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심행_에세이

by 심행

2025년 새해, 달리겠다고 마음먹으며 회사 지원을 시작했다.

1곳에서 1번 실패하면 실패율은 100%지만, 도전을 100번으로 늘리면 실패율은 1%로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인, 리멤버, 링크드인 등 유명한 채용 사이트 모두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더니, 내가 지원하는 지원뿐만 아니라 헤드헌터를 통한 좋은 포지션들의 제안을 받기 시작했고, 직접 지원에도 나섰다. 대기업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한 지원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었고, 하루 1~2개 정도만 지원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존에 있던 이력서를 가지고 간편 지원하는 회사들의 경우에는 3~7곳씩 지원서를 넣는 것이 가능했다. 하루에 4군데의 원서를 30일간 보내면 120개라는 단순한 목표 설정으로 꾸준하게 지원했다.


그리고 그 결과 무수한 실패 응답에서 4주 차인 이번 주에 서류를 합격한 회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영악화로 인해 급여가 지연되고, 그 소식이 들리기 전부터 큰 회사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IT시장의 한파를 걱정했다. 분명 회사를 재직 중 일 때는 AI의 추천으로 회사로부터의 스카우트 제의도 한 달에 몇 번씩 있었는데 지난 3주 동안은 한 번도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솔직히, 불안감이 컸지만 이를 어디에도 표현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그들에게 걱정을 공유하기에는 나 스스로가 용서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긍정적인 표현과 더 큰 오버스러운 표현으로 나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세뇌했던 것 같다.


그러다.. 샤워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당연히 택배나 일상에서 오는 전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멘트가 달랐다. 정확하게 내 이름을 불렀고 지원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었다. 그 전화는 바로 나에게 온 첫 번째 서류 합격 소식이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횡설 수설 가능한 면접일자에 대해서 대응하다 1차 면접 날짜를 잡았다. 와…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이런 기쁜 마음에 다시 열정이 불타올라 바로 카페로 나가 면접에 필요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4일간 면접을 준비하며 나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정리할 때쯤, 이번에도 샤워하고 나와서 봤던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가 울리고 있었다.


설마…? 하면서 받았을 때 다시 또 명확하게 내 이름과 지원자라는 단어를 언급함으로써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붙은 회사구나!


그래서 이번엔 당황하지 않고 바로 면접 일자를 조율해서 잡았다.


그렇게 시작된 면접의 릴레이는 전형에 따라서 사전 인터뷰도 잡히고, 헤드헌터의 커피챗도 잡히고 이번 주는 5곳의 사람을 만나는 일정을 갑자기 잡고 진행하게 되었다. 원래는 선약을 신뢰라 생각해서 가능하면 취소하지 않으나, 이번에는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정이기에 선약의 대상들에게 사과의 말과 함께 약속을 취소하게 되었다. 그동안 같이 했던 추억과 이미지 덕분인지 오히려 지인들은 응원해 주며 취소를 웃으며 받아 주었다.


9년 후 쉼을 보내기 전에는 항상 환승 이직을 했다. 회사를 다니며 평균 6개월을 준비하며 다음 이직 자리가 확정되면 그때 퇴사하며 이직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쉬다가 이직을 하게 되어서 확실히 일정을 조율하거나 준비하는 데 있어서 여유가 있었다.


자기소개부터, 강점 등의 내가 면접관이 되었을 때 물어봤었던 주요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들과 업계에 대한 정보들을 꼼꼼히 준비했다. 그리고 면접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이런 질문이 오면 이런 답변을… 그렇게 면접이 시작되기 30분 전에는 전반적인 답변에 대한 방향만 마음먹고 면접 장소로 이동했다. 면접에서 중요한 건 태도와 외모다. 그래서 그동안 입을 일 없었던 슈트와 수제 구두를 신고 추운 날씨를 대비한 코트를 입고 또각또각 면접 장소로 이동했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은 결국 내가 입사해서 인사하고 함께해야 되는 사람들이기에 면접 전 /중/후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벼운 눈인사와 당당함을 유지했다.


면접 시간이 되자, 미팅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가서 보게 된 건… 5명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 면접은 5:1 면접이었던 것이다.

포지션의 특성상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업무를 해야 되지만, 면접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면접 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에 겪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첫마디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솔직히 5:1 면접이라 굉장히 당황스럽고 떨리고 어디로 시선을 둬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이렇게 가볍게 떨림을 말씀드리고 나니 오히려 떨림이 줄었다.

가볍게 내가 준비한 것들을 하나씩 말하고 질문에 대해서 시선을 맞추며 답변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면접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했던 커뮤니케이션과 같다는 게 느껴졌고 그렇게 순식간에 1시간이 지나갔다. 사람들 간의 대화가 굉장히 재밌었고 편안하게 면접을 보게 된 것 같다.


확실히, 지원자로서만 면접을 보다가 지난 1년 3개월 간 면접관이 되어 봤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즐거운 면접이 끝나고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있는 면접에 대해서 큰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다음날 있던 2번째 면접도 1시간 일찍 가서 주요 질문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방향을 가지고 면접 장소로 갔다. 이번에는 2:1 면접이었고, 다른 직무로의 전직과 유사해서 그런지 변동에 대한 우려에 대한 포인트로 면접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나는 9년 동안 직무와 도메인 등 어떤 한계를 두지 않은 열정적인 도전이 강점인 사람이었기에 그 부분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그리고 분위기는 점점 나에 대한 확신을 물어보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속으로 1차는 붙을 것 같은 강렬한 긍정적인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바로 다음날 1차 면접의 합격 통보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일분일초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보내며 나는 다시 나의 질주 궤도에 진입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던 나의 패턴이자 일상에 진입하여 가속하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하나 둘 유의미한 성과들이 붙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구간이 오게 된다. 급격히 올라가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바람이나 비 등의 기상악화 상황을 겪게 되면 무수히 많은 불안감과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기호지세의 상황이기에 멈출 수 없다. 계속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게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더라도 발밑만 바라보며 나의 인생 계획을 바라보며 계속 올라가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올라가야지만 구름 위의 ‘순항 고도’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효율적으로 비행하기 위해 순항 고도에 도달하듯, 인생에서도 순항 고도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120세 수명의 인생을 길게 보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치에 올라야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9년간의 질주에서 첫 휴식을 하며 나는 그것을 더 강렬하게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질주하고 가속하며 다시 10%의 여유를 둔 90%의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표현들을 썼더니 9:1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고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이렇게 표현했다. 눈앞에 있는 빵 한 조각이 100%라고 했을 때 반으로 나누면 5:5고 그 5를 다시 반으로 나누면 25%고 그걸 다시 반으로 나누면 13% 정도라고 이렇게 3번 반으로 나누고 남은 조금 외의 모든 것들이라고..

마치 나의 24시간 시간을 사용할 때도 이것과 같았다. 24시간을 반으로 나누면 12시간 12시간을 반으로 나누면 6시간…3시간 이것을 제외한 모든 21시간을 질주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잠을 줄이고 하고 싶은 다양한 욕구들을 줄이다 보면 굉장히 힘들고 괴롭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굳건히 믿고 있다. 힘듦은 당연한 저항이고 한걸음 한 호흡 달리는 움직임에 몰입해서 나아가다 보면 그게 결국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믿는다.


잘 모르겠다면, 그냥 해보는 것이다. 안 해보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나 남을 테니…

그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에 소개하다 보면 알게 된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고..

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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