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발전은 '중고거래'를 통해 진행된다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 적게 가진 사람에게로
얼마 전 당X마켓을 통해 중고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했다. 전에 쓰던 모델의 바로 다음 버전이라 가격에 큰 차이는 없지만 조작이나 촬영이 조금 더 편해질 것 같아 사게 됐다.
나에게 카메라를 팔아주신 판매자분은 같은 모델의 카메라를 여러 대 판매하고 계셨다. 약간씩 구성품이 달라서 가격도 달랐지만 한 분이 이렇게 같은 모델 여러 대를 파시는 걸 보고 중고 카메라를 판매하시는 업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거래를 할 때 여쭤보니 업자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카메라 동호회 어르신들이 안 쓰게 된 것들을 판매하는 것뿐이라고 하셨다. 같이 배우려고 같은 모델을 샀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용하지 않게 되셨고 중고거래를 위한 과정이 번거로우니 판매자분께 맡기셨단다.
거의 안 쓴 것과 다름없는 깨끗한 제품을 값싸게 얻었으니 나한테는 이득이었다. 집에 오면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신 분들이 계속 새 제품을 샀다가 뚜껑만 열고 중고로 팔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중고거래의 모습을 세상이 더 따뜻한 방법으로 발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것,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처음에 그것을 배우거나 익힐 때는 어려웠지만 알고 나니까 나에게는 쉬운 것이 되었다. 나중에 같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풀어서 쉽게 설명해주면 내가 지식이나 경험을 얻을 때 걸린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그들이 습득하는 것을 느꼈다.
이처럼 지식과 경험을 얻은 후에 이것을 잘 다듬고 소화시켜서 더 쉽게 만들어주면 다음 사람은 같은 가치를 더 저렴한 대가를 치르면서 얻을 수 있다. 나눠준 사람에게도 이런 저렴한 대가의 가짓수가 많아지면 나눠준 사람 나름대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게다가 중고거래는 물건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물건을 팔고 나면 없어지지만 지식과 경험은 아무리 나눠줘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지고 풍성해진다. 사간 사람이 어떻게 쓰냐에 따라 얼마만큼 가치를 갖는지가 달라진다는 점은 두 경우 다 그대로지만.
나눠주는 것이 곧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개인의 이익과 동시에 세상 또한 발전될 것이다. 착한 사람이 결국 잘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