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와이프 지인인 커플이 놀러를 왔다. 서울에 있을 때부터 알던 지인이었는데 이번에 새 남자친구와 같이 올 수 있다해서 만나게 됐다.
이 커플은 서로 꽤나 성격이 달랐는데, 나와 와이프가 이미 했던 다툼들을 겪고 있었다. 거울을 보는 것 같아 가장 놀랐던 부분은 다음이다.
여자: 싸우고 나면 바로 풀어야 한다. 왜 싸웠는지 이유를 정의해서 해결책을 찾아야만 정리가 된 느낌을 받는다.
남자: 싸우기 시작하면 일단 가라앉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순간의 화난 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대화가 쉽다.
나와 와이프는 정~ 반대다. 와이프는 싸우기 시작하면 바로 감정이나 화가 솟구쳐 오르는 스타일.
와이프와 상극인데, 나는 싸우기 시작하면 언성을 높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얘기만 주구장창하면서 상대방이 머리끝까지 화나도록 유도하는 스타일.
화가 난 스스로의 모습이 오바한다고 느끼게끔 따지고 든다. 못되게도 "사람 미치게 한다"는 표현이 이럴 때 어울리려나 싶다. (반성해야지...)
이렇게 서로 다른 태도 때문에 극단적으로 싸운 경우가 많았는데, 다툼이 2시간 가량 지속되어 끝나고 나면 감정만 상해서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치열하게 싸웠는지 원인은 뒷전이 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누가 잘못했든 간에 1분만이라도 말을 멈추고 환기를 했다면, 그렇게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싸움이 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항상 알고 있다.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10분만, 아니 5분만이라도 시간을 준다면, 와이프는 금새 화를 가라 앉히고 내 말을 들어줄거라는 걸.
그걸 여태껏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내가 어리석기도 하고 성숙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엄마에게 떼 쓰는 아이가 된 양 이기려고 바락바락 대드는 꼴이었다는 걸, 이 커플과 대화하면서 몸소 느꼈다.
내일부터는, 혹시라도, 싸울 일이 생기면 꼭 내 말은 멈추고 시간을 가져야지. 아니, 그러지 말고, 애초에 연애할때처럼 이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새겨봐야겠다.
와이프는 비 오는 날 오순도순 얘기만 나눠도 행복해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