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학교, 진짜 교사

정선 가득한 아침, 이원재 작가

by 이윤지

이원재 선생님의 <체육복을 읽는 아침>을 따뜻하게 읽으며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모습일까’를 곱씹게 되었고, 그 여운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신작이 나왔다고 하기에, 망설임 없이 바로 <정선 가득한 아침>을 펼쳤다.

이번 책에서는 요즘 학교의 냉혹한 현실과, 그 속에서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한 교사의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저자는 강원도 정선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부장으로 일하며, 학생 개개인에게 “될까?”보다 “될걸?”을, “힘들지? 괜찮아. 그랬구나”라는 말을 건네며 학교를 ‘다정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자신의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학교는 대가 없는 인정과 환대의 공간이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한 달에 한 번, 아침 교문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한다. 경쟁과 성적 중심의 학교 속에서 보기 드문 진정한 교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 요즘 중고등학교는 학폭, 내신, 과도한 수행평가, 입시, 취업, 경쟁 등 점수와 등수에 갇힌 공간이 되어 버렸다. 학생들은 시험과 평가에 몰두하고, 교사 역시 관리와 평가에 치여 정작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돌아보기 어렵다. 그런 현실 속에서, 이원재 선생님의 이야기는 한 줄기 따뜻한 빛과도 같았다. 그는 체계와 성적보다 관계와 신뢰, 작은 배려를 중심으로 학교를 만들어 나간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이셨던 할아버지 선생님은 정규 수업 시간에도 반 친구들과 학교 뒷산을 올라 곤충을 채집하고 식물을 관찰하게 해 주셨다. 비 오는 날에는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축구 경기를 하며, 공부와 상관없는 경험 속에서 우리는 협력과 즐거움을 배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잠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을 때는 담임선생님이 여러 차례 우리 집을 찾아와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셨다.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에서는 배고픔에 몰래 치킨을 시켜 먹었던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사감님이 눈감아 주신 덕분이었지만, 그 순간들의 작은 자유와 따뜻한 배려는 지금도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이원재 선생님은 바로 그런 분일 것이다. 학생들을 점수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존중하며,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학교를 온화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 책 마지막에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만들어준 상장을 보며, 그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깊이 전해졌는지, 그리고 그 기억이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임을 느꼈다.


요즘 학교가 냉정하고 경쟁적이어도, 이런 교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나의 자녀 역시 학교에서 이런 선생님을 만나, 성적 이상의 삶의 가치를 배우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널리 읽혀, 많은 학생과 교사에게 작지만 확실한 희망과 따뜻함을 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