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커리어 망한 줄 알았다
서른하나, 나는 직장을 그만뒀다.
기술영업이었고, 플랜트 업계였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글로벌 제조사였고, 나는 생각보다 잘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조금씩 나를 침식시켰다. 회사보다는 ‘회사에 소속된 나’가 싫어졌다.
그래서 그만뒀다.
5살배기 딸내미와 와이프는 이런 나를 믿고 응원해줬다.
그래서 자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술을 팔고, 가게를 꾸미고, 하루 매출을 기록하는 삶은 확실히 달랐다.
내 이름으로 된 공간, 내 손으로 만든 메뉴, 내 힘으로 번 돈.
처음엔 그렇게 살고 싶었다.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했다.
사업은 재미있었지만, 내가 원한 삶은 아니었다.
가게가 안정되어갈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안정’보다는 ‘유지’라는 단어에 잠식되기도 했다.
‘유지’는 곧 ‘후퇴’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다시 ‘커리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공백은 어느새 2년이 됐고, 세상은 나 없이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썼던 이력서를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됐다.
국제학/영어통번역 전공, 기술영업, 글로벌 고객 대응.
그럴듯한 커리어들이 아무 의미도 없는 나열처럼 보였다.
그때 결심했다.
돌아가자. 하지만 예전으로는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새로운 직무,
새로운 나로.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건,
문과생이 공백 2년을 딛고,
에너지 산업에서 살아남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리고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실험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