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들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 헤이북스

by 이윤지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돌봄’과 함께한다. 태어나면 부모에게 돌봄을 받고, 출산 후 자녀를 돌보고, 시간이 지나면 부모를 돌보다가, 결국 자신의 자녀에게 돌봄을 받는다.



그런데 이 전체 과정을 개인과 가족의 부담으로만 돌린다면, 그 무게는 너무 클 것이다. 하지만 이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돌봄 현실이다.



내게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는 이러한 현실의 실태와 구조적 원인, 진정한 커뮤니티 케어 체계 구축 방안을 논리적으로 밝힌 교과서이자 실천서처럼 읽혔다. 이 책은 함께 돌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공동체적 해법까지 담고 있다.



책의 제1장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돌봄 필요자는 : 존엄한 삶과 일상을 유지하기에 문제가 없을까?


-돌봄 책임자는 : 소중한 사람의 돌봄을 책임지면서도 자신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포함한 일상을 희생하지 않고 돌봄 필요자와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을까?


-돌봄 제공자는 : 특히 유급 돌봄 노동자들은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안정된 고용 관계 아래 적절한 사회적 인정을 누리면서 돌봄 서비스의 질과 돌봄 수혜자와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을까?


-거리를 나가 보면 ’방문요양센터, 노인요양원, 요양병원, 쉼터, 어린이집,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키움센터, 늘봄센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 기관들의 입간판이 즐비하다. 하지만 나의 문제, 나의 돌봄 욕구를 딱 맞게 채워줄 돌봄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다.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을까?



이 책은 돌봄을 위해, 사회가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 케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주거 기반 공동체, 공공 제도, 지역사회 참여를 통해 돌봄이 고립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읽는 동안, 나는 간호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부모님의 딸, 육아휴직 중 직장인으로서 겪는 여러 돌봄의 영역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동시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척이나) 많고, 서로 얽힌 기관과 복잡한 법 제도도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어려워도 조금씩 이해하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살면서 겪는 필수 과정이다. 이 책은 개인의 희생에만 의존해온 돌봄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더 나은 돌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은 존엄하게 살고 죽을 권리가 있다’라는 절대적 명제를 지킬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