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2

제2화. 순항 고도

by 심행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방울방울 작은 물방물이 모여 비로 내리는 걸 가만히 서서 맞아보기도 하고 달리는 차에서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맞아보기도 한다. 분명 비는 똑같이 내릴 텐데 왜 가만히 서서 맞을 때보다 달리는 차에서 맞는 비는 더 아플까?


고속도로에서 100km로 달릴 때 손을 내밀어 비를 맞게 되면 따갑다. 굉장히 아프게 느껴졌다. 비는 똑같았으나, 내가 달리고 있는 속도에 따라 그 아픔이 달랐던 것이다. 내가 경험한 속도에 따른 저항의 아픔은 이런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가만히 서서 맞는 비도 더 큰 충격으로 오는 것을 대비해서 튼튼해야 한다. 약하면 쉽게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과 달림도 지속적인 저항과 마찰로 점점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더 빨리 달릴 때 오는 비의 저항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에서는 차체였고 사람에게는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건강을 관리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한다.


시속 100km의 차가 이러한데, 하늘로 이륙하는 비행기는 얼마나 더 단단해야 하는 것일까? 거의 2~3배는 더 빠른 시속을 내는 비행기는 떠오르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점점 올라가기 위해서 더 빠른 속력을 내고 약 1만 미터에 도달하면 ‘순항 고도’라는 지점에 다다른다. 이때부턴 날씨나 난기류 등의 저항이 줄어든다. 그리고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상태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륙 후 순항 고도에서 창밖을 바라봤을 때 양떼구름을 구름 보다 더 높은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새하얗고 몽글몽글한 구름의 모습은 내가 지금 굉장히 높은 곳에서 빠르게 날아간다는 사실을 실감시켜 줌과 동시에 그 아래의 단단한 땅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신경 쓰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해주었다. 이 처럼, 다른 사람들과 아웅다웅 다투거나 성장하기 위해서 한참을 노력할 때는 한없이 괴롭고 힘들고 아팠지만, 그보다 더 압도적으로 뛰어나거나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편안해진다.


마치 내가 배드민턴을 취미로 시작했을 때도 이와 같았다.

셔틀콕을 하나 맞추는 것도 힘들고 서브를 넣으면 바로 공격을 당하며 두려움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고 강약으로 힘조절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되니 즐겁고 건강해지는 것처럼. 그 과정 속에서는 매일매일 운동하러 나가기 힘들고 귀찮고 다른 더 재밌는 것들을 우선순위로 두기도 하지만 매주 1회씩 꾸준히 14년간 하다 보니 나의 취미는 하나의 순항 고도에 진입한 것과 같다.

꾸준히 하는 것도 쉬워졌고, 서울이든 경기도든 경상도든, 해외에 나가서도 배드민턴이라는 스포츠 하나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기에 안정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하나둘 쌓이고 많아지면 그게 곧 또 다른 빠름과 고도로 순항 고도의 요소들이 많아지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많이 힘들고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경험을 하나씩 해봤기 때문인 것 같다.


사색에 빠져 멍하니 양떼구름멍을 때리다 보니 어느 순간 일본의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땅은 확실히 한국과는 다르게 산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고, 알록달록 농지가 많이 보였다. 건물의 높이도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고 지나다니는 유동 인구도 하늘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날아가는 그 도시들이 도쿄의 한복판이 아니라 한국의 서울 근교의 비교적 작은 도시들 처럼 도쿄 주변의 작은 소도시라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늘에서 바라본 일본을 구경하며 안정적으로 도쿄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로밍을 처음 신청해 봤어서, 비행기가 아래로 내려올 때쯤 로밍을 켜봤다. 그러니 바로 마중 나오기로 했던 지인과 바로 연락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나의 일본 여행이 시작되었다.


나리타 공항에는 Wi-Fi를 켜니, Japan Wi-Fi auto-connect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보였다. 이는 일본 여행자 및 거주자를 위한 무료 Wi-Fi 자동 연결 서비스로서, 일본 전역에서 제공되는 여러 공공 Wi-Fi 네트워크에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앱 기반의 서비스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로밍으로 하는 것보다 이게 좋지 않을까? 싶어 입국 심사 대기줄을 서는 동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기본적인 설정을 하고, 드디어 나가게 되었다.


지인이 마중 나와줘서 일본에 대해 대략적으로 가이드를 받았다. 그중, 도쿄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KTX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적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출발 후 보이는 창밖의 모습은 신세계였다. 기본적으로 건축물이 한국과 많이 달랐고, 집집마다 걸린 건조대에서의 이불들이 보이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보이던 모습 그대로였다. 지나가는 모든 풍경이 새로워 놀라워하니,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고인 물이 뉴비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이런 반응 자체가 요즘 보통 없었는데, 오히려 너무 놀라워하는 모습이 더 신기하다고 했다.


우리는 나리타 공항에서 신주쿠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였고, 늦은 점심시간이라 1순위로 추천해 준 ‘Luke's Lobster 신주쿠 서던 테라스’에서 랍스터 샌드위치를 시켜 먹었다. 겉에는 살짝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식빵으로 가볍게 감싸 있고, 안에는 탱글탱글하게 감질맛 하고 고소한 랍스터 살이 한입 크기로 적당히 먹을 수 있게 분배되어 있었다. 기존에도 랍스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한입을 베어 무는 순간 랍스터눈 감추듯이 어느 순간 마지막 입이 되어있었다. 중간중간 진저에일로 달달 시원한 목마름을 달래고, 주변에서 들리는 일본어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이제야 진짜 일본에서의 여행이 실감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지인이 있어서 그런지 이전에 유럽 여행에서 했던 것처럼 치안이나 사람들에 대한 주의도 크게 할 필요가 없었고 주문부터 설명까지 모두 해주니 정말 편했다. 그리고 맛있고 행복하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랍스터 샌드위치로 이런 감동이 있었던 게 더 신기하다. 만약, 다시 일본 여행을 간다고 해도 다시 같은 경로로 먹을 것 같다.


간단히 배를 채웠으니 이제 볼거리를 볼 차례였다. 일본 자체를 처음 여행 온 나를 위해, 45층 높이의 무료 전망대가 있는 ‘도쿄 도청사’로 걸어갔다. 처음에는 어딘가 유명한 곳으로 가는데, 지하철이나 버스 같이 대중교통을 타야 되는 게 아닌지 생각했는데, 걸어서 15분 거리라서 쉽게 이동이 가능했다. 도쿄 도청사에서는 전망대를 보기 위한 줄이 서 있었고, 거기서 한국어로 된 여행 가이드 북을 챙겨 45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올라가기 전에는 가볍게 짐 검사를 실시하는데, 내가 캐리어를 끌고 있어서 가볍게 캐리어 안을 지퍼로 열어서 보여 드렸더니 통과되었다.


45층은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갔고, 360도 통유리로 신주쿠의 도시 전체를 쉽게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마침 노을 지기 직전의 시간이라 세상은 가운데 연 붉은색을 기준으로 조금씩 색상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도시의 모습은 그동안 살면서 봤던 도시의 모습이 아닌, 태어나 처음 보는 낯선 도시였다. 특히 멀리 보이는 후지산은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고, 좌우로 구름들을 거느리며 마치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포스를 풍겼다. 독보적인 후지산을 다음으로는 파리의 에펠 타워를 연상되게 하는 도쿄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에펠 타워와는 다른 점이 파리에서는 에펠 타워에서 내보이는 강렬한 불빛이 없다는 것 정도..? 그래서 그런지 신기하다~ 의 표현 다음으로 빠르게 관심을 이동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통신탑인 ‘도쿄 스카이트리’는 주변 건물들의 높이를 더욱더 낮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했다. 이 처럼 상징적인 건축물들은 그 도시의 볼거리를 늘려주고 새로운 추억과 자랑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도쿄의 전반적인 지리와 볼거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는 저녁에는 유동 인구가 많아 케리어를 끌고 다니기에 불편함이 있어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이동 중간에는 가볍게 ‘도쿄 가부키초 타워’에서 가챠를 하러 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전이 500원 정도의 수준인데, 여기서는 동전이 몇천 원 개념이라서 행동은 가볍게 가치는 무겁게 한 것 같다. 어떤 가챠의 물품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기원을 하며 가챠를 하니 더 재밌었었던 것 같다. 이게 바로 게임에서 가챠라고 불리게 된 것이구나 싶었다. 다행히 최선은 아니었지만 차악으로 기념품을 뽑고, ‘호텔 그레이서리 신주쿠’라는 건물에서 보이는 고질라 모형을 사진을 찍으러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 가부키초 거리에서 다양한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을 구경했다. 일행은 저기 잘못 따라가면 한국으로 못 돌아간다며 가볍게 설명해 주었는데 한국에서는 지스타 같은 게임 행사에서 볼법한 복장으로 거리에서 핸드폰을 보고 서 있는 모습은 다시 떠올려봐도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린, 오모이데 요코초라는 1950~60년대의 느낌이 나는 골목길에서 간장 가락국수에 사케로 간단히 한잔 했다. 왜냐면 계속 술을 마실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세계 각지의 지폐가 전시된 ‘아라쿠 바’로 이동하여 칵테일을 한잔하고 Dug Jazz Cafe & Bar에서 갓파더를 한잔 했다. 우리가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 줄이 길게 섰는데, 조금만 늦게 움직였으면 못 들어올 뻔했다. 바로 앞에서 음료를 제조해 주고 BGM으로 은은하게 빨리는 Jazz 음악은 도쿄 여행에서의 첫 밤에 강렬하고 은은하게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엔 아쉬움이 있기에 저렴하고 다양한 물품으로 유명한 돈키호테에 가서 작은 병으로 생긴 다양한 종류의 술과 맥주를 구매해서 한잔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비행기 혹은 기차가 없을 때는 어딘가로 여행 가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의 하루처럼 한국의 인천 국제공항에서 일본 나리타 공항까지 2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실감 났고, 새로운 건축물과 일상생활의 문화를 하루종일 돌아볼 수 있어서 이번 일본 여행은 순항 고도에 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첫날 순항을 시작했으니 앞으로의 일정도 순항할 것이라고….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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