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8월 11일 새벽 5시. 고요한 새벽이다. 어김없이 새벽불을 밝히고 있다. 잔잔한 음악과 차 한 잔을 마주한다. 탁탁탁, 노트북으로 글 쓰는 소리가 듣기 좋다. 어제 있었던 대강연회의 진한 감동과 여운이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1,000명이 넘는 인파, 상상도 못 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 그 많은 사람 앞에서 강연했다. 좌충우돌 우당탕거리며 초등교사로 살아온 30년, 내 이야기를 했다. 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던 그 차가운 감촉은 선명한데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초등교사를 꿈꾸던 나, 첫 교단에 섰던 그날의 설렘, 이상과 현실 속에서 힘들어했던 나, 세 아이의 엄마로 버거웠던 육아. 아마도 나의 일대기를 풀어냈을 것이다. 강의가 끝나니 내 책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오는 독자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강연장은 저자 사인회장이 되었다. 큰 위로가 되었다는 새내기 선생님, 어둠만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는 교직에서 다시금 희망을 찾았다는 선생님,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한다는 아이 셋 엄마. ‘행복하세요.’라는 문구와 내 이름 석 자를 힘주어 썼다. 어느새 다 자란 세 아이와 남편이 이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5년 전 어느 날이었다. 그간 몇 권의 책도 출간했다. 그렇게 바라던 작가가 되었건만 출간의 기쁨도 잠시뿐, 새로운 글을 쓰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생각은 넘쳐나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매일 글을 쓰겠다던 그 첫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글쓰기는 점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졌다. 이래서 작가 하겠나? 적어도 작가라면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해야 할 텐데? 그때였다. 아, 그럼 5년 후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까? 원하는 것을 다 이루었을까? 세 아이는? 남편은? 몽글몽글 재미난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나도 모르게 노트북에 손이 올라갔다. ‘그래, 5년 후 내 모습을 써 보자.’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 드디어 마지막 저장 버튼을 힘주어 클릭했다. ‘칫, 아님 말고.’
갑자기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부리나케 블로그 글을 뒤졌다. 2025년 8월 11일 새벽 5시에 발행된 글 한 편이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열어보았다. 5년 전 상상 속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되어있었다. 어제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희망을 전하는 강연자로 전국을 누비고 책도 여러 권 출간하기를 꿈꾸었는데 이루어진 것이다. 얼마 전 출판사에서 한 달 전 출간한 책이 반응이 좋아서 2쇄를 찍자는 연락도 받았다. ‘바로 이거구나. 꿈꾸고 열망하고 상상하면 이루어지는구나.’ 잠재의식과 끌어당김의 법칙을 실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심장도 쿵쾅거렸다. 이 좋은 것을 빨리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었다. 탁탁탁, 글 쓰는 손이 바빠졌다. 1주일 후에 있을 희망 강연 주제의 한 꼭지를 잡은 듯했다.
이상은 5년 후, 내 삶을 상상한 가상의 이야기이다. 5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내 삶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내 꿈을 이루었다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이미 행복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세 아이 키우기도 버겁고 학교 아이들을 마주하기도 벅찼다. 목표도 방향도 없이 그냥 살아가는 상황이 나를 힘들게 했다. 입꼬리를 당겨 웃어보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아이 셋 엄마인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꿈꾸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러다 나보다 잘 되는 주변 동료를 보면 괜스레 속이 불편했다. 나와 그를 비교하며 내 처지를 비관했다.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떤 교사로 살아야 할 것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꿈은 초등교사였다.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다. 이미 나는 내 인생의 목표를 성취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내 남은 교직 생활을 잘 마무리하면 된다. 남은 교직 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내가 진정으로 꿈꾸는 것은, 사랑과 나눔, 성장의 삶이다. 각각의 내 생각을 풀어보자면, 첫째, 내 인생 최대 가치는 사랑의 실천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사랑 없이는 행할 수 없다. 내 말 한마디에도 작은 내 행동 하나에도 사랑을 담고 싶었다. 가족뿐만이 아닌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전하고 싶다. 둘째, 나눔이다. 내가 가진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26년 차 교사로 살아온 내 삶을 나누는 것이다. 나는 정년퇴임을 꿈꾼다.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교직의 길 위에서 나의 달고 쓴 경험이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셋째, 성장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성장하는 삶이다. 내가 진정 행복했던 때는 손톱만큼이라도 내가 성장하고 있고, 노력하며 살아갈 때였다. 죽는 날까지 매일 새롭게 성장하는 나를 꿈꾼다. 이제 나만의 꿈이 생겼다. 목표와 방향도 분명해졌다. 불안과 걱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불투명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적어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존 업다이크는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면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꿈이란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도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라며 꿈과 현실의 결합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꿈을 현실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꿈을 향한 여정은 쉽지 않지만, 존 업다이크처럼, 또 월트 디즈니처럼 꿈의 힘과 가치를 믿고 그 길을 꾸준히 나아갈 때 가능하다.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현실을 바꿀 수 있다. 더 나은 나를 희망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원하는 삶을 찾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보탬이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동료 교사, 또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 오늘도 새벽에 깨어 불을 밝혀본다. 감사일기, 독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랑, 나눔, 성장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한 사람이 되리라. 길 위에서 멈추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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