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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원 Jul 15. 2018

약점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미디어는 약점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에게 갈채를 보내도록 유도한다. 미디어에 있어 '타고난 강점을 활용한 당연한 성공'은 좋은 기삿거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같은 성공이라도 주인공의 천부적인 재능을 강조하기보다는 가난이던, 신체적 약점이던 어떻게든 약점을 내세운다. 그게 감동을 만드니까. 그러면 사람들은 ‘What a great story!' 난 할 수 있어!’라며 약점을 극복하려 한다. 과연?

 

 


성공은 당연하게도 길고 짧은 것처럼 상대적이다. 모두가 성공하면 성공이 아니며 달리 말해 성공에는 경쟁이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약점을 보완해 그 경쟁의 꼭대기에 이를 수 있을까? 


인간의 능력 중에 최상위 2개를 꼽자면 첫 번째는 열정이며 두 번째는 창의다. 너무나 만연해 흔해빠진 단어지만 사실 이 2가지만큼 위대한 능력은 없다. 그럼 그 창의와 열정은 언제 발현되는가? 약점을 보완할 때? 아니다. 내가 미칠 수 있는 강점에 집중할 때다. 그때야 비로소 성공의 영역에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린 어려서부터 ‘넌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라고 세뇌 아닌 세뇌를 당하지만 이미 알고 있듯 100% 거짓이다. 죄송하게도 우린 타고난 유전자와 경험에 의해 이미 강점과 약점이 정해져 있다. 체격과 근육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스포츠 선수나 모델이 아닌 이상 잘 보이지 않을 뿐. 그래서 우린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강점이나 성향, 직무 테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내가 뭘 할 때 살아있고 뭘 할 때 죽어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우린 약점에 집착할까? 


난 그 이유를 교육이 만든 '평균 점수의 늪'에서 찾는다. 내신이나 모의고사, 수능에서 우린 더 높은 평균 점수를 승리자로 간주한다. 그래서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우리는 ‘약한 과목’에 집중한다. 90점을 100점으로 만드는 것보다 50점을 70점으로 만드는 게 더 좋은 전략이니까. 그렇게 우리는 ‘평균적으로 좋은 능력을 만드는 것’에 숙달되어 갔다.


하지만 ‘수학 100점, 과학 100점, 영어 0점’이 3과목 모두 70점보다 열등한가? 또 우리 능력에 100점이란 제한이 있는가? 평균 점수 승리 제도는 과락의 발견, 즉 바보를 거르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을 뿐이다. 그 빌어먹을 ‘김치찌개’와 김치찌게’를 구분하기 위해 억지로 쏟았던 시간은 맞춤법 검사기에 맡기고 남들과 차별될 수 있는 더 잘하는 과목에 쏟아야 했을 시간이다. 

 

 


약점 보완을 내게 적용해보자. 갤럽 강점 조사를 통해 발견한 내 34개 특성 중 최상위 항목과 최하위 항목은 다음과 같다. 


최상위 항목 : 전략 / 집중 / 미래지향 / 승부 / 주도력

최하위 항목 : 공정성 / 공감 / 화합 / 포용 / 체계


약점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난 공감과 공정, 포용을 염두에 둬서 다정함의 탈을 써야 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 피드백하고 수시로 구성원들의 감정을 살피며 업무가 끝나도 가족같은 회식을 통해 화합을 이룰 것이다. 억지로 안부 문자를 보낼 것이며 돌아오는 다정한 답장에 '난 이제 다정함까지 갖춘 완전체가 되고 있어!'라며 자신을 다독일 것이다. 심지어 실제로 그런 적도 있었다. 20대 초반 인간관계 강화라는 명목하에 매일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알람을 설정했었다. 이럴 경우 우리는 모든 건 노력과 정신력이라며 스스로를 속인다. 하지만 노력은 당연히 하는 것이고 인생은 반세기밖에 남지 않았으며 정신력도 번아웃을 담보로 한 리소스다. 약점 보완은 우리가 싫어하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우릴 괴롭히고, 또 그걸 달성하지 못함으로써 또 한 번 괴롭힌다. 그렇게 서서히 사람을 병들게 한다.


약점 보완을 포기하는 대신 강점에 집중하자. 나의 경우 최상위 강점인 전략과 주도력, 미래 지향의 특성을 살려 미래를 설계하고, 주도력과 승부의 강점을 살려 경쟁사를 선정하고 KPI를 설정하며 팀을 리드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 내가 태어난 대로 또 성장한 대로 강점을 발휘하기 때문에. 


강점에 집중하는 건 조직 문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은 기업의 핵심 가치에 맞는 강점들을 설정하고 채용에서부터 강점 조사를 진행하고 Fit을 따져본다. 그리고 강점에 따라 디테일한 직무를 설정한다. 입사 후에는 구성원 전체의 강점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그러면 몇 년 일해보지 않아도 서로를 극도로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저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과락 사항이 아니면 굳이 약점 보완의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그럴 거면 새로운 사람을 뽑는 게 더 빠르다. 대신 그 약점을 보완해 줄 파트너를 찾거나 프레임워크를 만든다.




인간관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린 이미 그간의 경험에 의해 누가 우리에게 맞는지 아닌지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알 수 있다. 당신을 힘들게 하고 당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 유지에 집착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건 우리의 실수가 아니라, 말 그대로 맞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억지 미소 지을 시간은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가 그저 그렇게 알고 지내는 100명보다 우리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1명이 훨씬 중요하다. 그 100명의 관계 유지에 따르는 경조사 참석은 말할 것도 없고. 흔히 네트워킹이라는 불리는 어색한 단체 만남의 시간은 명함 더미들과 연락처로 막연한 안도감을 줄 뿐이다. 서랍 한쪽에 쌓아둔 명함 뭉치들은 과감히 버리자. 그걸 다시 볼 리는 없다. 불필요한 전화번호 역시 전부 삭제하자. 다시 전화할 리는 없다. 차라리 우리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게 압도적으로 효율적이고 행복하다. 


 


세상에 완전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Edge만 존재할 뿐이다. 


많은 이들이 약점을 잊고 강점과 그 강점의 이면에만 집중했으면 한다. 결정적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강점에 집중할 때가 훨씬 행복하다. 안 그래도 루틴한 일상에서 약점에만 집착한다면 우린 얼마나 불행한가. 부디 타고난 재능대로 행복을 찾길 간절히 바란다. 진정한 성공은 그 행복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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