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아내 혼자 하는게 아니다.

4. 남편의 출산준비물

by 이안 문과PM

2019년에 공주님이 태어났으니, 사실 출산준비물을 적어보기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늦은 시간이다. 그래도 당시 아내랑 출산준비를 하면서 많은 책들, 인터넷에 떠도는 글, 유튜브영상을 봤고, 출산은 절대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겨두고 남편이 뒷짐지고 지켜보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애는 둘이 만들어놓고 혼자 애 낳으라는 것도 당연한 생각은 아니겠지만..○.○...)


당시 출산예정일인 1월이 다가올 때였다. 늦어도 한달 전에는 출산가방을 싸놓고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주말에 출산가방에 뭘 넣어야 하는지 찾아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남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출산준비물은 아내가 진통을 시작하기 전부터 진통을 끝내고 아이가 나오는 순간까지 혼자 고통받으면서 애를 낳는 게 아니라는 믿음과 안도감을 전해주는 역할이자 그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싶다.


출산은 영어로 Delivery라고 한다. 단어만 놓고보면 마치 택배처럼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통로를 타고 전달되는 느낌을 가질 지 모르겠다. 택배가 성립하려면 수취인만 있어서는 안되고, 그 택배가 수취인에세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도와주고 이끌어가는 택배기사가 있기 마련이다.


남편이 직접 아이를 낳지는 않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내와 출산과정을 함께 해야 한다. 태교에서 시작해서 아내의 영양 및 식단관리, 다리가 붓지 않도록,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건강관리, 너무 우울해지지 않도록 멘탈관리까지 같이 해나가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내가 혼자 아이를 낳는 고생과 노력을 나누고, 심적인 부담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비록 아이는 아내가 몸으로 낳지만 남편은 정신으로 낳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살피고 도와주고 아끼자! 아이는 내가 deliver한다!!


이렇게 해도 막상 아이를 낳는 고통을 아내 혼자 수술실에서 짊어진다. 가족분만실을 이용해서 아이를 낳는 순간까지 절대 옆을 떠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자. 아내도 출산은 처음이라 무섭고 떨리고 멘탈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가족분만실에서 10시간 넘게 같이하다가 생리적 욕구인 졸음을 이기지 못해 십여분이상 눈을 감고 졸아버린 나를 탓하는 아내의 눈초리가 3년이 지나도 밥상에서 회자된다. 다행히 애가 태어나기 전에 눈을 뜨고, 탯줄도 직접 자르며 함께했지만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 얘기를 하니 얼마나 서럽고 무서웠는지 짐작이 간다. 변명의 여지가 없고 다시 애를 낳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또다시 아이를 낳을 일이 있다면 한 평생 여인의 몸에 새겨질 상처와 마음에 담아둘 욕지거리가 후회되지 않도록 단 1초도 놓치지 않고 순간순간을 눈에 담겠가. 그리고 차가운 수술실이라는 공간에서 내 존재가 위로가 될 수 있게 매순간을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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