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았을까

Prologue

by BO

법원 문을 나서는 순간, 쌩 하니 바람이 불었다.
차가웠다. 거짓말처럼.
겨울이었나.
몸이 떨리는데도,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떨어진 시야에 들어온 손에 들린 서류.
거기엔 아직도 그의 성을 단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Schneider


나는 더 이상 그의 아내가 아니고
또한, 아직 그의 아내다.


이혼이 최종 성립되기까지 2년.
그가 원했던 것도,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닌 시간.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로, 재산분할을 이유로, 질질 끌리는 2년.

그 시간 동안 억지로 그의 성을 달고 살아야 하다니,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서류상으론 부부지만, 사랑도, 정조차 남아 있지 않은 관계.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었고,
이제는 반으로 나뉜 가족이다.


"엄마."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작은 손.
뒤이어 조금 더 큰 손이 내 팔을 감쌌다.


나는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무너질 듯한 얼굴로.


미안해 얘들아, 너희들은 아무죄가 없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못난 부모라. 정말 미안해.


나는 이 아이들을 반만 가질 수 있다.
한 주는 나와 함께,
그다음 주는 그 사람과 함께.

한 주가 지나면, 아이들은 그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나는 텅 빈 집을 마주해야 한다.
작은 양말이 없는 거실.
웃음소리 없는 방.
밥을 차려줄 아이들이 없는 식탁.

엄마였던 나는, 그 시간 동안 누구로 살아야 할까.


문득, 아이들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 반쪽짜리 인형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우리 집에,
하나는 그의 집에.

아이들은 인형조차 둘로 나눠서 살아야 한다.


"엄마랑 같이 있을 땐, 이 인형이 외롭지 않겠지?"
"응. 근데... 다음 주엔 아빠랑 같이 있을 거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법원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는 우리.

두 발이 땅에 닿는 감각이 희미했다.


이제 나는, 다시는 사랑 같은 걸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의지할 곳은,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오직 이 아이들뿐이다.


사랑을 믿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만나고 말았다.


꿈처럼 눈만 감으면,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