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UX라이팅에 대하여
글자 하나하나를 그냥 못 지나가는 편이다. 길가에 걸린 현수막이나 전단지의 홍보 문구 하나도 이건 잘썼네, 이건 이렇게 바꿔야 하네 생각하곤 한다. 이건 왜 이렇게 쓴 걸까? 내 맘대로 상상하다보면 답이 나올 때도 안 나올 때도 있는데, 쉬지않고 일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고 그냥 이 과정 자체가 재밌다.
아무튼 꾸준하지 못한 나답게 브런치에 글 하나 띡 던져놓고 4달을 아무것도 안썼는데, 이래저래 바쁘기도 했다고 핑계를 댈 수야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못한 건 못한거다. 그래서 뭘 주제로 써야 내가 좀 재밌게 쓸까,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주제라면 좀 달라질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낸 게 게임 UX라이팅이다.
게임 UX라이팅이 무엇인가? 사실 잘 모른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분야인 것 같다. UX라이팅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는 다른 분야들과는 달리 게임 업계에선 아직 이 쪽을 다소 등한시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도 UX라이팅은 앞으로 중요해져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왜? 게임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니까.
게임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 게임이 왜 계속 어려워지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다만 게임을 쉬면 쉬었지 끊은 적은 없는 한국의 일반적인 게임 유저로서 추측해볼 수는 있다.
당연히 게이머들이 계속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 아닐까? 게임사가 새로운 거라고 들고 와도 다 어디서 본 거, 외국 무슨 게임에서 했던 거, 뭐 이런 식일 테니. 그러다보니 점점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시스템, 너무나도 창의적인 캐릭터와 스킬 등을 창조하는 데 열을 쏟게 됐고… 그러면 옛날보다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거다.
10년 넘게 세계 최고 인기 게임으로 군림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보자. 위 사진은 롤 유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캐릭터인 ‘판테온’의 과거 스킬 중 하나다.
투창: 적에게 창을 던져 물리 피해를 입힙니다.
간단하다. 너무나도 직관적이다. 실제로 저 스킬은 캐릭터가 창을 던지면 상대는 맞고, 데미지를 입는 게 끝이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캐릭터들의 스킬을 살펴보자면,
이런 식이다. 이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거나 한 번에 알아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암호문 같아, 보기만 해도 어지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롤 유저들은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그 스킬 설명이 조금 길다 싶으면 바로 ‘비문학’이라고 해버린다. 읽고 이해할 엄두가 안 난다는 뜻이다.
근데 뭐.. 저 정도 글을 못읽는다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위 ‘오로라’ 캐릭터의 스킬 설명을 인게임에서 마주하면 이렇게 된다. 기본적으로 게임 속 세상에서는 판단이 빨라야 한다. 어려운 것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칠 용의가 없거나, 여유가 없는 유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웃지 못할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게임을 업으로 하는 스트리머조차도 팬들이 채팅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다. 롤의 역사가 10년이 넘었고, 이 스트리머가 접한 캐릭터가 150개를 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자꾸 이해할 수 없는 텍스트를 마주한 유저는 어떻게 반응할까?
'일단 넘어간'다. 즉 ‘모르겠고, 일단 써본다’는 쉬운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스킬을 쓰고, 죽이고 죽고 하다 보면 ‘아 이게 이런 스킬이었구나’ 하고 감을 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옳은 방식일까?
참 이상하다. 생각해보면 그 어떤 서비스도 유저에게 최소한의 설명만 대강 해두고 ‘일단 부딪혀 보면서 몸으로 익히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게임사의 의도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달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이것이 내가 게임 UX라이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많은 게임들이 창의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점점 복잡한 시스템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게이머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충분한 사용성과 직관성을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여러 게임들의 텍스트를 살펴보며, 사용성과 직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발견하면 내 식대로 개선하는 작업을 해 볼 생각이다. 누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서 게임하나?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개선하면 모두가 더 편하게 게임할 수 있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