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과 구직난, 물가가 치솟으며 많은 20대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찾아봐도 17년 기준 혼인건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2년마다 실시되는 사회조사에서 20대 10명 중 6명은 "결혼을 꼭 안해도 된다"고 답하고 있다.
낮은 혼인율과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결과적으로 낮은 출산율로 나타났고 주변 친구들을 둘러봐도 내또래에 결혼해서 아이를 가진 친구는 정말 손에 꼽힌다. (사실 아이를 가진 친구는 아직 없다.) 그래서 친구 결혼식이라도 가게 되면 나이 지긋한 아빠, 엄마 지인들에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섞여 매우 젊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고 참석하는 와중 왠지 모를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난 올해 2018년 9월에 혼인신고를 했다. 계획된 결혼은 아니었지만 꼭 하고 싶던 결혼이었다. 항상 매일은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공식적으로 함께해도 된다는 깨지못할 약속같은 거라 생각했으니까. 물론 5월 7일에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당장 결혼해야지' 라고 생각하던 건 아니었다.
막상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처음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였다. 차근차근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지 않고 덜컥 생겨버린 아이는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게는 자칫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솔직히 아이가 생겼다는 데에 아내와 난 내심 달가웠다. 아내 역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건강한 아이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기도 했고 난 이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내 가정이라는 걸 꾸리고 싶었으니까.
배가 불러오면서도 우리 둘 다 변변찮은 직업이 없다는 것 외에는 크게 문제될 건 없어보였다. 처음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도 굉장히 걱정했지만 너희 좋을대로 하라고 하셨고 (굉장히 쿨한 부모님들임이라는 건 명백하다), 우리 역시 나름 만반의 계획을 세워가며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당연하게도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난 아직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스물여섯 대학생이었고, 아내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그만두고 진로탐색을 하고 있었다. 소득이 없어 갖은 정부지원책을 찾아보고,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지금 아이가 태어나기 2주정도를 남겨놓기까지 지내왔다. 우리 아이지만 부모님 도움없이 당장 낳기조차 버겁다는 현실에 새삼 우리가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금전적인 부분은 시간 문제라는 데에 둘 다 동의했다. 졸업하고 취업하면 될 일이었고 아내 역시 아이를 낳고 취업하면 되는거니까. 당장 집은 아내 부모님 집에서 살기로 했고 먹고 사는 데도 지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모든 아이를 가진 부모가 우리처럼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만반의 대비를 하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도 아이을 낳을 생각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특히 교육을 하면 누군들 막막하지 않을까!
부모님 세대가 우리세대를 대학까지 보내고 사회에 내보내는 데 1~2억을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최소한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아이를 낳아 아이세대를 교육하고 키우려면 키우기 나름이겠지만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영어유치원이니 뭐니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아이인생에 투자를 해야된다.
출산일이 다가오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커리어에 아이에게 투자할 생각을 하니 여기서부터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반기 취업준비를 하며 넣은 8개의 서류 증 4개가 붙어 인적성도 면접도 가보았지만 최종합격을 하진 못했다. 이런와중에 이제는 아이에게도 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기로 한 건 아내와 오래 고민한 끝에 '우리'가 내린 결정이었고, 매사 원하는 게 명확하지 않았던 내게 처음으로 원하는 아이가 생겼다. (심지어 아이들도 별로 안좋아했는데) 아내 배가 부른 10개월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고 아이가 태어나면 너무 행복하리란 것도 분명하기에 걱정은 접어두고 미래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도 아내와 나, 장모님에 장모님 어머니까지 같이 볼테니 생각만큼 힘들지 않을 거 같다는 막연한 기대도 있으니까.
출산을 준비하면서 아내가 기저귀에 아기침대, 속싸개니 겉싸개니 유축기와 같은 용품들을 살 동안 난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항상 집안일은 전적으로 내 몫이었지만 한동안은 역시나 변함없겠지. 아이가 태어나고 산후조리도 내가 해주기로 했다. 아내가 몸조리할동안 아이도 볼테고 전부 처음하는 일일테지만 잘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이라는 무게가 아내 뱃 속에서 아내를 짓누르고 내 마음 한 켠도 꾸욱 눌렀지만 이 무게는 우리가 내린 선택에 당연한 부분인 것 같다. 이제는 오히려 옛말에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라는 막연한 말이 와닿을 정도니까.
앞으로는 출산 후 남편이 직접하는 산후조리 과정과 가져야할 마음가짐(?), 아이의 성장과정 그리고 취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연재할 예정이다. 내용 전부가 대다수의 20대가 겪는 문제도 아닌 문제도 있지만 아니라면 그만큼 새로운 부분도 있으니 신선하게 읽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