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8.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라(카르페디엠)

by 초등교사 윤수정

"카르페디엠(Carpe Diem)", 라틴어로 ‘현재를 붙잡아라.’라는 뜻이다. 오늘은 단 한 번뿐이다.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강신주 철학가는 그의 책 『한 공기의 사랑』에서 이 말을 단순한 쾌락주의가 아닌, 삶의 무상함을 자각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태도로 풀어낸다. 그는 불교의 핵심 개념인 ‘무상(無常)’을 통해 이 메시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도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봄꽃이 피면 언젠가 지듯, 인생의 좋은 시절도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꽃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피는 그 순간을 감탄하라.” 아이의 웃음도 마찬가지다. 방금 지은 그 웃음은 다시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햇살, 바람, 오늘의 공기 역시 그저 스쳐 지나간다. 그는 “한 공기의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일상의 찰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흘러가 버릴 오늘을 어떻게 온전히 붙잡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다짐했다. 오늘이라는 삶의 단위를 더 소중히 살아가겠노라고.


새벽 기상을 실천한 지 5년이 넘었다. 하루를 시작하며 블로그에 인증 사진을 올리고, 그 아래 항상 같은 문장을 적는다. “카르페 디엠! 오늘, 이 순간을 산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다.” 이 문장은 나에게 주문과 같다.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그 안에 담긴 다짐은 매일 다르다. 그렇게라도 오늘의 소중함을 의식하고 싶다. 내가 삶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작은 의식인 셈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는 것을.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 과거에 대한 후회로 오늘을 놓치는 일이 얼마나 잦은가. 나 역시 그랬다. 스마트폰이 울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갔고, 여행지에 있으면서도 그 풍경을 감상하기보단 다음 장소를 검색하며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돌아오고 나면 남는 건 음식 사진 몇 장뿐이었다. SNS와 뉴스, 알림 속에 파묻힌 시간. 정작 ‘지금, 이 순간’은 놓쳐버리고, 중요하지도 않은 것에 주의력을 빼앗긴 채, 시간을 소리 없이 흘려보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은 완벽했지만, 너무 먼 미래를 자꾸 의식했다. “오늘 한 줄만 쓰자.” 가벼운 시작보다는 “과연 다음 주까지 다 완성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결국 불안은 손끝을 얼어붙게 했고,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어제 쓰지 못한 자책감, 무거운 마음,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겹쳤다. 과거는 지나갔지만, 후회에 사로잡힌 나는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나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을까?


첫째, 하루에 ‘단 세 가지’ 실천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 종이에 오늘 할 일을 딱 세 가지만 적는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안부 문자 보내기, 30분 운동하기, 가족과 저녁 함께 먹기 등. 내 경험상 너무 많은 계획은 오히려 큰 부담이 되었고, 또 계획이 전혀 없으면 하루를 의식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된다. 세 가지면 적당하다. 해야 할 일이 뚜렷해지고, 작은 성취가 오늘을 의미 있게 만든다. 둘째, 하루 일정 시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 하루 중 단 1시간 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멀리 두는 것이다. 그 시간엔 산책하거나 책을 읽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눈다. 디지털로부터 떨어지는 이 시각이 지금 내가 있는 공간과 순간에 깨어 있게 해 준다. 주의력도 돌아오고, 현실 온도와 소리에 조금씩 더 민감해진다. 셋째, 잠들기 전, ‘감사 일기’를 쓰거나 짧은 명상을 통해 하루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고마웠던 일 세 가지를 떠올려본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마신 커피가 유난히 맛있었다.” “친구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줘서 고마웠다.” 등. 이런 작고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하다 보면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라는 말이 실감 난다. 평범한 하루가, 조금은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잠자리에 드는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 찬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한 번은 교원학습공동체 ‘나우학교’에서 ‘하루 세 번 멈춰 보기’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의식적으로 하루에 세 번, 잠시 일상을 멈추고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활동이었다. 그리고 짧은 글을 통해 그 순간을 돌아보았다. 평범했던 일상이 낯설 만큼 새롭게 다가왔다. 교실 창밖 풍경, 아이들의 웃음소리, 하늘 위로 흘러가는 구름까지도. 산책 중에는 새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고, 이름 모를 들꽃이 마음을 건드렸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자 비로소 오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나도, 함께 한 선생님들도 한결 평온해졌다. 표정도 부드러워졌고, 삶에 여유도 생겼다.


우리 주변에도 카르페디엠 정신으로 삶을 일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쾌락주의자가 아니라,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고, 순간순간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는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한다. 그는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에서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를 강조하며, 미래를 준비하되 현재를 온전히 살아야 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죽음을 자각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창의적인 삶을 살았던 대표적 ‘카르페디엠 형 인물’이다. 헬렌 켈러(Helen Keller)는 또 어떤가. 그녀는 시청각 장애라는 한계를 안고도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간 대표적 인물이다. “삶은 대담한 모험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현재를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며 순간을 붙잡는 삶을 실천했기에 오늘날까지도 헬렌 켈러는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다. 끝으로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삶을 살펴보자. 그는 “삶은 싸움이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라는 태도로 평생을 모험적으로 살았던 작가이다. 전쟁 기자, 투우 관람, 아프리카 사파리, 심해 낚시 등 극한의 순간들을 몸소 체험하며 글로 담아냈다. 어쩌면 그는, 그의 삶 전체로 “오늘을 살아라”는 철학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곧 삶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미래를 걱정하고, 지나간 날을 붙잡느라 정작 살아야 할 오늘을 놓친다. 하지만 삶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꽃이 피는 찰나에 감탄할 수 있을 때, 아이의 웃음에 마음을 머물 수 있을 때, 햇살을 느끼며 한 공기의 숨결을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오늘을 살아야 내일도 살아갈 수 있다. 오늘 하루를 잘 산 사람만이 내일을 기대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작은 실천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면, 그 하루는 ‘살아 있는 하루’가 된다. 카르페디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자. 그 사랑이 쌓여 진짜 삶이 될 테니까.

1508948.jpg?type=w773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미라클모닝

#새벽기상

#새벽3시




keyword
작가의 이전글37. 하루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