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단짝, 막둥이와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 근처 야트막한 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니 제가 좋아하는 꽃집이 보입니다.
인도에 진열해 놓은 꽃들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꽃집 문을 열자마자 방실 방실 피어난 꽃들이 한가득입니다. 봄날이 따로 없습니다.
망설임 없이 프리지아 두 단을 샀습니다. 한 단은 저희 집, 또 한 단은 근처 사시는 선배 선생님댁에 드리기로 했습니다. 꽃을 들고 산에 올랐습니다.
작은 동산으로 둘레길이 걷기 좋은 산책로입니다. 아들 녀석은 시종일관 떠들어댑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또 궁금한 것은 왜 그리 많은지. 한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둘 다 말이 없어졌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때문입니다.
"엄마, 새소리 들려요?"
"어, 들려."
"우와, 엄마, 이제 진짜 봄이 오려나 봐요."
바람은 불지만 매섭지 않은 봄기운 가득한 바람입니다. 봄소식을 전하는 새소리도 들려옵니다. 손에는 프리지아 꽃을 들었습니다. 봄의 전령이 된 듯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스치는 사람들마다 제가 들고 있는 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 번은 눈길을 줍니다. 사람들도 봄이 기다려지는 거겠죠?
집에 오자마자 화병에 꽃을 꽂았습니다. 봄을 한가득 몰고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녁이면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올 식구들에게도 환한 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설렙니다.
오늘 읽기 시작한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의 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진정 모든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의 눈은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주어야 한다. 삶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삶에 햇살을 주는 것도, 가뭄 속에 간직된 비 향기를 기억해 내는 것도 생각의 노력에서 시작한다."
책의 표지도 봄빛을 닮았습니다.^^
삶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라는 작가의 말이 여운을 남깁니다. 삶에 햇살을 주듯, 오늘 제 하루에 봄을 가지고 온 것 같아, 아니 저 만의 봄향기를 기억해 낸 것 같아 기쁩니다.
이 책의 저자, 서동욱 작가는 "세상은 깨어졌고 그 파편들은 아름답다. 각자의 조개껍데기를 주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추어보라."라고 말합니다. 결국 스스로 맞춘 조각은 "나만의 세계가 되어 내 손 안에서 꼬리가 아름다운 별"이 된다고 합니다. 또 그 별이 궤도를 다 돌면 하루가 지나고 그 하루는 온전히 당신의 것, 나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삶은 분무기에서 뿌려지는 입자의 파편처럼 흩어지고 사라져 버립니다. 때로는 파괴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럴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을 응시하고 기뻐하고 웃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아름다움에 감사와 찬미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 소중함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프리지아 꽃말은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요."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의 시작과 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