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 뒤에 가려진 학생들의 진짜 이야기

체육복을 읽는 아침, 이원재 작가

by 이윤지

<체육복을 읽는 아침>은 교직 생활 10년을 갓 넘긴 공립 고등학교 국어 교사 이원재 선생님의 에세이다. 첫 발령을 받은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교사로서의 여정을 담고 있으며, 저자 특유의 유쾌한 문체와 학생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어우러져 읽는 내내 웃다가도 울컥하게 만든다.



책의 제목인 ‘체육복을 읽는다’는 표현은 이 책의 핵심을 잘 보여 준다. 저자는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단순한 복장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과 마음 상태를 드러내는 하나의 신호로 바라본다. 늦잠을 잔 아침, 가정 형편, 학교생활의 어려움 같은 사연들이 체육복에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시선은 학생을 규칙의 대상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나였더라면 또래집단의 유행이나 겉멋 정도로만 여기고 넘겼을텐데, 저자의 시선에 놀랐다. (나는 한참 멀었다 ^^;)



첫 발령을 받은 학교는 지역 중학교에서 성적이 가장 낮은 학생들이 모여드는 특성화 고등학교였다. 저자가 생각하던 전형적인 학교의 모습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았고, 그 속에서 교사로서의 고민과 시행착오가 시작된다. 이후 교직 8년 차가 되어서야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기게 되지만, 그곳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학교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학생들의 사연, 가정사, 결석과 자퇴의 이유 등은 학교가 결코 단순한 공간이 아님을 보여 준다.



이 책은 학생 이야기뿐 아니라 학교라는 직장에서 교사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다룬다. 업무 분장의 어려움, 학생들의 취업과 자격증 준비, 무상 급식, 두발 자유 같은 교육 현장의 다양한 소주제들이 등장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30대의 나이에 학생부장을 맡으며 겪은 에피소드들이다.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서 여러 학생을 마주하며, 저자만의 교사로서의 직업관이 서서히 만들어지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그러한 10여 년의 시간을 거치며 저자는 자신만의 분명한 교육 철학을 갖게 된다.

-수업의 내용은 아이들이 지금 살아가는 삶과 관련이 있어야 하고,

-수업에 대한 반응 역시 아이들의 삶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등급과 대학 이름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불편하지만, 그것을 단번에 바꾸기보다는 ‘학교’와 국민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의무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지켜 나가려는 교사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이런 교사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나의 아이들도 언젠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길 기도하게 되었다.



나는 19년 동안 교사를 꿈꾸며 살아왔고, 수학 교사 또는 초등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고3 입시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특히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 모습이 더욱 멋지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만약 내가 교사가 되었다면 저자만큼 지혜롭고 따뜻한 교사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교사보다는 간호사가 나에게 더 잘 어울리는 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각자에게 맞는 자리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은 사람마다 알맞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체육복을 읽는 아침>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교사의 진심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체육복’을 읽어 보려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