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귀환 (歸還)
생일 축하로 시작되었던 3박 4일 일본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생일이면 늘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국은 재료와 간을 맞춰도, 처음에는 어떤 맛이 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1시간, 2시간 혹은 다음 날까지 오래 끓이면 점점 더 깊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는 그 순간이 가장 보람찼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이 오히려 더 값지게 느껴진다.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사진을 정리하며 당시의 감정을 되새겨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내 인생의 첫 일본 여행의 귀환일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12시 40분 나리타 공항 비행기 편이라, 9시 40분까지 도착을 목표로 숙소에서 나왔다.
12월 11일은 수요일이었기에 한국에서의 출근시간처럼, 일본사람들도 평일 출근길엔 많은 사람들이 끼여서 각자의 일터를 가기 위해 피곤한 얼굴로 전철을 타고 있었다.
졸린 얼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을 보며, 나의 일본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되어 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출근길 전철에 오르고, 그곳에서 일본 관광객을 마주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까?
앞으로 그런 사람들을 보면 더 친절한 표정을 짓고, 관심을 표현해야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공항에 예상대로 일찍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카운터 체크인이 아직 열리지 않아
공항 2층에 있는 식당가로 가서 아점을 먹으러 갔다.
인천국제공항처럼 다양한 음식이 있었는데, 문뜩 일본에 왔으면서도 한 번도 우동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주문했다.
어떤 우동을 먹을지 고르고, 나머지는 뒤에 있는 곳에서 튀김을 넣어먹을지 튀김을 먹을지 커스터마이징 하게 골라 먹을 수 있었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앞에 있던 한 아저씨를 따라 그대로 넣었다.
그분이 우동을 잘 아는 분이었는지, 다행히 커스터마이징 한 우동은 굉장히 맛있었다.
딱! 한국에서 우동 맛집에 갔을 때 먹는 그런 맛이었다.
밥을 먹고 시간을 보니, 슬슬 티켓팅이 시작되는 시간이 되어, 체크인 카운터로 돌아가 줄을 섰다.
한국에서 처럼, 앞선 항공편에 대해서 빠른 탑승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묻는 직원분이 계셨고,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는 사람들은 줄 선 사람에게 위치를 물어보는 모습이 보였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다 보니, 어느 순간 체크인 순서가 왔다.
이번에 구매한 비행기 티켓은 한국에서 나리타로 올 때는 위탁수하물이 15kg까지 붙어있었는데, 나리타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위탁수하물이 없는 티켓이었다.
그래서, 짐이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편하게 돌아오고 싶어서 6만 원을 주고 위탁수하물에 대해서 구매해야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구매 안 하다가 내가 흔쾌히 구매해서 그런지?
체크인해 주시는 직원분이 굉장히 친절하게 반겨주시고, 비상구 좌석에 대한 제안을 주셨다.
처음이라 확실하진 않았지만 듣기로 비상구 좌석이 원래 프리미엄 요금이 붙을 정도로 좋은 좌석이라고 알고 있어, 흔쾌히 좋다고 대답하며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몇 안 되는 위탁 수하물 구매자라서 혜택을 주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나리타 공항은 밖에서 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아, 바로 출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구로 이동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부대시설을 둘러본 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탑승구 앞에서 일본 여행 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했다.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비상구 좌석은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넓었고, 쾌적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좌석에 앉고 승무원의 안전 안내를 받으며 이륙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런데… 그땐 몰랐다.
앞에서 설명하는 승무원이 설명을 마치고 내 쪽으로 오는데…
갑자기 앞에 있는 비상 의자를 내리고 거기에 딱 앉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승무원과 마주 앉아서 가는 곳이라 자리가 넓은 것이었구나..
예쁜 승무원이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으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그런 티를 내고 싶지 않아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덤덤한 척하며 눈을 감았다. 당황스럽게도 가끔 슬쩍 눈을 뜨면 빤히 보고 있어서 더 당황스럽긴 했다. (놀리는 건가..?)
무릎이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워서 마주 보기도 민망하고 다른 곳을 보기도 민망해서 그냥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맞은편 비상구를 보니, 그쪽에는 승무원이 앉지 않았다.
분명 아까 체크인해 주실 때 반응해 주셨던 진한 고마움이 이런 혜택을 준 게 맞는구나 생각하며
그렇게, 아마도 살면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울
‘승무원과 마주 보고 비행기 타는 경험’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했던 나의 일본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잠깐이었지만 감사했던 (예쁜) 승무원님, 안녕..)
그리고 나의 특별했던 여행이 끝나고, 나의 일상도 다시 흐름을 되찾기 시작했다.
끝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