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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길 Jul 29. 2020

천하제일 왕피천

계곡트레킹

"도대체 거북바위가 어디 있는 거야?"

나와 일행은 산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는 포인트를 찾아 두리번거리면서 산길을 따라 나아갔다. 굴구지에서 속사까지 왕피천 계곡 트레킹 4.5킬로미터는 고개를 두 번 넘는 산길이 80%다. 모래언덕 펜션&캠핑장 주인장 말대로 트래킹 길 중간에 있는 거북바위에서 계곡 트레킹을 시작하려고 했다. 주인장은 볼 것도 없는 속사마을까지는 굳이 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KBS스페셜 왕피천 그해 여름 촬영지 주인공' 이기도 하다. 우리는 2016년에 속사마을에서 계곡 트레킹을 시작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주인장 말대로 하기로 했다.

계곡 아래에서는 그렇게 잘 보이는 거북바위가 산 길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결국 속사마을까지 거의 다 가서야 샛길을 통해 계곡으로 첨벙 뛰어들어갔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물살이 거셌다. 구명조끼를 입은 몸이 휘청하더니 자연스럽게  물 위에 1자로 누웠다. 거센 물살을 타는 스릴을 느끼는 순간, 휘몰아치는 계곡물 사이사이, 곳곳에 솟구친 바위들이 툭 튀어나온 엉덩이를 스윽스윽 쓸고 찧어내렸다. 중심을 잃은 몸은 바위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거센 물살에 몸을 맡겼다. 래프팅을 타 듯 물 살에 휘말리는 몸뚱이가 물속으로 꼴록꼴록 잠겼다 떴다를 여러 번...

잔잔한 물가에 닿자. 모두들 한 마디씩 해댔다.

"아이고 내 엉덩이!'

" 까딱하단 대가리 깨지겠어요%%"

"바지가 찢어졌어요@@%%"

"다음에는 헬멧을 꼭 써야겠어요","엉덩이 보호대도..."

캐리비안베이는 비교도 안되는 스릴 만점 계곡 트레킹의 시작이었다.

왕피천 계곡 트레킹에서 대부분은 용소를 최고로 지만 내가 꼽는 최고의 구간은 학소대를 가기 전에 거치는 100미터 정도의 긴 협곡이다. 높이 10미터 정도의 협곡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시커먼 물은  그랜드캐니언의 어느 곳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공기가 가득 찬 배낭을 앞 가슴에 품고 한 팔로 서서히 헤엄쳐 나가는 맛이 천하일품이다. 협곡 사이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 아래 나는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아득함이 일었다.

학소대에서 뜨끈한 컵라면을 후딱 비우고, 마신 양주 한 잔의 뜨거운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 내렸다. 인생 술맛이다. 물론 인생 술맛 하나는 일본 야리가다케를 오를 때 산장에서 파는 생맥주였다. 하지만 주종이 다르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이 제일로 꼽는 용소 앞에 왔다. 우리는 계곡 왼쪽에 있다. 용소에서 점프를 하려면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야 했다. 헤엄으로 건너는 구간은 물살이 조금 빠른 정도였지만 바로 아래쪽은 급류가 휘감기고 있었다. 까딱하단 빨려 내려가는 코스다.

S가 먼저 건넜고, 내가 세 번째였다. 배낭을 한 손으로 잡고 한 팔로 물살을 저으면서 계곡을 건너기 시작했다. 몸이 앞으로 나가가면서도 급물살 아래쪽으로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 S가 팔을 쭉 뻗어서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S 손을 붙잡았고 S의 다른 손은 J가 뒤에서 붙들고 있었다.

용소를 둘러싼 절벽 아래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시커멓다. 이름 그대로 천 년 묵은 용이 불쑥 튀어나올 기세다. 용소 속으로 뛰어내리기 위해 두 번째 바위 꼭대기에 섰다. 두근거렸다. 돌아 가는 길은 없다. 순간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부드러운 용소의 기운이 몸을 감쌌다. 왕피천에 몸을 맡겼다. 나는 왕피천이 되어 그렇게 흘러 내려갔다.

코스 안내

http://www.wangpiecotour.com/bbs/content.php?co_id=1_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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