기워 입으면서 헐벗은 나의 구석을 가볍고 쉽게 만회했다. 만회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큼 버려지는 것이 더 많았고, 외면했던 것을 단숨에 다시 마주해야 하는 시간도 찾아왔다.


#새로움이 주는 그 잠깐의 기쁨 대신에 고리타분한 내 것을 더 고쳐주고 돌보며 내게서 지속되는 오래된 마음과 닮은 것들을 갖기로 결심했다.


#거기에 내가 되어가는 시간이 있었고, 시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내가 두고 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 그것을 심판하려고 들 때마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듯했다. 버티는 힘의 끈기와 참아야만 하는 삶의 속내를 동시에 붙들고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행복해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견디는 일이나 버티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것은, 꽉 쥐고 있던 어떤 손톱자국이나 이빨 자국이 오래도록 몸에 남기 때문이다.


#홀연히 떠나는 타이밍이, 놓아주는 느슨함이 더 큰 기다림을 버틸 수도 있게 하니까


#’ 약하고 자연스러운 건축은 건축의 새로운 힘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다. 결국 약함은 균형과 관련된 문제다. 균현 잡힌 약함보다 강한 것은 없다. 약한 것들은 변화에  적응하고 바로  약함 때문에 살아남는다”<쿠마 켄고, 약한 건축>


#하루 종일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흐르고 있다고 느껴졌다


#”저는 언제나 희망보단 절망 가까이에 있는 편이 좋아요. 희망을 쫓을 때보다 절망에 가라앉아 있을 때 드문드문 발견한 희망들이 더 많았고 잦았거든요.”


#더욱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재의 현장감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


#’ 기본’이 선사하는 단정하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기본이 어렵다는 것, 삶의 기울기에서 치우치기도 쉽다는 것, 금방 잊히고도 갈망하게 된다는 것, 입속에서 곱씹어본다.


#내가 그 단어를 잊은 게 아니라, 그 단어가 나를 잊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앉아서 기름 난로의 온기를 느낀다. 서로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차표의 행선지로 가는 기차가 먼저 온 것일 뿐이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시의 미로를 헤매고, 길을 만들고 허무는 작업이 좋았다. 정답이 없다는  막막함을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드넓은 용기로 바꾸는 일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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