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7. 하루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라

by 초등교사 윤수정

하루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이다. 삶을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환경이나 타인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고 하루를 사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하루를 반복하게 된다. 무의식적 반복을 끊고 삶을 ‘의식화’ 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돌아봐야 한다.


폴 발레리가 말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는 대로 살기는 절대 쉽지 않다. 반대로 사는 대로 생각만 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사람은 그냥 사는 대로 살기 때문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사람은 그저 연명할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폴 발레리는 사고의 한계가 결국 자신이 구축해 놓은 습성과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은 죽은 물고기나 다름없다. 자신의 의도가 아닌 타인의 생각과 의도에 얽매이는 삶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그렇게 물살에 휩쓸리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결에 몸을 맡기면 편하다.


레온 페스팅거의 말처럼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대로 사는 것은 수많은 변명으로 충분히 합리화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생을 살기에 삶의 한 모퉁이에서 맞닥뜨린 고난과 역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수동 변속 기어 자동차를 얻어 타고 가는 것과 같다. 남의 운전 스타일, 기어 변경 타이밍은 나의 몸에 맞춰져 있지 않다. 나는 오토매틱 기어가 나오기 전 지인이 운전하는 수동기어 자동차를 얻어 탔다가 심하게 멀미를 했던 경험이 있다. 주도성을 잃어버리면 커다란 톱니바퀴에 물린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작은 톱니바퀴에서 자기 의지는 허락되지 않는다. 오직 다른 바퀴에 맞물려 돌아갈 뿐이다. 돌아가는 속도, 그리고 돌아가는 방향 그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다. 기계가 멈추는 그날까지 돌고 또 돌아야만 한다.


과거,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살았던 때가 있었다. 계획이 없으니 점검 또한 따르지 않았다. 학교에 출근하면 공문 처리와 메신저로 밀려오는 잡다한 업무 처리에 바빴다. 내가 주도한 어떤 과업을 달성하기보다는 타인에 의해, 누군가 던져주는 과제 해결에 온 신경을 썼다. 그러다 퇴근 시간이 임박하면 주섬주섬 급하게 가방을 싸서 나오기 바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소진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일은 했지만 하나도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계획으로 살다 보니 하루 살기만 바쁘지 한 주의 계획도 없고 한 달의 계획도 없었다. 결국 1년은 바쁘게만 살았지, 자아 성장이나 작은 스펙조차도 만들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 셈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다르다. 시간 계획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잠자리 들기 전 내일 할 일을 점검한다. 중요한 몇 가지는 수첩에 기록해 둔다. 내일 새벽에 해야 할 일, 출근 전 마무리할 일, 출근할 때 꼭 챙겨야 할 준비물 등을 생각하고 메모해 둔다. 다음날 새벽, 일어나자마자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이미 생각해 두고 계획해 두었기에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새벽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출근해서 해야 할 일들을 다시 기록한다. 학교에 출근한 후, 역시 바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머뭇거리지 않는다. 오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부터 차근차근 처리한다. 업무 메시지가 와도 내 우선순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철저히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부터 처리한다. 내가 계획한 대로 내가 주도한 대로 움직인다. 메시지로 뿌려지는 잡무 처리는 자투리 시간이나 데드라인에 맞춰 해결하면 된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한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 10분 스트레칭을 할 여유를 챙긴다. 예전 같으면 일 속에 파묻혀 의자에서 엉덩이 떼는 그것조차 힘들었다면 시간을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일을 하고부터는 하루를 나의 기준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퇴근 전 오늘 한 일을 점검해 보고 내일 해야 할 일을 수첩에 적어본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했기에 마음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뿐하다. 퇴근 시간에 맞추어 여유 있게 가방을 싸고 교실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한다. 퇴근 후에도 하루 계획이 있기에 널브러져 있을 수 없다. 저녁을 먹고 10분 청소를 한다. 거실과 부엌에 널려진 물건들을 재빠르게 제자리에 두고 간단히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세탁기를 돌리면 대략 30분이면 청소가 끝난다. 취미활동인 피아노도 두어 번 연습한다. 똑같은 하루를 살지만, 무계획으로 일관된 하루와 생각하고 계획하며 시간을 요모조모 알뜰하게 쓰며 살아낸 하루는 달랐다. 우선 남이 시키는 일, 불같이 떨어진 일 속에서 해방되었다. 내 의지대로 내 생각대로 계획하고 실천하며 살게 되니 내 안에 자신감이 샘솟았다. 남에게 쉽게 휘둘리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결단력 있게 선택하고 내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당장 급하지 않은 일에 나를 희생하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자존감이 올라갔다. 지금은 훨씬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었다.


새벽부터 오전, 오후를 알차게 살았으니 퇴근 후에도 기분이 좋다. 마음이 가벼우니 가족들에게도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엄마가 될 수 있었다. 잠자기 들기 전 감사일기를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를 점검했다. “오늘 하루를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오늘도 살아있어서 감사합니다. 가족이 무탈해서 감사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오늘 계획한 글쓰기를 다 마무리해서 감사합니다. 피곤했지만 집 안 청소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제 할 일을 스스로 해서 감사합니다. 피아노를 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10분 스트레칭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잠자리 들기 전 나의 하루를 추적한다. 오늘 하루를 점검하고 돌아보는 감사할 수 있었다. 내가 계획했던 일을 해낸 것에 대한 감사와 비록 계획하지는 않았던 갑작스러운 일에서도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생각해 보고 감사로 마무리한다. 오늘이 더없이 충만하게 다가온다. 하루 계획이라는 기준이 있었기에 돌아봄도 가능했다.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하루를 전날 저녁부터 생각하고 계획했다는 것이다. 또 왜 못했는지 질문할 수 있었다.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하루를 점검하는 시간이다. 매일 나의 하루를 뒤돌아보며 내 꿈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간다. 오늘의 점검은 바로 내일의 시작이 될 테니까.

1510214.jpg?type=w773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새벽기상

#미라클모닝

#새벽3시




keyword
작가의 이전글36. 카이로스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