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쓸모, 유수경 작가
표지에 적힌 문장처럼, <상처의 쓸모>는 가정 폭력이라는 깊은 어둠을 지나 조금씩 빛을 찾아 나아가는 한 사람의 여정을 담고 있다. 혹시 폭력의 묘사가 너무 생생해 읽기 힘들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상처의 순간보다 회복의 순간들을 더 오래, 더 조용히 비춘다. 그래서인지 읽는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풀리고, 조금씩 덜 아프다.
나는 이 책을 빠르게 넘기지 못했다. 여러 번 책을 덮고, 다시 펼치기를 반복했다. 읽기 괴로워서도, 슬퍼서도 아니다. 저자가 지나온 그 오랜 시간의 무게 앞에서 단숨에 읽어버리는 것이 어쩐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천천히, 그녀가 걸어온 시간의 속도에 맞추어 내 마음도 함께 걸어가듯 읽었다.
저자는 예전에 함께 글을 쓰던 모임의 동료다.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조용하고, 친절하고, 여리고, 반듯한 예의를 갖춘 사람이었다. 특수교사라는 직업까지 더해져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미소 뒤에 이렇게 깊은 상처가 숨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책을 덮고 나니 지금의 웃음을 갖기까지 얼마나 먼 길을, 얼마나 많은 밤을 지나왔을까, 그 길이 마음 한가득 그려졌다.
‘상처의 쓸모’.
이제야 이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저자의 고백은 어딘가에서 웅크려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조용한 연고가 되고, 따뜻한 밴드가 되어줄 것이다. 그녀의 상처는 쓸모를 얻고, 진솔한 고백은 누군가의 내일을 지탱할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 자연스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나의 아이를 어떻게 품어야 할지, 어떤 말과 어떤 온도로 아이의 마음을 지켜줘야 할지 곱씹어보았다. 나의 상처가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작은 떨림 하나도 놓치지 않는 따뜻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조용히 다짐했다.
또한, 이웃을 대하는 태도도 새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미소 뒤에 어떤 밤이 숨어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부드럽게, 더 천천히, 더 넉넉한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며, 함께 사는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상처를 모른 척 지나치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새로이 자리 잡았다.
작가님, 용기 내어 꺼내주신 이야기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