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업식, 대망의 첫날(24.3.4)

by 초등교사 윤수정

올해부터 꼭 실천하고 싶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 바로 학급일지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꾸준히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방학이 다 끝났다는 아쉬움과 새롭게 시작할 새 학기에 대한 설렘 또 알 수 없는 두려움. 어제 저녁, 이렇게 여러 감정들이 뒤범벅된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분명히 평소 기상 시간에 눈을 떴건만 다시 잠이 들었는지 한 시간 정도 늦은 기상을 했다. 새벽에 내가 할 일들하고 가볍게 독서와 글쓰기를 했다. 이미 오늘 첫날에 대한 수업 준비를 다 해 두었기에 그래도 마음이 한 결 가볍다.


지난 2월 아이들 명단을 받고 하루에 5명씩 나누어 아이들에게 건넬 환영 카드를 썼다. 새 학년이 됨을 축하하고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30장이 넘어서인지 손에 잡히는 느낌이 두둑하다. 오늘 잊어버리고 두고 가면 큰일이기에 보물단지라도 되듯 소중히 파일 속에 넣었다. 그 밖에 필요한 것들 챙기고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학교로 향했다.


신발장 이름표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앞문, 뒷문에 붙여둔 아이들 이름이 적힌 환영 판도 무탈한지 살폈다. 다 잘 붙어있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지난 2월 대대적으로 교실 정리와 청소를 해 둔 덕분인지 제법 깔끔한 교실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실이 너무 좋다. 컴퓨터를 켜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 매일 아침이면 내가 아이들을 맞이하기 전 하는 루틴이다. 앞문과 뒷문을 활짝 열어둔다.


8시 30분을 기점으로 한 명씩 한 명씩 교실로 들어온다. 자리 배치표를 보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몇몇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섣불리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앞문과 뒷문, 교사용 책상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며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드디어 30명이 다 왔다. 9시 땡 하고 시업식을 시작하려는데 전학생이 왔다. 반가운 얼굴로 아이를 맞고 학부모와도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방송 조회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담임교사 소개 시간이 되었다. 준비한 ppt를 열고 진진가 게임과 몇 가지 사진을 보여주며 짧은 내 소개를 하였다. 우리 반 이름에 대한 소개와 급훈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일제히 따라 읽기도 했다. 앞으로 외울 만큼 자주 함께 읽을 거라는 말도 남겼다.


1교시: 방송조회와 담임교사 소개

선생님에게 소개하는 나


<선생님에게 소개하는 나> 학습지에 아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적었다. 그리고 최대한 자유롭게 그리고 자세히 적어주면 선생님이 너희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조금 있으니 질문이 쇄도한다.


"선생님, 좋아하는 친구가 5명인데 다 적어도 돼요?"

" 우리 반 친구가 아니어도 돼요?"

" 그 친구가 몇 반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제 성격이 어떤지 모르겠는데요?"

"선생님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안 써도 돼요?"

"쓰고 싶은 말이 많으면 뒷장에 더 적어도 돼요?"


예상은 했지만 갑자기 머리가 지끈 해진다. 다시금 설명해 주고 모르는 것은 빼고 안 써도 좋고 무조건 자유롭게 적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정적으로 "이제 질문 안 받겠습니다." 선언을 하였다.


2교시: 교과서 배부

삼각 이름표 만들어 세우기


2월에 배송된 몇 권의 새 교과서를 배부하였다. 질서 정연하게 잘 따라주어서 금방 일이 마무리되었다. 바쁜 날일수록 나는 더 천천히 걷고 더 천천히 말한다. 교사의 말과 행동을 아이들은 금방 따라 한다. 어느새 내가 마음이 급해져 동동거리고 돌아다니면 아이들의 발걸음도 나와 똑같아진다.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오늘 첫날은 무조건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했다.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었다.


3교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환영 카드 전달하기

짧은 자기소개하기


오늘의 하이라이트, 환영 카드 건네며 축하식 하기를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지난 2월 봄방학 동안 선생님이 너희들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썼다며 너스레를 떨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칠판 앞으로 불렀다. 그리고 카드를 건네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함께해 주었다. 아이들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내가 쓴 카드를 조심히 받아 가는 모습에 흐뭇했다. 알림장 첫 면에 그 환영 카드를 붙여가게 했다. 집에 계시는 부모님께도 너희들의 3학년 진급을 선생님 응원하고 축하한다고 했다는 말을 꼭 전하도록 안내했다. 진심이다. 아이들의 첫날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내 마음이 작은 카드이지만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아이들은 대 성공인듯하다.


"얘들아, 선생님이 이거 정말 정성을 다해서 쓴 거야.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어? 여기저기 버리고 흘리면 선생님 마음이 어떻겠어?" 했더니만,

"선생님이 슬퍼하실 것 같다."라며 환영 카드를 잘 보관하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해 주었다.

아이들만큼이나 집에서 걱정 어린 마음으로 함께할 학부모님께도 내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4교시: 집중 구호 복습, 교실 규칙 복습

친구 사귀는 법 동요 배우고 따라 부르기

5분 청소


오늘은 첫날이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기에 안내할 것을 나누어 가르쳐 주었다. 당장 급한 것은 집중 구호이다. 다양한 버전을 활용해서 쓰기에 중간중간 앞에서 새로운 것들을 설명하고 안내하였다. 그리고 다소 흐트러진다 싶을 때 복습 겸 다시 한번 따라 해 보고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집중구호
(소란해진 교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도록)


집중구호 1

꿈마을!/ 꿀벌


집중구호 2

선생님을 보세요./네, 선생님(네 할 때 박수 한 번 치면서)


집중구호 3(선생님 목소리 크기대로)

무조건 큰 소리로 하는 것만이 답이 아님을 선생님과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같은 목소리 크기로 보여주세요.

3학년/3반


집중구호 4

아이스 아이스

아이스 아이스! /박수 3번/ 손 머리 위 /눈 감기

온 더 니 플리즈

손 무릎 눈 뜨기


집중구호 5

칭찬 박수 시작/잘했군 잘했어(제스처와 함께)


교실 규칙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1. 우리 반 급훈 다 같이 읽기(외울 만큼 반복해서 아침 조회 시 오후 종례 시 계속 반복해서 읽게 한다.)

2. 분단과 분단사이 통로 확보를 위해 가방은 일제히 왼쪽에 걸어둔다.

3. 가방 입이 쫙 벌어져 있지 않도록 양쪽 지퍼를 가운데 올 수 있도록 항상 오므려 둔다.

4. 활동 시간 안에는 "다 했다. 또는 다했어요." 하며 혼잣말하거나 나오지 않는다. 그 활동에 적합한 시간이니 다 했어도 다시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더 마무리한다.

5. 모둠별 번호 부여하고 돌아가며 도우미 활동을 한다. (학습지 배부와 걷기에 대한 설명)

6. 책상 속에 두어야 할 물건, 사물함에 넣어두어야 할 물건 구분하기

7. 청소 후 책상 줄 앞, 뒤, 옆 잘 보고 맞추기

8. 신발 갈아 신고 줄 서는 법, 대기하는 장소 안내


첫날이라서 몇 가지 오늘 상황에 꼭 필요한 것만 안내한다고 했어도 지금 보니 참 많다. 3월 한 달은 학급 세우기 일환으로 규칙과 질서에 대한 안내와 공부, 복습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첫날이지만 아이들에게 의식적으로 칭찬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교실 사과에 대한 안내도 하였다. 사과나무에 열매가 10개 열리는 날, 학급 이벤트 또는 없는 체육 시간도 만들어서 하기 등 재미난 활동을 할 거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오늘 정말 잘했다며 칭찬하고 사과 하나를 올려주었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줄지어 교문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기 전 정중히 인사하고 갈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공수, 인사"

"사랑합니다."

"잘 가, 얘들아. 오늘 정말 잘했고 수고했다."


교문 앞에는 학부모님들의 무리가 장사진을 치고 있다. 첫날이기에 목을 빼고 내 아이를 기다리는 것일 것이다. 나도 교사이기 전에 엄마이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가벼운 인사와 함께 미소를 띠어 보냈다. 첫날, 예상했던 것보다 3배속은 빠르게 하루가 지나간 것 같다. 어쨌든 잘 마무리되어서 첫날은 일단 성공이다.

© phammi,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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