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보다 중요한 둘째 날(24.3.5)

by 초등교사 윤수정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어제보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나를 보며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이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한 명 한 명 들어오는 모습, 인사하는 태도를 한동안 지켜보았다. 뒷문 입구에서 고개만 까닥하는 아이, 아무 말도 없이 제 자리에 앉아 떠들기 먼저 하는 아이, 그런가 하면 내 옆자리까지 와서 정중히 인사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다 왔다. 이제는 독서하는 태도를 지켜보았다. 그간 20여 년 넘게 교단에 서고 보니, 아침 독서하는 모습만 보아도 대략 어떤 성향의 아이인지 짐작이 간다. 책을 얼마나 가까이했는지 평소 독서 습관이 고스란히 읽힌다. 10분의 독서 시간일지라도 집중을 하는 아이가 있고 또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어제 분명히 책 한 권을 꼭 가지고 올 것을 알림장에도 써 주고 여러 번 강조했건만 빈손으로 온 친구들이 있었다. 적당히 10분을 버틸 심산인지 멍하니 앉아있다. 안 되겠다 싶어 국어책이라도 꺼내서 읽으라고 했다.


일단 오늘 아침 훈화는 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지도하기로 했다. 1. 바르게 인사하기, 2. 아침 독서 시간 안내하기


1. 바르게 인사하기(인사의 중요성 깨우치기)


인사를 통한 삶의 품격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정중한 몸가짐, 바른 태도로 인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뒷문에서 빠끔히 하는 인사가 아니라 선생님 자리 옆까지 와서 인사할 것을 당부했다. 나 역시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아침 등교 시간에 아이들과의 눈 맞춤 인사를 소중히 할 것이다. 눈을 맞추고 인사하는 것이 관계 맺음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기에 내일부터는 모든 일을 멈추고 아이들을 열렬히 환대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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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반은 작은 도서관
(아침 독서의 중요성과 지켜야 할 규칙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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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40분부터 시작되는 아이들의 등교 시간, 자칫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돼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매일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의식하고 유용하게 쓴다면 하루 10분 이상의 독서 시간이 정기적으로 확보되는 셈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도 하루가 무척이나 바쁘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그렇다. 하교 후 방과 후 교실, 영어 학원, 수학 학원, 다양한 예체능 교육. 그래서 학교에서 단 10분이라도 책을 손에 잡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고 또 그렇게 교육되어야 한다.


문제는 독서하는 학급의 분위기 조성이다. 아침 독서 시간에는 되도록이면 어떠한 이야기도 삼가고 자기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꾸준히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뚝딱 끝나는 경험을 몇 번 하면 자투리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9시 수업 시작종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지금부터는 읽던 책을 세워 들고 3분간 큰 소리로 읽는다. 모든 아이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3분 타이머를 맞추어 모니터에 띄워 준다. 아직 3학년은 저학년에 속하기에 큰 소리로 책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고학년에게도 필요한 학습법이다. 독서법 연구나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책을 큰소리로 내어 읽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집중력이 향상된다.

소리 내어 책 읽기는 집중력을 높여준다. 눈으로만 책을 읽으면 눈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지만,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모든 감각기관을 사용하게 되고 그 결과 눈으로는 보고, 귀로는 듣고, 입으로 읽고, 손으로는 책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에 집중하게 되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기억력이 놓아진다

눈으로 글자를 읽으면서 귀로 발음을 듣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기억력이 높아진다. 소리 내어 읽기의 중요성은, 소리 내어 읽는 과정 안에서 눈으로 읽기만 할 때 보다 월등히 많은 뇌신경 세포가 활성화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묵독하기와 듣기만 하기와 비교했을 때 소리 내어 읽기는 10% 이상 기억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셋째. 문장력을 높여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소리 늘 내어 읽으면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의미에 맞게 끊어 읽는 연습이 되어 책에 드러나지 않는 의미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직접 글을 쓸 때도 효과적으로 적용되어 문장력이 좋아지는 효과도 꾀할 수 있다.


넷. 발음이 좋아진다

구강구조가 형성되는 시기에 소리 내어 읽기는 많이 하면 구강구조가 좋아져 발음이 정확해진다. 실제로 입 근육을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 발음이 명확하지 않고 발음이 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치과의사들도 입 근육을 많이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아이들이 입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소리 내어 책 읽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당분간 학교에서 꾸준히 연습하고 적응이 되면 3분 낭독은 가정에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21일 도전 과제로 제시할 예정이다.


긴 하루가 흘러갔다. 화요일은 6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특히나 이번 주는 학기 초로 아직 교과 수업이 지원되지 않아서 담임교사가 오롯이 6교시 수업을 진행한다. 중간에 한 시간도 쉬는 시간이 없다.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나니 목이 칼칼하니 아픈 것 같다.


오늘부터 급식도 실시하게 되었는데 비교적 규칙을 지키며 잡담하지 않고 질서를 준수하는 모습이 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급식 전 보여준 <말할 때 공기 중으로 튀는 침방울> 관련 영상이 한 몫한 것 같다. 앞사람과 대화할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맞은편 사람의 온몸에 침이 튀어 뒤범벅되는 영상이었는데 나름 큰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일단 오늘은 성공인데 얼마나 갈지 지켜볼 일이다. 남기지 말고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잘 먹고 잘 크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학급 경영에 있어 첫날은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날은 둘째 날, 셋째 날 또 그다음 날이다. 학급 경영이라는 것이 단박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긴 인내를 가지고 묵묵히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 이루어내고 완성에 가깝게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꾸준히 나아가 볼 일이다.

© omeganov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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