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면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

6. 너 변했어!

by 이안 문과PM

연애할 때만 해도 와이프는 자기는 살면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식에 여자들이 드레스를 입는 것에 대해 하루종일 불편하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옷을 입고 일면식도 없는 양가 친척들에게 인형처럼 웃고 있어야 하는 게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열변을 토로할 정도였으면 말 다하지 않았나 ㅎㅎ;


사실 그렇게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여자라서 더욱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랬던 와이프가 매일같이 옆에서 기를 쓰고 잘해주려고 애쓰고, 자기 말에 끔벅 죽는 시늉을 할 정도로 붙어있던 내게 "너 정도면 결혼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라는 말을 듣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 후 결혼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부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

https://brunch.co.kr/@iankang/1


3년동안 이미 같이 살면서 신혼생활같은 시간을 만끽했기에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딱히 신혼생활이랄 게 없이 함께 바로 육아전선에 뛰어들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1년간은 양가 부모님 도움없이 딱 셋이서 서울에 살았는데, 내가 출근할동안 아내는 애를 보고 내가 돌아와서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동안 애를 씻기고, 다같이 밥먹고 지쳐서 다같이 잠들곤 했다. 개인생활이라는 게 전혀 없는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아내는 지쳐있었고 임신하면서 생겼던 공황과 산후우울증이 심해져 본가인 부산으로 아이와 함께 내려가게 되었는데, 그 무렵부터 기러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러기생활을 하면서 거의 1년동안 단 1주도 쉬지않고 어떻게든 주말에 부산으로 내려가 아내랑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는데, 주말에 버스로 10시간 왕복을 1년동안 하다보니 거의 7~8kg가 빠져있었다. 그래도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 행복했고 매일 애만 보고 밖에도 못나가는 아내를 보면 미안했지만 체력이 버텨주질 못해 사실 집에가서는 아내에게 거의 신경쓰지를 못했다. 이맘때 즈음부터 아내에게서 "너 변했어"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육아에 지쳐 바쁘고 체력에 받쳐 신경쓸 시간이 없는데 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연애하고 동거할 때만해도 24시간 붙어있으면서 100% 아내에게 온 관심과 애정을 할애했지만 지금은 그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하나 더 생겼으니 원래 100이던 애정이 50대 50으로 나눠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다. 더군다나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내가 일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더욱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맨날 치고박고...했다)

얘네 싸우다가 뭐라하니까 안 싸운 척 하는 중임...! 터줏대감 소철이 & 대철이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일을해서 가정을 먹여살리고, 아이가 있다고 해서 총량이 100인 애정이 50대 50으로 나눠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내 100, 애기 100으로 총량을 200으로 늘리면 되지 않을까? 물론 최근에서야 회사생활도 안정이 되고 여유가 생기니 이런 발전적인 생각을 하고 앉아 있는 듯 한데, 사실 마음에 여유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주변환경에 따라 여유가 있었다 없었다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회사생활이 아무리 바빠도 가족에게 할애할 시간은 회사생활에서 균형을 찾아 스스로 조정해야 하고, 조정이 안되면 회사에 고충을 토로하든, 스스로 마음을 내려놓든지 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회사생활이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100을 주던 애정을 애기에게 준다고 반절만 할애했으니 변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게 당연하다.


사실 100의 애정이 200이 되는 게 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늘어나는 애정의 총량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주는 애정이 2배가 되든 3배가 되든 내가 좋아서 쏟는 애정에 총량이 정해질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든 가족과 1분 1초라도 더 좋은 시간을 만들고 소비해도 시간은 유한해서 한계가 있는데 회사일이니, 집안일이니 하면서 애정을 줄이고 양분하는 건, 서로 양껏 누렸던 행복이 줄어들 뿐이다. 좋은 건 나눠서 늘리라는 말이 있듯이 원래 아내에게 쏟았던 만큼 쏟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다시 아이에게 쏟는 것 역시 이미 아내에게 해본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게 아니다. 회사일, 집안일 등을 한다는 이유는 아내와 아이를 소홀하게 대할 명분이 되지 못한다.


다시금, 원래했던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애정을 가져다 주고 싶다. 100이 아닌 110이 되도록, 아이에게도 100이 아닌 110이 되도록, 우리 가족 애정의 총량이 기껏 정해진 100+100이 아닌 200이 넘을 수 있도록 하는 건 전부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아내에게 잘해 보련다. 그래도 항상 변했어 너!를 시전하면서도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는 아내가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인생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