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어른의 비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 홍세화, 이원재, 김민섭 작가

by 이윤지

Q “어른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사람을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가.



A “굳이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 라고 할 때 자기 변화, 자기 성숙의 여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나의 현존재가 미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그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 스스로 미완의 존재임을 의지로 붙들어야만 해요.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완성된 존재일 수 없다면 자신의 잘못된 점, 부족한 점에 대한 부단한 성찰을 통해 수정하거나 보충해가는 그런 긴장을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살피고 외출하듯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거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 그런 자세가 참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4-105p



남편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은 아직 20대에 머물러 있어. 영원히 철부지 소녀이고 싶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렇게 잠시 근심을 내려놓고 깔깔거린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첫째 아이가 내게 무언가 해달라고 요청한다. 주로 망가진 장난감을 고쳐 달라던지, 레고를 대신 조립해달라는 식이다. 가끔 피곤하거나 급한 볼일이 있거나 혹은 진짜로 내가 할 수 없는 난이도일 때는 해줄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럼 “어른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 엄마, 할 수 있잖아! 해줘!”라고 떼를 부린다. 그러면 문득 조금 전 친구들과 수다 떨고 왔던 기분이 공중으로 흩어져버리고 정신이 번쩍 든다. ‘아, 나는 자녀 둘을 둔 엄마였지. 그럼 나 이제 어른인 거지. 아이들의 거울인 거지.’



그래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종종 고민한다.



그러던 중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라는 제목이 나를 불렀다. 김민섭 작가님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홍세화 선생님, 이원재 선생님의 대담집이라니. 내가 생각하는 멋진 어른들의 합이라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위해 읽고 싶었다.



위에 발췌한 홍세화 선생님의 말씀을 읽으며 다짐하게 되었다. 자녀에게든, 후배에게든 내 말이 항상 맞고 완벽하다는 착각을 버리자고. 언제든 내가 틀릴 수 있고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은 채,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으면서 타인과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방식은 직접 경험일 수도 있고, 독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시야를 넓히고 나의 편견 등을 깨는 데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세화 선생님은,


국정농단, 촛불시위, 대통령탄핵 시기에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어요. 저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오늘 같은 날이 오게 된 거예요. 젊은 당신들에게 참 많이 미안해요.”라며 대통령도, 탄핵을 주도한 사람들도, 그 어떤 어른도 사과하지 않은 상황에 가장 먼저 사과를 표한 분이었다.



김민섭 작가님이 북토크를 요청했을 때 몸이 편치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당신의 길에 나의 이름이 필요하거든, 나의 얼굴이 필요하거든, 얼마든지 가져다 쓰세요. 보상이나 대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 선한 마음으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라며 젊은이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으신 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날의 북토크 내용이 고스란히 대화체로 옮겨진 글이다. 편한 대화처럼 읽히면서도, 파트별로 ‘인간관계, 교육, 자기 성찰, 사회적 배려’ 등 큰 주제가 체계적으로 녹아있다. 주로 ‘학교, 교사, 교육 제도’의 소주제이지만, 결론은 ‘어른의 자세와 책임’을 성찰하게 하는 방향으로 귀결됐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어른이란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계속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것.”



새해에는 스스로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미완의 존재임을 늘 기억하며, 아이 앞에서도, 어른들 앞에서도 끊임없이 내면을 점검하는 자세를 취하고 싶다. 동시에 삶의 방향과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겸손과 배려를 갖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