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마음을 비우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것은..
PM이라는 포지션은 참 묘했다.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 그 속에서 나는 매일 나 자신에게 물어야 했다.
“지금,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회사가 내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로 이어졌다.
연봉? 타이틀?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가였다.
그런 깨달음을 준 건, 같은 포지션으로 10년 이상 근무하신 팀장님이었다.
그분은 가족과 함께 지방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면서도, 본인은 자신이 정말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위해 매주 서울 회사와 전라도 집을 왕복하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셨다.
돈도, 명예도 아닌.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는 문득 그동안의 이직 시 1순위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연봉 인상, 조금이라도 더 편한 환경.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고, 두려움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봉이 아니라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 팀장이라는 책임과 성장의 기회를 향해, 처음으로 ‘연봉’을 2순위로 밀어냈다. 사는 곳 역시 고민하지 않았다.
사람은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고,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였으니까.
회사는 경기도 성남에 있었다.
내가 살던 오류동 집과는 자차로 1시간~1시간 30분 거리.
아침이면 출근길에 막힌 도로 위를 지나는 차들 속에서, 나는 매일 같은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람 살아가는 소리로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오늘도 잘할 수 있어.”
나는 새벽 4시 30분에 눈을 떴고, 다른 사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텅 빈 사무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 하루를 준비했다.
전날과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팀방에 공유하며,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서울로 출근하던 시절엔 지하철에서 책도 읽고, 경제와 시사 공부도 했다.
하지만 자가운전 출퇴근은 달랐다.
생산적인 시간은 사라지고, 온전히 도로 위에 갇힌 느낌이었다.
퇴근 시간은 더욱 가혹했다.
차가 막히면 집에 도착하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건조해졌다.
집에 도착해도 무기력한 채 침대에 쓰러지는 날이 이어졌다.
“이건 아니다.”
두 달 동안 스스로를 설득해보려 했지만, 결국 나는 결론을 내렸다.
차를 정리하고, 회사에서 30분 거리 안쪽으로 이사했다.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자, 삶이 조금씩 되살아 났다. 취미로 집 근처에서 러닝 모임도 가입하고 주말엔 배드민턴도 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내 이름 대신 불리는 ‘팀장님’이라는 두 글자.
처음엔 어색했다. 그 무게가 낯설었고, 한편으론 두려웠다.
내 말 한마디, 내 표정 하나가 팀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 역할은 나 혼자 짊어지는 짐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길이라는 걸.
나는 팀장이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 노션에 ‘되고 싶은 팀장’과 ‘되고 싶지 않은 팀장’을 빼곡히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매일, 그 목록을 보며 다짐했다. ‘되고 싶은 팀장이 되자’
평일 밤마다 완성하지 못했던 팀 문서 템플릿은 주말 아침 카페에서 정리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팀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다듬고, 월요일 아침에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내가 가장 바랐던 이상적인 팀장의 모습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잠도 5시간 정도로 줄여가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했었다.
출근 첫날엔 예상치 못한 조직 변동으로 함께 일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본부장님과 회사에서 3년간 근무했던 팀원의 이별 파티에 참석했다. 팀장 환영 겸 이별 회식이었다. 그래서 기념을 위해 스티커 사진도 찍었다. 우리는 스티커 사진을 찍으며 어색한 웃음을 나눴다.
신생 팀이라, 프로세스가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만들어갔다. 매일 아침 커피챗을 열었고, 매주 팀 빌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한 달에 한 번은 다 함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회고를 진행했다.
작은 습관들이 쌓여, 조직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변화가 팀에 긍정적인 울림을 주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걸어온 6개월.
그 시간들은 정말 빛났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그렇다. 행복은 영원하지 않고, 절망은 너무나 가까운 곳에 숨어 있었다.
아주 얇은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