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병의 무게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루아크 출판사

by 이윤지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은 대한민국에서 가족을 간병하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내몰린 사건들을 바탕으로, 가해자 154명·피해자 213명을 전수 취재해 만든 책이다.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쌓이는 신체적·정신적 고통,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어떤 비극을 만들어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기자들이 직접 인터뷰하고 자료를 분석해 한국 사회의 간병 문제를 깊게 파고든 탐사 보도물이다.



그래서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칼럼 혹은 (쉽게 쓰인) 논문에 가깝다.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굳이 권하진 않는다. 하지만 간병·돌봄·복지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직업으로 연결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정보들과 찾고 싶었던 사례들이 잘 정리돼 있어 좋았다.



환자도 보호자도 원해서 그 자리에 서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간병을 ‘선택’해서 맡는 것이 아니다. 지금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내일 어떤 상황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이 문제는 개인의 몫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특히 정부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2022년 여름, 주원이가 당원병을 진단받았을 때 나는 약 3년 동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나의 세계는 오롯이 내면을 향했고, 정말 많이 힘들었고, 여러 번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여러 방법과 시간이 겹쳐 2025년 상반기부터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오랜 터널을 빠져나온 듯 세상이 밝게 보였다. 그쯤부터, 아직 터널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지난날의 나 같은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이 시작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간병’, ‘가족 간병’, ‘가족 간병인’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검색하게 됐다. 그러다 알게 된 책이다. 제목이 너무 강렬해서 바로 주문해놓고도 선뜻 펼치지 못했다. 반년 동안 책꽂이에 꽂아두기만 하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 용기 내어 읽었다.



올해부터 ‘가족 간병인’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꿈이 조금씩 생겨났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꿈이 더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는 느낌이다. 더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고,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 어쩌면 언젠가, 나처럼 터널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