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부럽기만 하다!

by 초등교사 윤수정

괴테가 쓴 <이탈리아 기행>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손에 잡은 이유는, 아직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유럽 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또 책이라도 읽다 보면 직접 다녀보지는 못했어도 비슷한 감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한 몫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바티칸 시티가 있고 고대 로마의 유적, 아름다운 성당과 미술품이 가득한 이탈리아는 다른 어떤 여행지를 뛰어넘어 손꼽는 나의 로망이고 언제 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지인들의 표현에 의하면 그냥 눈을 돌리고, 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사방천지가 다 유명한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이탈리아 하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던 스페인 광장의 계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이 있는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 성당도 너무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 외에도 교황님이 계시는 바티칸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가톨릭 성지순례에 대한 기대가 큰 곳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가 본 곳을 아직 나는 못 가봤다는 아쉬움과 꼭 한 번 가겠다는 열망을 담아 '그럼 책이라도 읽어보자'싶었다. 그러던 차에 괴테 또한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동경이 매우 커서 새벽 3시에 아무도 모르게 짐을 꾸려서, 심지어 가명을 써가며, 이탈리아 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이탈리아를 여행한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의 집결지인 이탈리아에 대한 로망 때문이기도 했지만, 문학적 침체 상태를 벗어나려는 시도였다고도 한다. 어찌 되었든 남들 다 자는 시간에 홀로 짐을 싸서 이름도 바꾸며 나를 드러내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났을 괴테를 생각하면 재미있다 못해 엉뚱하고 괴짜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부럽다. 그는 장장 약 20개월, 1년 하고도 8개월을 더 이탈리아 머물면서 그만의 여행을 기록했다.


언젠가는 가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가 쓴 이탈리아 곳곳에 얽힌 그 만의 특유의 시선과 감성을 느끼고 싶었다. 먼저 누군가의 경험담으로라도 이탈리아를 알게 된다면, 나 역시 이탈리아에 대한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전혀 모르는 곳, 생소한 곳에 대한 이야기라서일까? 하나도 머리에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다. 나름 이탈리아 지도를 봐 가며 또 관련 사진이나 자료를 찾아가며 천천히 읽어가고 있지만 썩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내 발로, 내 눈으로 직접 그곳에 가보고 느껴봐야 괴테의 마음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생경한 느낌을 가지고 이 책을 읽고 있지만 괴테가 가졌던 여행에 대한 생각들은 오늘날 현대인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바로 다음의 문장들에서 그가 가졌던 여행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책에서도 그림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감각적 인상이 중요한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다시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관찰력을 시험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의 학문이나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나의 눈이 맑고 순수한지, 얼마나 많은 것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나의 정서 속에 각인된 주름들을 지워 원상복귀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사색해야 한다." p. 26


"이 구석진 시골의 한없는 고독 속에서, 낮에 일어났던 사건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인간이란 어쩌면 그렇게도 불가사의한 존재일까, 어째서 인간은 가족과 친지들 사이에 있으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데도, 가끔 이 세계와 저 세계 속에 있는 내막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하는 즉흥적인 생각으로 일부러 불편과 위험 속으로 뛰어들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p. 75


"내가 이 놀라운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대상을 접촉하면서 본연의 나 자신을 깨닫기 위해서다."p. 90


"오늘 저녁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명상에 잠겼다. 이때 나는 정말로 고독하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 순간에 나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 하나 내가 여기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p.119


괴테가 여행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고독과 나 자신을 직시하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날 현대인들도 여행을 통해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나를 모르는 타인들 속에서의 자유로움과 고독 내지는 일종의 해방감을 얻고자 하는 부분과 꽤 닮아있는 듯 느껴졌다.


나로서는 마음먹으면 한 달 이상을 외국에 머무를 수 있는 괴테가 부럽기만 하다. 오늘은 연휴 마지막날, 아니 봄방학 마지막날이다. 내일부터는 꼼짝없이 매어 살아야 하기에 더더욱 괴테가 부러운 순간이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속속들이 괴테가 다녀온 곳들에 대해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언제 가는 내 눈에 담고, 내 발로 딛으며 가 보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끝까지 이 책을 읽어볼 작정이다. 다시금 그의 생각을 따라가 본다.


"내가 이 놀라운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대상을 접촉하면서 본연의 나 자신을 깨닫기 위해서다."



#괴테, #이탈리아 기행, #여행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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