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마태오복음 7장 1절 말씀이다. 이 말씀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난 학교에서 동학년으로 함께 일하게 된 한 선생님이다. 처음에는 그분이 너무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어 나를 불편해하는 줄 알았다. 회의 중에도 필요한 말만 딱 하고, 웃지도 않으며 마치 나를 피하는 듯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상했고, 나도 모르게 그분을 멀리하게 됐다. ‘같이 일하기 어렵겠다.’라는 생각부터 들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새벽,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조용히 묵상하며 다이어리에 작은 다짐을 적던 중이었다. 그날 본문은 마태오복음이었고, 하필 그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그 순간 마음이 멈췄다. ‘혹시 내가 먼저 그분을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신앙생활을 한다면서도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생각을 바꿔보기로. ‘다르게 표현하는 분일 수도 있어. 내가 먼저 다가가 보자.’ 그날부터 나는 작은 인사를 먼저 건넸고, 쉬는 시간마다 가벼운 이야기를 건넸다. 처음엔 반응이 담백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분도 따뜻한 눈빛으로 먼저 말을 걸어 주었다. 알고 보니 성격이 조용할 뿐, 누구보다 동료를 배려하는 분이었다. 한 번은 내가 동학년 업무로 정신이 없을 때였다. 그분이 말없이 자기 반 수업 준비를 하면서 우리 반 학습지까지 복사해 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좋은 생각이 좋은 관계를 만든다.’라는 게 진짜라는 것을. 내가 품은 생각이 바뀌자 말투와 태도도 달라졌고, 그것이 관계를, 분위기를, 결국 함께 일하는 힘을 바꾸었다. 그해 1년, 그분과의 동학년 생활은 편안했고 따뜻했다. 지금도 방학이 되면 함께 식사하며 안부를 나누는 소중한 사이가 되었다.
나는 새벽 기상을 하며 단지 시간을 번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을 얻었다. 그 힘 덕분에 중요한 것을 배웠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먼저 이해하려는 시선을 갖는 것. 그것이 결국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종종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는 27년 동안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지만, 세상에 대한 분노 대신 용서를 선택했다. “감옥에서 풀려나는 순간, 내가 증오를 품고 있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에 있는 것이다.” 그가 품은 생각 하나는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체를 변화시켰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바뀌고, 세상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냈다.
또 한 사람,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큰일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녀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바라보며 불쌍히 여기기보다, 그들 안에서 예수님을 보려는 ‘생각의 시선’을 가졌다. 그 시선 하나가 평생을 바꾸었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좋은 생각은 단지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여기에 미국의 변호사 존 크랠릭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그는 변호사였지만 파산 직전까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그는 할아버지와의 어릴 적 경험을 떠올렸다. 그의 할아버지는 “네가 받은 은화에 대해 나에게 감사 편지를 쓴다면 은화 한 닢 더 주마.”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바로 감사 편지의 효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기 인생을 회생시킬 유일한 방법이 ‘감사하기’임을 깨달았다. 그는 우울과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365일 동안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감사한 일을 적고, 감사의 마음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습관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깊어졌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작은 감사의 생각이 그의 하루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바꿔 놓은 것이다. 그는 자신을 파괴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미움이지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감사하면 내가 기쁘다. 가장 먼저 내 마음이 기뻐진다. 좋은 생각을 하면, 겉으로 보면, 타인을 위한 행위 같지만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나를 존중하는 것이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새벽 기상, 좋은 생각, 감사를 통해 내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행복했다. 그래서 이 단순하고도 변하지 않는 이 가치를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일명 “기쁨 놀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이 놀이는 동화책 『폴리애나』에 나오는 주인공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쁨과 감사를 잃지 않는 것을 보고 따온 생각이다. 아무리 끔찍한 상황에서조차도 그 속에서 기쁨과 희망과 감사를 찾는 폴리애나를 보며 좋은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는 자신의 삶에 합당한 축복의 몫보다 더 많은 게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등바등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이기적인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이 놀이를 통해 우리 반 아이들도 나도 좋은 생각을 통한 일상 속 기쁨 찾기를 실천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아이들은 만나면 “선생님, 폴리애나 기쁨 놀이 은근히 재미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며 안부 인사와 함께 그 이야기를 잊지 않고 말을 건넨다.
처음 새벽에 일어나기를 결심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건 ‘피곤함’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진짜 힘들었던 건 잠이 아니라 ‘생각’이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용한 새벽, 그런 생각들이 조용히 나를 흔들곤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생각을 바꾸자 하루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하게라도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 될 거야.” “조금씩 가고 있어.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루, 이틀, 일주일… 그렇게 좋은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워졌고, 주변 사람들도 내 변화를 알아봤다. “요즘 표정이 좋아졌어요.” “왜 이렇게 에너지가 밝아요?” 그제야 알았다. 내가 바꾼 것은 단지 생각 하나였는데, 그 생각이 내 하루 전체를, 그리고 내 사람들까지 바꾸고 있었다는 것을. 여전히 어떤 날은 지치고, 어떤 날은 무기력하다. 하지만 그런 날일수록 더 의도적으로 내 마음을 정리한다. 그리고 오늘도 새벽 공기 속에서 스스로에게 조용히 다짐한다.
“오늘은 좋은 생각을 하기로 했어. 그 생각이 또 하나의 좋은 일을 데려올 테니까.”
#새벽기상
#미라클모닝
#새벽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